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이라는 전시 기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지만, 생각해 보면 모든 예술 작품은 천천히 소멸하고 있습니다. 밖에 있는 석조물을 보세요. 그 환경으로 인해 끊임없이 마모되고 있잖아요. 아마 수천 년 후에는 사라질 거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서 있는 이 땅도 사라질 거고요. 이런 작품을 통해 시간에 대한 우리의 개념을 되돌아볼 수 있을 겁니다.” 하이라이트는 로비와 전시장 벽 위에 그린 파스텔 벽화 5점이다. ‘폭포’ ‘동굴’ ‘나무 기둥’ ‘산’ ‘구름’으로 명명된 이 벽화들은 파스텔의 섬세하고, 동시에 강렬한 색채로 공간을 새롭
베니스 비엔날레 국가관에 작품을 전시하며 주목받고 있는 오지윤 작가가 올해 제23회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이하 키아프에 대형 작품을 다수 출품한다.이번 키아프에서 오 작가는 ‘존엄’을 포함한 대작 3점과, 소품 등을 공개했다.특히 ‘2058#20 존엄’2020은 인간의 고유 가치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외부 환경이나 사회적 요소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인간의 존엄성을 표현하고 있다. 검은색 배경은 사회적 환경이나 어려움을 의미하며, 그 안에 빛나는 순금의 사각형은 인간 본연의 가치를 상징하는 시각적 메타포다. 단순 색채 대비를 넘어,
어슬어슬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각 오후 6시. 이름이 ‘태양’이라서일까? 그가 선글라스를 낀 채 ‘기도’ 무대를 펼친다. 절도 있는 춤과 당시 유행한 오토튠 보컬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곡이다. ‘렛 미 세이 어-오Let me say Uh-Oh / 널 향해 외치는 맘 / 사랑이란 두 글자로는 너무 부족한 / 렛 미 세이 어-오 / 나 아닌 네가 내 안에 살아 숨 쉬고 있어’. 지난 2008년 발매된 첫 솔로앨범 ‘핫Hot’에 수록된 이 노래가 단독 콘서트에서 다시 울려 퍼진 것은 약 14년 만의 일이다. “이번 콘서트는 여러분께서 듣고
“관람객이 제 작품에서 구체적인 뭔가를 찾는 게 싫어요. 애매모호한 대로 그냥 봤으면 좋겠는데⋯.” 금호 창작스튜디오 제15기·제16기 입주작가이자 제19회 금호 영아티스트 작가인 박다솜의 입장은 이렇다. 정덕현 작가는 여기에 이런 반론을 펼친다. 모름지기 작가와 관람객은 서로 ‘동상이몽’인 존재라는 것이다. 금호 창작스튜디오 제13기·제14기인 그는 “그림이 완성되면 작가의 역할은 그걸로 끝”이라며 “그 평을 듣고 ‘그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는 게 전시의 재미지 싶다”고 밝혔다. 1980년대 출생인 ‘금호의 친구들’이 서울 종로
“프리즈 서울과 아모리쇼가 서로 일정이 겹치기는 하죠. 그렇다고 이것을 바꿀 계획은 아직 없어요. 둘은 전혀 다른 아트페어니까요. 참여 갤러리도 거의 겹치지 않습니다. 정체성이 달라요.”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키아프 서울·프리즈 서울 2024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프리즈가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아모리쇼를 의식해 프리즈 서울의 개최 날짜를 바꾸지 않겠냐는 일부 관측에 관해 이런 답을 남겼다.지난해 프리즈는 뉴욕 아모리쇼와 엑스포 시카고를 인수하며 아트페어의 위상을 더욱
서울시립미술관SeMA이 2024년 하반기 전시로 대규모 소장품 주제 기획전 ‘SeMA 옴니버스’를 순차 개막한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본관 및 분관을 연결해 개최하는 대규모 소장품 기획전은 지난 1988년 개관 이래 이번이 최초다.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140여 점을 중심으로 커미션 신작, 대여작, 미술관 아카이브 등 총 350여 점이 7월부터 8월까지 공개될 예정이다.서소문본관끝없이 갈라지는 세계의 끝에서·북서울미술관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남서울미술관제9행성·미술아카이브아카이브 환상에서 펼쳐지는 이들 전시는 각각 ▲자본주의
“저는 알래스카 주노 출신이에요. 성장 과정 중 어업과 깊은 연관을 맺었죠. 배에서 생활하고 물 위에서 일했던 시간이 작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던 차 황해의 조수 간만의 차를 알게 됐고, 썰물이 빠져나가며 바닷물이 걸러지는 그 과정이 제 그림 그리는 방식과 내용에 어떤 반향을 미칠지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코오롱 스페이스K 서울이 오는 11월 10일까지 미국작가 카일리 매닝의 개인전 ‘황해Yellow Sea’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매닝은 최대 9미터m에 달하는 황해의 조수 간만 차에 주목, ‘넘쳐흐르던 잔
멤버 안유진이 그룹 아이브의 곡 대신 리틀믹스 ‘우먼 라이크 미Woman Like Me’에 맞춰 춤을 선보인다. 타 아이돌 공연에도 으레 등장하는 유닛 무대를 통해서다. 최소 4명에서 많게는 10명 이상도 한 팀으로 묶이는 K팝 특성상, 이 무대는 개개의 색다른 매력을 ‘구경’하는 일종의 장기 자랑이다. 선곡뿐 아니라 춤과 의상도 자못 다른 매력을 공개하는 게 이것의 묘미. 평소 밝고 활기찬 웃음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던 안유진도 이 경우만큼은 분위기가 전과 달랐다.세기말 트리니티가 떠오르는 몸에 딱 밀착된 가죽 의상과 함께, 동료
《리뷰》선왕의 갑작스러운 서거 후 조사위원회가 꾸려지고 사건은 합리적으로 일단락된다. 그 결과 숙부 클로디어스김수현 분가 서열 1위 공주 햄릿이봉련 분을 제치고 대신 왕위를 계승하며, 더욱이 어머니인 왕비 거트루드성여진 분는 그와 재혼해 다시 왕비가 된다. 장례식과 결혼식의 교차에 혼란에 빠진 햄릿. 이에 햄릿은 의심을 품고 그 죽음의 진실을 밝혀내려 앞장서는데⋯.부새롬, 정진새 / 영국-윌리엄 셰익스피어 / 135분 /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메랄드빛 조명이 무대를 비추고, 저승 가는 길고 얄따란 문이 열리며, 등장인물이 그 출구로
한국이 주도하는 전 세계 발달장애 화가 합동 전시회인 아트패러ArtPara가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에 맞춰 오는 9월 파리 OECD 본부에서 개최된다고 최근 장애인과오대륙친구들이 밝혔다. 전 세계 30개국, 발달장애 화가 80명의 작품 100점이 내달 2일부터 이곳에 열흘 동안 전시된다. 개막식에는 마티아스 코먼 OECD 사무총장과 최상대 OECD 한국대표부 대사를 비롯해 전시에 참여하는 30개국 대사가 초청됐고, 한국 전통무용 공연이 열릴 예정이다.아트패러의 ‘패러Para’는 ‘옆에’ ‘나란히’ ‘함께’라는 의미를 갖는다.
‘디즈니 100년 특별전’이 10월 서울 강남구 K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다고 주최사 엑시비션허브가 5일 밝혔다. 미국 시카고·독일 뮌헨·영국 런던 등에 이어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전시다.월트디즈니컴퍼니 컬렉션 중 약 250점이 총 9개 테마로 소개되며, 그중 ▲영화 대본 및 소품과 의상 ▲서신, 노트 등 월트 디즈니 개인 소지품 ▲테마파크 관련 전시품 등이 포함된다. 디즈니 소유 지식재산권IP인 영화 ‘스타워즈’와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도 같이 만날 수 있다.‘마블: 유니버스 오브 슈퍼 히어로’ ‘스파이더맨: 비욘드 어메이징’ 등을
미디어아트 특별전 ‘빛과 인간을 담아내다’가 오는 8월 9일부터 11월 17일까지 열린다고 지난 29일 LG아트센터가 밝혔다. 공연장에 따르면 총 170여 개 팀이 LG아트센터 서울 개관 1주년 ‘미디어아트 신진작가 공모전’에 참여했으며, 그중 5개 팀의 당선작이 금번 공개된다.구기정 작가 ‘매크로 하이브리드 풍경Macro Hybrid Scenes’, 류성실 작가 ‘불을 사냥하는 사람들The Flame Chasers’, 보비스투스튜디오 ‘콘크리트 오페라’ ‘콘크리트 오페라_테라스’, 소프트매러즈 ‘태양의 파빌리온Pavilion of
“특히 내년부터 달오름극장은 대관을 배제할 생각입니다. 자체 기획과 공동 주최로 제작 극장의 면모를 더 확실히 하겠습니다.”국립극장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4-2025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이하 2024-2025 시즌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취임 2년 차인 박인건 국립극장장은 “국립극장의 정체성은 정통을 기반으로 동시대적 예술 창작을 쌓아 올리는 것이다. 제작 극장도 우리의 정체성이다. 연습실과 공연장, 예술 단체 등을 다 갖추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제가 처음 부임했을 때는 무대 셋업이
《리뷰》김태훈, 노지현, 오민영 / 미국-레플리카 / 145분 / 디큐브링크아트센터재즈, 술, 욕망, 폭력, 범죄, 그리고 돈이면 뭐든지 가능했던 1920년대 시카고. 거리에는 유흥과 환락이 넘쳐 나고, 범죄를 저지르고도 거리낌 없는 냉혈한 살인자가 만연하다. 한편 시카고 쿡 카운티 교도소에는 자극적인 범죄와 살인을 저지른 여죄수들이 수감돼 있다. 보드빌 배우였던 벨마 켈리윤공주 분는 그녀의 남편과 여동생을 살인한 교도소 최고의 스타 여죄수다. 그러나 정부情夫를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 들어온 코러스 걸 록시 하트티파니 영 분가 그 벨
“다음에는 더 큰 데서 더 많은 마이MY·팬덤명분들과 함께하는 게 제 소망입니다.” 그룹 에스파 윈터는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두 번째 월드투어 ‘싱크: 페럴렐 라인SYNK: PARALLEL LINE’에서 “아직 이번 콘서트에서 보여 드리지 못한 모습이 많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29일부터 30일까지 이들은 1만 2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카리나는 “기깔난 시간 보내자”는 말로 팬들의 기대를 높였다. 4집 미니앨범 타이틀곡 ‘드라마Drama’에 이어 1집 정규앨범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국립현대미술관이 레지던시 20주년을 맞아 ‘MMCA 레지던시의 날: 밋 업!’을 오는 27일과 28일 양일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어느덧 20주년을 넘어서는 국립현대미술관 레지던시는 수많은 작가가 작품 세계를 향상할 수 있는 예술 창작의 충전소가 돼 왔다”며, “앞으로도 국내·외 예술가와 적극적인 교류의 장을 마련해 우리 작가들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의지를 천명했다.‘MMCA 레지던시의 날: 밋 업!’은 20년 레지던시 활동과 성과를 짚어 보는
덴마크 출신 수퍼플렉스SUPERFLEX는 1993년 야콥 펭거, 브외른스테르네 크리스티안센, 라스무스 닐슨이 설립한 3인조 컬렉티브 작가 그룹이다. 사회 불합리성과 그 근원을 파헤친 작품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대중으로 하여금 범세계적 담론에 대한 예술적 고민에 참여하도록 유도, 이러한 상호 작용을 통해 폭넓은 통찰의 공유를 가능하게 한다. 국제갤러리는 6월부터 오는 7월 28일까지 그룹 수퍼플렉스의 개인전 ‘피시 앤드 칩스Fish & Chips’를 본관 K1과 K3에서 개최한다. 수퍼플렉스전展은 2019년 부
지난 2일(현지 시간) 첼리스트 최하영이 미국 뉴욕 카네기홀 데뷔 리사이틀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한국메세나협회가 전했다.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 1위를 수상, 그간 세계 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친 최하영이다.이번 공연은 그를 미국 클래식 음악 시장에 확실히 각인한 무대였다.이날 최하영은 피아니스트 알림 베셈바예프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80분간 브리튼·풀랑크·드뷔시의 첼로 소나타 등을 연주했다. 관객 600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최하영은 뛰어난 연주 실력과 무대 매너로 큰 호응을 받았다.객석에는 최하영
1923년 태어난 카를로스 크루즈 디에즈는 예술적 창의력과 과학적 호기심을 결합해 빛과 색의 상호 작용을 연구한 프랑스 예술가다. 색채 현상에 대한 그의 집요한 연구는 디에즈를 ‘20세기 마지막 색 사상가’로 자리 잡게 했다. 전시를 앞두고 장윤진 큐레이터는 “색이 서로 부딪혀 눈에 들어오는 ‘현상’ 그 자체가 작품이라고 생각했던 거장”이라고 작가를 설명했다. 물감의 색소가 아닌 그것이 공간에 방사되며 눈에 인식되는 색상에 집중한 작가라는 것이다.예술의전당이 반디트라소 라틴커뮤니케이션과 함께 디에즈 탄생 100주년 기념전 ‘RGB,
갤러리 향원재가 내달 1일부터 14일까지 민화작가 김효순 초대전 ‘생활 속의 민화’를 개최한다고 30일 밝혔다. 민화는 조선 시대 우리 조상의 소망과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이상이 표현된 그림이다.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힘이 있고, 설명하지 않아도 와닿는 정서가 담겨 있다.갤러리 측은 “여기에 창조성이 더해지고 형식이 변화하며 작가 고유의 개성과 스타일이 담긴 민화가 창조되고 있다”고 이번 전시의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대학교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한 김효순은 전통 미학에 조형의 변주를 더해 독창적 작품을 창조하는 것으로 유명한 작가.갤러
유형학적 사진의 대가 베른트 베허, 힐라 베허 부부로부터 수학해 ‘베어 학파’ 1세대로 불리는 칸디다 회퍼는 지난 약 50년간 문화적 장소, 특히 인간이 부재한 건축을 주제로 이것을 그만의 세밀한 구도로 구현해 온 독일 출신 사진작가다. 이런 부재의 부각은 오히려 공연장, 박물관 등 공적 공간이 상정한 인간의 가멸찬 사회 활동의 역설적 강조를 불러일으켰다.“일부 디테일만 편집할 뿐 필요한 건 렌즈에 다 찍히니까요. 그래서 카메라를 어디에 둘지 위치가 제일 중요하죠. 현실과 미학의 균형에 관해 물으신다면 그런 내용은 아닙니다.”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