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본사 사옥.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본사 사옥. 사진=각 사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올해 안으로 각각 수립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기에 앞서, KB‧신한금융과 하나‧우리금융 간 속도차가 뚜렷하다.

KB‧신한금융은 자사주 소각에 나서며 밸류업 계획을 발빠르게 추진하는 한편, 하나‧우리금융은 자산 건전성 지표가 약화돼 계획 수립과 이행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 ‘밸류업 1호’ KB금융, 자사주 소각도 ‘우등생’

국내 ‘밸류업 1호’ KB금융은 경쟁 금융지주들을 앞선 자사주 소각으로 밸류업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KB금융은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시행한 지난 5월 27일, 곧장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대한 예비공시를 발표해 ‘밸류업 1호’ 타이틀을 얻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 중 자사주 소각 규모가 가장 많은 곳은 KB금융으로 나타났다. 반기마다 약 3000억원대의 자사주를 태우는 것으로 확인됐다. 

KB금융은 지난 2월 7일부터 8월 7일까지 439만8135주(약 32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장내매수(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소각했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지난해 8월 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558만4514주(약 3000억원)의 자사주를 소각했다고 공시했다. 

올해 하반기엔 지난달 말 이사회 결정으로, 이달 26일부터 2025년 3월 4일까지 462만4277주(4000억원)를 장내매수해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올해만 7200억원 가량의 자사주를 소각하게 됐다. 

반면, 신한금융의 자사주 소각은 절반 수준인 3000억원대에 그친다. 신한금융은 2분기 이사회 결정으로, 지난 4월 29일부터 오는 10월 28일까지 689만6511주(3000억원)의 자사주를 소각한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앞서 1분기 이사회 결정에 따라 각각 511만5718주(약 3000억원), 935만7960주(약 1366억원)씩 자사주를 소각했다. 하반기 추가적인 자사주 소각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KB금융 관계자는 “향후에도 시장 변동성과 상관없이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당 수익지표를 개선하는 등 밸류업 모범생으로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 하는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 하나‧우리금융 밸류업, 건전성 지표 CET1 비율 ‘발목’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보통주자본비율(CET1) 지표가 이들의 밸류업을 발목잡고 있다. 상반기 4대금융지주의 경영공시를 보면 KB금융(13.59%)과 신한금융(13.05%)은 금융당국 권고치인 12%를 안정적으로 상회하는 반면, 하나금융(12.79%)과 우리금융(12.03%)은 금융당국 권고치에 간신히 턱걸이하는 모습이다.

CET1비율은 국제결제은행(BIS)의 금융사 건전성 지표 중 하나로, 금융사의 기업가치 제고에 중대한 지표다. 이는 금융사의 보통주자본(분자)을 위험가중자산(RWA, 분모)으로 나눈 값으로 비율이 높을수록 자산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자본력이 여의치 않아 자사주 매입‧소각에 조심스러운 경영 상황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CET1 비율이 13%를 하회하게 된 하나금융에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하나금융의 올 상반기 CET1 비율(12.79%)은 지난해 말(13.22%)보다 0.43%p(포인트) 하락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나금융은 CET1 비율이 주주환원 목표치인 13%를 밑돌아 여타 지주사들과 달리 공격적인 환원 정책을 추가로 제시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연초 가장 먼저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으나, 자본비율이 취약해지며 운신(행동할 수 있는 범위)의 폭이 작다”고 평가했다. 

또한, 설용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CET1 비율의 안정성을 고려하면 하나금융의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은 2025년 초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하나금융은 앞으로 공개할 밸류업 방안이 추가 업사이드(상승여력)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우리금융은 저조한 CET1 비율을 인정하고, 단계적으로 상향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우리금융 경영공시에 따르면 2025년까지 CET1 12.5%를 조기 달성하고, 핵심 자본비율 지표로 손실흡수능력 및 자본 안정성 척도를 파악해 중장기 타겟 보통주비율 13% 이상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도 오는 4분기 중 밝힐 밸류업 계획에 CET1 비율 제고 방안을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비율을 높이려면 증자나 이익잉여금 확대를 통해 분자인 총자본을 늘리거나, 강도 높은 RWA 관리를 통해 리스크를 줄여 CET1 비율을 제고하는 두 가지 방안이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안내공시가 늦어지는 것일 뿐, 주주환원이나 자사주 매입‧소각을 논의하고 활동해 온 것은 (다른 금융지주와) 동일할 것”이라며 “오는 공시에 CET1 비율 제고 내용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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