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있는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본사.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에 있는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본사. 사진=연합뉴스

사모펀드(PEF)운용사 MBK파트너스가 2년 만에 다시 롯데카드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설지 여부를 두고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22년 매각을 시도한 뒤 고평가 논란과 함께 실패한 바 있어 연내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경기 불황, 물가 상승에 따른 고금리 속 인수합병 시장이 위축된 상황이다. 여기에 롯데카드가 속한 신용카드업 자체의 전망도 밝지 않은 점 등의 배경을 종합할 때 MBK 측이 희망하는 3조원의 인수가를 써낼 원매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2019년 4호펀드를 통해 롯데카드의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특수목적법인(SPC)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4471만6801주·59.83%)를 통해 롯데카드 경영권을 확보한 상태로 6년째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 롯데카드의 6년째 최대주주 MBK, 2대주주는 우리은행 

MBK파트너스에 이어 2대주주로 우리은행이 롯데카드 지분 1494만8013주(20%)를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쇼핑 역시 1494만8010주(20%)를 보유하며 대등한 지분율을 나타낸다.

MBK파트너스는 앞서 2022년 4월 매각 작업에 착수한 바 있으나 한 차례 결렬된 바 있다. 3조원의 희망가를 제시하고 있으나, 단순한 매각 희망가일뿐 이러한 높은 가격에 롯데카드의 인수가 이뤄질지는 의문인 실정이다. 연내에도 적절한 원매자가 나타난다면 충분히 매각 의사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카드업계 전반적으로 미래 전망이 좋지 못하다는 점이 MBK파트너스 측면에서 보면 롯데카드 엑시트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는 카드업계에 대해 “시중금리 하향 안정화 전망에도 2024년 중 신용카드사들의 신규발행 금리가 만기 도래 평균 금리수준보다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신용카드사의 조달 비용 부담은 과거 대비 높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국내 신용카드사들의 부진한 실적이 지속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 M&A업계 종사자도 이같이 카드업계에 초점을 두고 롯데카드 매각 협상을 전망했다. 그는 “카드업 자체가 비전 있는 사업은 아니고, 롯데카드 인수에 3조원을 쓸 수 있는 만한 원매자가 떠오르지 않는다”며 “그동안의 MBK파트너스의 역량을 고려한다면 연내 엑시트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 가능성이 커보이진 않는다”고 전했다.

◆신용카드업, 전망 좋지 않은데…매각가 3조원 고수?

오랜 기간 증권업에 종사한 한 관계자도 이처럼 신용카드업 전반에 대한 부진이 MBK파트너스의 매각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해당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드 사업 자체가 사양산업(斜陽産業)이고 결제 방식이 점점 페이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에서 MBK파트너스가 3조원의 매각가를 고수한다면 인수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른 딜과 함께 엮어서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현시점에서 롯데카드가 3조원의 몸값을 인정받긴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신용카드업 자체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전반적인 인수합병 시장의 위축도 롯데카드 엑시트에 있어 난항 요소로 꼽힌다. 세계적으로 이어진 고금리 여파 속에 지난해 인수합병(M&A) 시장 역시 1년새 건수는 절반 이상 인수금액은 12%가량이 줄었다.

◆고금리·경기 불황 속 M&A 시장 침체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500대 기업의 기업 인수는 60건으로 2022년(158건)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었다. M&A 시장이 한창 호황이던 2021년 166건을 기록한 뒤 감소세가 이어진 것이다. 인수금액은 14조9480억원으로 1년새 12%가 감소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A 시장 자체가 고금리나 경기 불황 탓에 활성화되기 어려운 구조이고, 전체적으로 위축되기 마련”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M&A 시장 위축에 따라 당장 롯데카드의 매각이 이뤄질 만큼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MBK 입장에선 현 시점에서 엑시트하기 어려운 시기로 보이고, 금리 인하가 이뤄지고 경기 회복 시그널이 확실히 나와야 M&A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경기 회복 국면 상황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주요 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 가운데 가장 높은 총자산이익률(ROA)인 2.3% 나타내며 올 3분기 가장 높은 수익성 지표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카드업계에선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뒤 롯데카드의 수익성이 개선된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MBK 인수 후 롯데카드의 수익 규모가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사모펀드의 카드사 인수는 긍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향세에 접어든 카드업계에 대한 전망에도 MBK 측이 매각가를 3조원으로 고수할 수 있을지, 연내 재매각 여부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이에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시장 소문과 일부 보도 내용에 대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만 내놨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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