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액 1900억, 연 이자 102억원 자금 부담
금융투자업계 “에치와이, 조 회장 우호 세력으로 보여”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왼쪽)과 그의 형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 . 사진=한국앤컴퍼니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왼쪽)과 그의 형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 . 사진=한국앤컴퍼니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 분쟁이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의 지분 공개매수와 함께 본격화하며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특별관계자였던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53) 고문, 차녀 조희원(56) 씨의 지분 2805만872주(29.54%)가 특별관계자에서 해소됐다.

가족간 특별관계자 해소 이후 통상 기존 경영권을 가진 이가 방어에 성공한 사례가 많다. 과거 사례를 기반으로 한다면 조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총 1900억원(담보비율 60%)을 대출받으며, 연 이자비용만 102억원을 넘어서는 점은 조 회장의 자금 여력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주담대로 인한 자금 부담 속 조 회장의 백기사로서 유통기업 ‘에치와이(hy, 전 한국야쿠르트)’가 나선 양상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는 지난 5일부로 조현식 고문 지분 1797만4870주(18.93%), 조희원 씨 지분 1006만8989주(10.61%)을 비롯한 조 고문의 자녀 조재형(3518주), 조재완(3495주) 등 4명이 조 회장의 특별관계자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증권거래법에서 특별관계자는 특수관계인과 공동보유자를 말한다. 특수관계인은 6촌 이내 부계혈족 등 친인척과 30% 이상 출자법인을 뜻하고 공동보유자는 합의 또는 계약으로 공동 취득·처분하거나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한 사람을 지칭한다.

경영권 분쟁에 따른 특별관계자 해소의 예는 과거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있었다.

박철호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2021년 삼촌인 박찬구 회장과의 지분 공동 보유와 특수관계를 해소한다고 밝히면서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가 패하고 회사에서 해임됐다.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이후 일어난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도 마찬가지다.

사모펀드 KCGI는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대호개발과 주식공동보유 계약을 맺고 특별관계자 관계를 형성한 바 있으나, 경영권 분쟁 후 1년 3개월 만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되며 상호간 특별관계자에서 해소된 바 있다.

과거 전례만 놓고 본다면 기존에 경영권을 지녔던 이가 경영권 방어에 성공할 수 있는 확률에 힘이 실린다.

다만, 조현범 회장에겐 여의찮은 자금 상황이 변수로 작용해 자금력이 풍부한 우호 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주식담보 대출금액, 이자율, 담보유지비율.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주식담보 대출금액, 이자율, 담보유지비율.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조 회장의 보유 주식에 대한 계약 상황을 보면 오는 18일을 만기로 주식담보대출을 위해 KB증권과 계약한 담보 주식은 446만4286주(4.7%)에 이른다. 이밖에도 내년 2월부터 11월까지가 만기인 주식담보대출을 NH투자증권, 하나증권, 한국증권금융 등을 통해 실행했다.

이로써 조 회장의 지분 3990만1871주(42.03%) 가운데 절반이 넘는 2421만9663주(25.52%)는 금융기관에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반대매매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 있는 물량이다.

조 회장의 주식담보비율은 약 60.7%에 이른다. NH투자증권으로부터 150억원, KB증권, 하나증권으로 각각 300억원,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1150억원 등 총 1900억원을 빌렸다.

이자율은 5.02~5.9% 선이다. 이에 따른 이자만 해도 연 102억6750만원에 이를 정도로 부담이 되는 대출 규모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주식담보대출 내역.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주식담보대출 내역.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앞서 MBK파트너스는 지난 5일 공개매수 신고서를 제출하고 투자 규모 상한선을 5600억원 가량으로 설정하고 특수목적법인(SPC) ‘벤튜라’를 통한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을 두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한국앤컴퍼니의 주가는 공개매수 공시 당일인 5일 상한가를 기록해 2만1850원으로 종가를 형성했으며, 11일 오전 11시 29분 장중 2만2400원으로 거래되는 등 MBK파트너스가 발표한 공개매수가 2만원을 웃도는 가격에 코스피 시장에서 거래 중이다.

에치와이는 2021년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161억원가량 매수한 이후 이달 추가 매입에 약 40억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치와이의 자금력 동원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선 조현범 회장의 우호세력 확보 차원으로 해석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조양래 명예회장은 이미 조현범 회장에게 주식 증여를 했기에 그의 자금 여력도 풍부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본인이 의사결정을 직접할 수 없는 건강상태로 보인다”며 “에치와이는 조현범 회장의 백기사로 나선 것으로 보이고 과거 에스엠 사례가 있어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카카오가 에스엠에 대한 기업지배권 경쟁에 나섰을 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사모펀드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당시 금감원은 카카오가 2400억원을 투입해 에스엠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상승·고정시키는 등 시세조종했다고 봤고, 해당 사안은 검찰로 넘겨져 수사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한국거래소에 한국앤컴퍼니 관련 매매거래 내역을 요청한 상태다. 선행매매나 미공개정보 의혹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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