유용오 변호사(법무법인 서호)
유용오 변호사(법무법인 서호)

징계 입건(징계조사의 시작) 되어 징계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도대체 누가 나를 징계하라’고 시켰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징계 받는 것이 여러 가지 이유로 억울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누군가 나를 음해하려고 징계를 지시했다’고 생각 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육군의 경우, 징계는 징계권자(조직마다 다르겠지만 대개는 명령 계통에 따라 정해질 것입니다)가 징계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경우에 징계조사를 명령함으로써 개시됩니다,

다만, 징계권자의 자의적 판단을 제한하기 위해 육군 징계 규정은 세 가지 정도의 징계 개시 사유를 정해놓고 있습니다. ①징계권자가 아닌 상관이 군인 또는 군무원의 징계혐의를 발견하여 통보한 경우(예:하극상을 범하는 하급자를 징계권자에게 알림) ②수사기관이나 감사 관련기관에서 비행(위)사실 등을 통보한 경우(예: 음주운전 수사 후 징계 요구) ③징계권자가 소속 부하 또는 감독을 받는 군인의 비행사실을 발견한 경우(예: 자체 감찰 조직에 의한 조사결과 징계 필요 판단)에 징계 절차가 개시됩니다.

이때 수사기관이나 감사기관의 징계사유의 통보(징계요구)가 있더라도 징계권자의 징계 조사 지시가 없으면 징계절차는 시작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의 징계권자가 처벌받을 각오를 하고 내 징계를 무마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징계권자도 직책에 따른 의무가 있기 때문에 나하고 친분이 깊다고 하여도 나를 징계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나에 대한 징계절차가 개시되었다고 징계권자를 욕하거나 의심해서는 안 됩니다. 징계권자는 개인적인 관계가 아니라 직책상의 이유에서 징계 지시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징계 받는 나를 객관화하여 보는 것은 징계절차에 임하는 가장 중요한 자세입니다. 징계 조사 개시 단계부터 음모, 외압, 보복 등의 이유로 내가 징계 받는다고 생각하면 주관적인 도그마에 빠져 냉정한 대처가 어렵게 됩니다.

가끔 징계권자가 동기생이나 친한 선·후배임에도 불구하고 미리 알려주지 않아 이로 인해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봐달라고 할 사람도 아닌데 인간적으로 미리 알려주지 않음에 배신감을 느끼는 경우입니다. 그렇지만 역지사지로 징계권자인 지인은 나 때문에 안 해도 될 마음고생을 많이 했을 수도 있었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 지인은 직무상 비밀 누설의 처벌을 받을 것을 감수하고 나에게 미리 알려주어야 하는데 그러한 요구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나의 서운함은 사라질 것입니다.

나에 대한 징계절차 개시를 명령한 사람, 징계 대상자라고 통보한 사람, 앞으로 나를 조사할 사람 때로는 나를 신고했을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덤덤히 제3자의 시각에서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징계절차를 맞이하는 나의 좋은 자세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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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오 변호사는 군법무관 13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서호(chamlawyer.com)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보통군판사와 육군 제7군단 법무참모를 역임했습니다. 2008년부터 법무부장관 표창과 국방부장관 표창, 국무총리 표창을 수여받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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