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충당금 적립 및 대출 증가로 이자이익 확대 ’시너지‘
부실채권 증가에도…금융지주들, 상반기 최대 순익 경신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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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가 올해 상반기 3조6005억원을 적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상 손실로 반영되는 충당금 규모를 줄인 동시에 2분기 대출이 몰려 이자이익이 확대된 결과가 반영돼 상반기 당기순이익 ‘11조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나타냈다.

28일 5대 금융 경영공시에 따르면 이들 금융지주의 상반기 충당금전입액은 총 3조6005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7678억원) 대비 24.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지주별로 구분하면 ▲신한금융(대손충당금전입액) 9876억원 ▲KB금융(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 9810억원 ▲우리금융 7757억원 ▲하나금융(대손충당금전입액) 5411억원 ▲NH농협금융(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 3151억원 순이다. 최근 KB금융에 ‘리딩금융’ 자리를 내준 신한금융의 충당금 규모가 가장 많았다. 

고금리, 부동산 시장침체 등 경기 충격 부담이 있는 환경 탓에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기조를 보였다. 특히, 충당금 적립의 대부분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건설업종 등을 중심으로 부실채권 정리 등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집중됐다.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은 대손충당금을 비롯해 ▲지급보증충당부채 ▲미사용약정충당부채▲금융보증계약부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응 충당금 등을 포함한다. 이는 금융사가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예상되는 채권을 미리 회계상의 비용으로 처리하는 회계 계정과목이다.

충당금은 결산 시 손실로 인식돼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준다. 충당금 적립 규모가 클수록 이익은 감소, 반대로 적립 규모가 적을수록 이익은 확대되는 반비례 관계에 있다.

이번처럼 충당금 적립 규모가 축소된 것은 미래 예상되는 부실 규모가 적은 상황으로, 금융지주들이 경기 충격을 이겨낼 체력이 충분하다는 상태를 의미한다.

◆KB금융, 상반기 순익 2조7815억원 ‘리딩금융’ 탈환

충당금 규모를 줄이면서 5대금융은 상반기 기준 11조106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역대 최대 이익을 달성했다. 앞서 최고치를 경신했던 전년 동기(10조8882억원) 대비 2%(2182억원)가량 웃도는 실적이다. 

KB금융은 상반기 2조7815억원의 순이익을 남기며 ‘리딩금융’ 왕좌를 탈환했다. 이어 ▲신한금융 2조7470억원 ▲하나금융 2조687억원 ▲우리금융 1조7554억원 ▲NH농협금융 1조7538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했음에도 자산건전성 지표는 나아지지 않은 모습이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상반기 기준 5대 금융의 고정이하여신(NPL)은 대부분 전년보다 20~45%가량 증가해 총 12조3930억원에 달했다.

금융기관은 여신을 현 상태를 기준으로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구분한다. 고정이하여신은 이 가운데 ▲고정 ▲회수의문▲추정손실 여신을 말하며 부실채권(NPL)이라 부른다. 회수불능이 확실해 손실처리가 불가피한 추정손실과 연체여신 중 손실이 예상되는 회수의문, 담보처분을 통해 회수가능한 것으로 예상되는 고정 여신을 합한 것이다.

금융지주별 NPL은 ▲KB금융 3조920억원 ▲신한금융 2조8120억원 ▲하나금융 2조3670억원 ▲우리금융 2조1482억원 ▲NH농협금융 1조9738억원 등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순이익이 개선된 점은 눈여겨 볼 만하다. 시장에선 “충당금 규모를 줄인 동시에 2분기 대출 증가세로 이자이익이 확대되며 건전성 지표를 일부 커버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5대 금융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4% 불어난 총 25조1144억원이다. 이에 금융지주 관계자들은 “고금리 속에서도 가계와 기업 대출 수요가 모두 늘어 이자이익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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