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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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창업자 김범수(58)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주가 조작’으로 자본시장법(시세조종) 위반 혐의를 받아 23일 구속되면서, 카카오 금융계열사들은 김 위원장 사법리스크에 따른 경영 하방 압력을 받게 됐다. 다만, 이들 계열사는 몸담은 금융업권별로 저마다 다른 앞날이 예측된다. 

25일 금융권은 카카오 금융계열사 지배구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유죄 판결로 벌금형 이상의 실형이 선고되면, 대주주 적격성 요건에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돼 그의 대주주 지위가 상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주인 잃은 회사‘로 방치되거나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여느 때보다 금융업권 관심이 집중되는 배경이다. 

◆ 업권별 근거법령 따라 ‘대주주’ 정의 달라져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해 대주주 지위의 유지·상실 등을 판단하고 있다.

다만, 업권별로 적용되는 지배구조법령이 달라지므로 적격성 심사 대상인 대주주에 대한 정의에서 차이가 있다. 이를테면 실질적인 대주주인 김 위원장으로 볼지, 대주주 법인인 카카오로 볼지에 대한 차이다. 

카카오 경영공시에 따르면 산하 금융계열사는 상장사인 ▲카카오페이(전자상거래업) ▲카카오뱅크(인터넷은행법), 비상장사인 ▲카카오페이증권(증권중개업) ▲카카오페이손해보험(손해보험업) ▲케이피보험서비스(보험대리·중개업) ▲페이민트(전자지급결제대행업) 등 6곳이다. 

카카오페이는 전자금융거래법을, 카카오뱅크는 은행법을 적용받는다. 이어 카카오페이증권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 페이민트 등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따른다. 이때 카카오뱅크만 대주주를 김 위원장으로 보고, 나머지 5개 금융계열사는 카카오 법인을 대주주로 본다. 

은행법의 하위 격인 인터넷은행특례법(인터넷은행법)을 따르는 카카오뱅크는 김 위원장 구속에 따른 지배구조 영향이 적다. 법제처에서 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시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직접 가지고 있는 주주에 대해서만 적격성 심사를 하도록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법에 따르면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공정거래법·조세범처벌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자본시장법상 양벌(兩罰)규정(대표·임직원 위법 시 회사에도 책임을 묻는 규정) 등으로 카카오 법인에 대한 형량이 내려지면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 양벌규정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 금융위원회로부터 보유주식 한도(10%)를 초과한 주식을 처분하라는 행정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 이때 카카오뱅크 최대주주인 카카오는 보유주식 27.16% 중 17.16%를 처분해야 하므로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된다. 

반면, 전자금융거래법을 따르는 카카오페이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따르는 4개 금융계열사는 실질적인 최대주주인 김 위원장을 대주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형사처벌이 확정되면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은 최대주주 중 최다출자자 1인이다. 1인이 법인일 경우, 해당 법인의 최다출자자 1인이 개인이 될 때까지 지배구조를 좁혀간다. 카카오페이는 46.44%를 보유한 카카오를 대주주로 두고 있으며, 카카오의 최대주주는 13.27%를 보유한 김 위원장이다. 

◆ M&A 시장 ‘알짜 매물’ 거론…행정소송 가능성 대두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부재에 따른 금융계열사에 대한 매각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매각 가능성을 낮게 점치지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들 계열사의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는 분위기다. 과거 대주주 적격성 부적격에 따른 강제매각 사례가 있는 만큼 향후 카카오의 대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곳은 ‘쪼개기 상장’ 논란의 주인공인 카카오페이다. 시장에선 카카오페이가 외부에 매각하거나 카카오뱅크의 지분 매입 등 M&A가 진행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핵심 금융계열사인 카카오뱅크 또한 매각 물망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선 시기상조란 견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 M&A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법적 절차가 확정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최종 결정이 있기까지 수년간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벌금형에 처하더라도 위반 정도에 따라 한도를 초과한 지분 매각 여부는 최종적으로 금융위의 결정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악을 가정해 강제지분 매각 명령이 내려져도 적절한 매수자를 찾기까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혹은 소송도 갈 수 있기 때문에 엄청나게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선 법원의 실형 선고는 최소 3년 이상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상상인저축은행·고려저축은행·유진저축은행 등 대주주 강제매각 사례로 미뤄보면, 카카오가 금융당국을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진행해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는 것에 성공하거나 선고기일을 최대한 끌 수도 있다.

5년 전 대주주 적격성 리스크로 계열 저축은행을 강제매각할 위기에 놓였던 상상인그룹은 금융위를 상대로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 충족명령·주식처분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해 1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상상인은 2019년 신용공여 한도 초과 불법 대출 혐의로 금융당국의 중징계 처분을 받아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잃은 바 있다.

고려저축은행은 최대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유죄 판결로 인해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졌다가 소송 끝에 대주주 자격을 유지했다. 당시 금융위는 이 전 회장이 보유한 고려저축은행 지분을 10% 아래로 처분하라고 명령했으나 이 전 회장은 행정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이 전 회장의 범행 다수가 대주주 적격성 유지 심사제도가 시행된 2010년 9월 이전에 행해져 이를 문제 삼아 제재할 수 없다고 봤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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