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파티 개인전 ‘더스트’
2025년 1월까지 호암미술관서

작가 니콜라스 파티. 사진=연합뉴스
작가 니콜라스 파티. 사진=연합뉴스

“넉 달이라는 전시 기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지만, 생각해 보면 모든 예술 작품은 천천히 소멸하고 있습니다. 밖에 있는 석조물을 보세요. 그 환경으로 인해 끊임없이 마모되고 있잖아요. 아마 수천 년 후에는 사라질 거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서 있는 이 땅도 사라질 거고요. 이런 작품을 통해 시간에 대한 우리의 개념을 되돌아볼 수 있을 겁니다.” 

하이라이트는 로비와 전시장 벽 위에 그린 파스텔 벽화 5점이다. ‘폭포’ ‘동굴’ ‘나무 기둥’ ‘산’ ‘구름’으로 명명된 이 벽화들은 파스텔의 섬세하고, 동시에 강렬한 색채로 공간을 새롭게 환기한다.

전시가 끝나면 “공기 속 먼지”처럼 사라지는 운명을 지닌다. 이런 예술 작품에는 시적인 면이 있다는 것이 작가의 지론이다.

삼성문화재단이 내년 1월 19일까지 스위스 작가 니콜라스 파티의 개인전 ‘더스트Dust’를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파티의 기존 회화 및 조각 48점, 신작 회화 20점, 그리고 특별 제작된 벽화를 리움미술관 고미술 소장품과 함께 선보인다. 이로써 시대와 문화를 넘나드는 예술적 교류를 조명한다.

파티는 최근 열린 언론공개회에서 “벽화의 일시성을 좋아한다”며 “그 일시성이 전시 전반에 담긴 멸종과 불멸, 또는 한국 고미술품과 연관되는 죽음과 소멸에 잘 연결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어로 ‘프롬 더스트 투 더스트From Dust to Dust’라는 말이 있다. 먼지에서 먼지로 간다는 말이다. 내 벽화가 그걸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前)‘금동 용두보당’(고려, 10~11세기, 청동·도금, 104.3 X 20.9 X 16cm, 리움미술관, 국보). (後)‘산’(2024, 벽에 소프트 파스텔, 350 X 800cm, 니콜라스 파티). 사진=김상태
(前)‘금동 용두보당’(고려, 10~11세기, 청동·도금, 104.3 X 20.9 X 16cm, 리움미술관, 국보). (後)‘산’(2024, 벽에 소프트 파스텔, 350 X 800cm, 니콜라스 파티). 사진=김상태

그간 파티는 그라피티, 영화, 그래픽 디자인 등 다양한 배경을 바탕으로 회화, 조각, 설치미술을 아우르는 독창적인 작업을 전개해 왔다.

그의 작품은 고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미술사적 모티프를 자유롭게 샘플링, 특히 18세기 유행한 파스텔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전시 제목 ‘더스트’가 여기서 나왔다. 마치 나비 날개의 인분처럼 파스텔이 지닌 일시적이고 연약한 속성에서 착안했다. 인간과 자연, 문명의 소멸을 탐구한다.

파티는 ‘십장생도 10곡병’ ‘군선도’ 등 조선 고미술품을 참조, 신작 초상 8점을 제작했다. 상상의 팔선을 형상화했으며, 다양한 동물과 상징을 재치 있게 결합해 상상력을 자극한다.

‘공룡’ 연작은 ‘청동운룡문 운판’에 묘사된 상상의 동물이자 불법을 수호하는 용과 조우한다.

동서고금의 상징적 이미지를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엮어 내는 것이다.

작가는 “한국 고미술품을 이 전시에 포함하는 걸 기획 초기부터 핵심으로 삼았다”며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리움의 소장품을 살펴봤고, 수장고에 있는 ‘십장생도’까지 보며 뮤지엄팀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개중에는 내가 먼저 제안한 작품도 몇 개 있다”고 말했다.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잖아요. 지식 축적이 이 발전을 야기하고 있고요. 하지만 문화·예술은 양상이 다르죠. 과거부터 경험이 축적됐다고, 그게 더 나은 다음을 담보하진 않습니다. 대신 우리 자신을 새로운 식으로 돌아보게 하는 효과가 있죠. 이것의 아름다움과 시적인 면, 다양한 감정이야말로 인류가 가진 질문에 대한 진정한 해답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용인=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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