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플렉스 개인전 ‘피시 앤드 칩스’
7월까지 국제갤러리 본관 K1, K3서
덴마크 출신 수퍼플렉스SUPERFLEX는 1993년 야콥 펭거, 브외른스테르네 크리스티안센, 라스무스 닐슨이 설립한 3인조 컬렉티브 작가 그룹이다. 사회 불합리성과 그 근원을 파헤친 작품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대중으로 하여금 범세계적 담론에 대한 예술적 고민에 참여하도록 유도, 이러한 상호 작용을 통해 폭넓은 통찰의 공유를 가능하게 한다.
국제갤러리는 6월부터 오는 7월 28일까지 그룹 수퍼플렉스의 개인전 ‘피시 앤드 칩스Fish & Chips’를 본관 K1과 K3에서 개최한다. 수퍼플렉스전展은 2019년 부산점 전시 이후 5년 만이며, 서울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후와 경제 시스템 사이의 관계성을 살피는 동시에, 도래할 전 인류적 위기의 잠재적 해결 방안으로서의 종간 관계에 관한 사변적 고찰을 조명한다.
제목 ‘피시 앤드 칩스’는 해양 생물 및 마이크로칩 회화 속 데이터의 거래라는 두 모티프의 유머러스한 조합이다.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 간의 조우의 장을 열고자 하는 이들은 이번을 기회로 유동적 생태 세계에 대한 독자적 비전을 공유하고, 이를 저항과 회복의 모델로 제안한다.
“이 공간은 조명 작업으로만 빛이 납니다. 도시 간판처럼 보이기 위해 유리창도 활용했고요. 조명 3개를 한번에 사용한 것은 처음인데요. 조명들이 서로서로 반응하기를 바랐던 마음에서였죠.” K1 전시장에 들어서는 관람객은 가장 먼저 ‘세이브 유어 스킨Save Your Skin’ ‘메이크 어 킬링Make a Killing’ ‘홀드 유어 텅Hold Your Tongue’2024이라는 작품 3점을 마주한다. 일상의 흔한 관용구를 텍스트 기반인 LED 설치 작업으로 변모시킨 것들이다. 이 분홍빛 조명은 경제 체계의 붕괴를 암시하는 듯하며,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로 전시의 진정한 시작을 알린다.
K1 다른 공간에는 마이크로칩 모양에서 착안해 흰색 캔버스 위에 파편적으로 배치한 단색조 회화 시리즈 ‘칩스Chips’2023~2024가 전시돼 있다. 화폐 송금부터 데이터 교환까지 다양한 종류의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상징하는 마이크로칩의 디자인을 추상적 모티브로 활용했다.
K3 전시장에는 수중 세계를 무대로 한 작품들이 놓여 있다. 1관의 경제적 비평이 기후 위기를 대비한 생태학적 영역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현재 기준으로는 인간을 위한 조각이지만 미래에는 물고기를 위한 작업”인 ‘애즈 클로즈 애즈 위 겟As Close As We Get’2024은 모듈 형태의 천연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면 아래 기반 시설을 향한 작가들의 관념적 상상을 반영한다.
인터랙티브 영상 ‘버티컬 마이그레이션Vertical Migration’2021은 해파리의 친척인 사이포노포어의 상승을 묘사하는 작품이다. 매일 밤 먹이를 찾으러 수면으로 올라오는 수조마리의 바다 생물처럼 앞날에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간도 수직 이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이들은 예상한다. 수퍼플렉스는 “실험에서 발견한 점은 예상보다 어류도 지능이 높다는 것”이라며 “생명 다양성의 이해라는 측면을 고민했다. 다시 살아나려면 수십억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인간이 아닌 존재를 마주하면 인간인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하며 작업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움직임에 직접 반응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됐다. 관람객이 빠르게 이동하지만 말고 작품에 더 시간을 들이길 바랐다는 수퍼플렉스는 “어느 순간 화면에 잠식되고, 그 화면 안에서 사이포노포어의 시선으로 앞의 조각‘애즈 클로즈 애즈 위 겟’을 보게 되는 셈”이라고 관람 팁을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