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미술관서 10월 27일까지

박다솜, ‘지금의 화면’전 전경. 사진=금호미술관
박다솜, ‘지금의 화면’전 전경. 사진=금호미술관

“관람객이 제 작품에서 구체적인 뭔가를 찾는 게 싫어요. 애매모호한 대로 그냥 봤으면 좋겠는데⋯.” 금호 창작스튜디오 제15기·제16기 입주작가이자 제19회 금호 영아티스트 작가인 박다솜의 입장은 이렇다. 정덕현 작가는 여기에 이런 반론을 펼친다. 모름지기 작가와 관람객은 서로 ‘동상이몽’인 존재라는 것이다. 금호 창작스튜디오 제13기·제14기인 그는 “그림이 완성되면 작가의 역할은 그걸로 끝”이라며 “그 평을 듣고 ‘그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는 게 전시의 재미지 싶다”고 밝혔다. 1980년대 출생인 ‘금호의 친구들’이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에 다시 모였다. 오는 10월 27일까지 금호미술관은 회화를 주제로 금호 창작스튜디오 및 금호 영아티스트 출신인 작가 총 7명의 기획전을 연다. 그들이 그리는 ‘지금의 화면’에 주목한다.

작가가 그를 둘러싼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며, 그 본질을 ‘화면’에 담아내는지를 조명하는 전시다. 인물과 사물이 혼재되고, 다층적 이야기를 탐구하며, 당연히 회화의 다양성을 고찰한다.

예술로써 사고와 개념, 경험이 확장되는 증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소원한 박다솜 작가는 몸에 관한 고찰을 천과 종이의 물성을 매개로 풀어내는 작가. 그는 “‘수틴의 소’2024라는 작품을 주목해 달라”며 출발점을 소개했다. 제13회 금호 영아티스트 장종완 작가는 인간이 가진 맹목적인 믿음과 욕망의 사유를 희화화된 낙원으로 표현한다. 3층 방을 들어서는 순간 ‘만약 은하계에 라즈베리 향이 난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시작된 ‘베리 밀키 웨이’2023가 시선을 붙잡는다.

금호 창작스튜디오 제11기·제12기 서민정 작가는 죽음이 남긴 공허함과 정적만이 감도는 새벽의 시간에서 이동 및 여정이라는 주제를 탐구하고, 제14회 금호 영아티스트 최수인 작가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편과 긴장을 자연물로 형상화한다. “인간에 대한 오해가 없는 건 오직 자연뿐이죠. 그렇기에 자연의 의인화를 시도했습니다.” 한편 서 작가는 부친의 유품인 한국야생화대백과, 한국버섯대백과 등을 작품 소재로 삼았다며 ‘망초’ 연작을 언급했다. 새벽은 가라앉고 다른 세계로 가는 시간이다. 그가 어느 날 아버지의 임종 예고를 들으며 떠올린 생각이다.

정덕현 작가는 어둠 속에 희미하게 드러나는 사물의 초상을 통해 객관적 시각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금호 창작스튜디오 제12기·제13기 권혜경 작가는 모티브를 기호화한 추상화로 그림에 새로운 회화적 방식을 시도한다. 정 작가의 최근 작업물은 ‘낯선 사물’ 연작2024. 그에 따르면 관람객이 저마다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추리하는 게 ‘재미’인 작품이란다. 개개가 자신의 개인적이고 내밀한 사연을 저 사물과 연결하도록 하는 장치인 셈이다.

금호 창작스튜디오 제3기이자 제15회 금호 영아티스트인 지희킴 작가는 정원이라는 개념에 주목, 기이한 식물 이미지로 다양한 시각적 감각을 구현한다. 작업실을 강서구 마곡동으로 옮겼다는 작가는 불현듯 그곳 서울식물원에서 참 많은 위로를 받았다며 그래서 더 좋았다고 비화를 설명했다. 식물의 강인한 생명력과 원초적인 색에 이끌린 작가는 ‘정원’ 연작2022~에서 비정형적 인간의 몸을 은유한다. ‘악랄한’2024, ‘완전히 매료된’2023처럼 감정을 작품의 제목으로 붙였다. 동시대 회화의 면면을 짚는 이 전시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지희킴, ‘지금의 화면’전 전경. 사진=금호미술관
지희킴, ‘지금의 화면’전 전경. 사진=금호미술관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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