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와 일반 증권사의 부동산PF 익스포저 추이. 차트=한국기업평가
대형 증권사와 일반 증권사의 부동산PF 익스포저 추이. 차트=한국기업평가

국내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감소세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의 대손충당금과 이익창출력을 종합 고려할 때 부동산PF에 대한 부실완충력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한국기업평가 금융2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 증권사의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23조2000억원(자기자본 대비 32.8%)이다.

부동산 PF 시장 침체에 따른 신규투자 위축으로 지난해 3월말 기준 부동산 PF 익스포저인 24조9000억원(자기자본 대비 36.6%) 대비 7% 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말 증권사 본PF 신용공여(기업여신+우발채무) 규모는 지난해 16조원으로 지난해 3월기준과 비교했을 때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평가는 “자산 회수 규모가 크지 않은 가운데, 재무 여력을 보유한 일부 증권사가 우량 사업장에 대해 선별적인 투자를 지속한 결과”로 분석했다.

신용도 낮은 건설 시행사가 특정 부동산 개발사업장의 자금을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에 빌리다가 사업이 진행되면서 자산가치가 높아지고 사업성이 좋아져 위험이 줄면 제1금융권에서 저금리로 자금을 차입한다.

이때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차입금을 ‘브릿지론’이라고 한다.

지난해 말 증권사의 브릿지론 규모는 6조9000억원이다. 각 증권사가 부동산 금융 관련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등 신규 투자가 제한적이었던 상황에서 투자자금 회수 또는 기한이익상실(EOD) 등에 따른 상각 처리로 지난해 3월말 대비 1조원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증권사의 대손 충당금 규모는 2조7000억원으로, 2022년말 대비 1조3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충당금 커버리지(1개월 이상 연체채권 대비 대손충당금·준비금 등 적립율)는 대형사와 일반증권사 모두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해당 부동산PF 충당금커버리지 분석은 22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대형사로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을 대상으로 했으며, 일반증권사로는 ▲대신증권 ▲신영증권 ▲유안타증권 ▲한화투자증권 ▲교보증권 ▲하이투자증권 ▲현대차증권 ▲IBK투자증권 ▲BNK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DB금융투자 ▲SK증권 ▲다올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 ▲한양증권 등이 해당된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의 경우 2021년말 94%에 달했으나, 고정이하자산 규모가 빠르게 확대돼 지난해 말 62.9%로 하락했다.

대신증권 등 일반증권사의 경우엔 2022년 4분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적극적인 충당금 적립으로 2023년 3월말 83.2%까지 상승하였으나, 이후 대형사와 동일하게 고정이하자산 규모가 확대되며 재차 하락했다.

부동산PF 신용공여 만기분포. 차트=한국기업평가
부동산PF 신용공여 만기분포. 차트=한국기업평가

지난해 말 부동산PF 관련 신용공여 기준으로 살펴보면 일반증권사의 본PF 및 브릿지론 충당금 커버리지가 각각 56.2%, 70.5%로 대형사(각각 47.3%, 51.5%) 대비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한국기업평가는 “일반증권사 PF익스포저의 질적 위험이 대형사 대비 높은 가운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건전성 저하가 더 빠르게 나타나며 충당금 적립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기업평가는 각 증권사의 본PF 및 브릿지론에 내재된 위험 수준이 지난해 3월말과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지난해 말 기준 본PF 및 브릿지론 익스포저와 부실화 가능성을 반영해 예상손실액을 산출하였다.

4개의 시나리오를 적용해 증권사 부동산PF 익스포저의 손실예상액을 측정하고, 이를 통해 충당금 및 이익창출력을 고려해 부실완충력을 분석한 결과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함께 “다만, 대형사와 일반증권사 모두 개별기업별로 손실버퍼(충당금+순이익-예상손실액)의 편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증권사의 경우 완화된 시나리오 하에서도 대손비용 부담이 과도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이어 “부동산PF 외에 해외부동산 투자자산 평가손실과 금융상품판매 관련 비용이 늘어 이익변동성이 확대된 점도 부실완충력 측면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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