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KB·하나·키움·교보·유진·SK 등 9곳
금감원 측 “향후 고객 손해배상 여부 지켜볼 것”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융감독원 본원 앞 석판. 사진=한경석 기자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융감독원 본원 앞 석판. 사진=한경석 기자

금융감독원이 올 5월 이후 9개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KB·하나·키움·교보·유진·SK)의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 업무에 대한 점검을 진행한 결과 위법사항 등 다수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18일 금감원에 따르면 미래에셋 등 9개 증권사는 고객 계좌의 손실을 불법 자전거래를 통해 다른 고객의 계좌로 전가하거나 고객의 투자손실을 증권사 고유 자산을 통해 보전해 주는 등 위법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랩‧신탁 운용시 리스크 관리 및 이상가격 거래 등에 대한 내부통제를 소홀히 한 부분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은 펀드와 달리 고객 1인의 투자 목적과 자금 수요를 고려해 단독으로 운용돼, 법인 고객의 단기자금 운용 수단으로 선호된다.

랩, 신탁, 펀드 비교 표. 출처=금융감독원
랩, 신탁, 펀드 비교 표. 출처=금융감독원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금 경색으로 다수 법인 고객이 가입 중이던 채권형 랩과 신탁의 환매를 요청했다. 

하지만 기업어음(CP) 등 편입자산의 시장 매도가 어려워지자 환매가 중단되거나 지연된 바 있다.

여기에 일부 증권사가 고객의 투자 손실을 회사의 고유자산으로 보전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시장의 불신은 커졌다.

이에 금감원은 미래에셋증권 등 9개 증권사의 채권형 랩‧신탁 업무 실태를 집중 점검한 결과 ▲특정고객의 랩‧신탁 계좌로 CP등을 고가 매수해주는 방식으로 손실 전가(3자 이익 도모) ▲증권사 고유 자산을 활용해 고객 랩‧신탁에 편입된 CP를 고가 매입해 원금 및 제시 수익률을 보장(사후 이익 제공) ▲계약조건을 위배한 운용, 동일 투자자 계좌관 위법자전거래, OEM(판매사가 자산운용사에 요청해 만든)펀드 운용 등 위법 사항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랩, 신탁 운용시 A 증권사의 3자 이익 도모 사례. 출처=금융감독원
랩, 신탁 운용시 A 증권사의 3자 이익 도모 사례. 출처=금융감독원

구체적으로 A증권사는 지난해 7월 이후 다른 증권사와 6000여회의 연계, 교체 거래를 통해 특정 고객 계좌의 CP를 다른 고객의 계좌로 높은 가격에 팔아 5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고객 간에 전가했다.

이에 금감원은 “비정상적 가격 거래를 통해 고객에 손해를 전가한 행위는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는 중대 위법 행위”라며 “수사당국에 혐의 사실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자는 원칙적으로 일정한 이익을 투자자에게 사후 제공해선 안 된다.

B증권사의 사후 이익 제공 사례. 출처=금융감독원
B증권사의 사후 이익 제공 사례. 출처=금융감독원

하지만 B 증권사는 타 증권사에 가입한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지난해 11~12월 중 고객 랩과 신탁의 CP 등을 고가 매수하는 방식으로 총 1100억원 규모의 이익을 제공한 바 있다.

즉, 랩, 신탁 만기 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지자 경영진 결정 하에 고객 계좌의 CP를 비싸게 사들여 이익을 제공한 것이다 .

또한, C증권사는 설정한 펀드를 통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 중 고객 랩‧신탁의 CP를 고가에 매수하는 방식으로 700억원 규모의 이익을 안겼다.

이밖에도 일부 증권사는 목표 수익률을 위해 동일 투자자의 랩 계좌간 위법 자전거래를 했으며, OEM펀드 운용에 있어 고객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고유 자금으로 펀드를 설정하고 특정 채권과 CP를 고가에 매수하도록 요청하는 등 펀드 운용에 관여한 위법행위가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 확인된 위법행위를 신속 조치해 랩‧신탁 시장의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방침이다.

임권순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장은 “운용상 위법행위로 손실이 발생한 랩‧신탁 계좌에 대해 각 증권사별로 고객에 적법한 손해배상 절차가 이뤄지는지 여부에 대해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C증권사가 자사가 설정한 펀드를 통해 지난해 11월~올해 5월 중 고객 랩‧신탁의 CP 등을 고가매수(연계‧교체거래)해주는 방식으로 총 700억원 규모의 이익을 제공한 사례. 출처=금융감독원
C증권사가 자사가 설정한 펀드를 통해 지난해 11월~올해 5월 중 고객 랩‧신탁의 CP 등을 고가매수(연계‧교체거래)해주는 방식으로 총 700억원 규모의 이익을 제공한 사례. 출처=금융감독원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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