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디에즈 ‘RGB, 세기의 컬러들’展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서 9월 18일까지

‘색 포화(Chromosaturation)’(1965/2017, 크루즈 디에즈). 사진=팜스프링스 아트뮤지엄, 랜스 거버
‘색 포화(Chromosaturation)’(1965/2017, 크루즈 디에즈). 사진=팜스프링스 아트뮤지엄, 랜스 거버

1923년 태어난 카를로스 크루즈 디에즈는 예술적 창의력과 과학적 호기심을 결합해 빛과 색의 상호 작용을 연구한 프랑스 예술가다. 색채 현상에 대한 그의 집요한 연구는 디에즈를 ‘20세기 마지막 색 사상가’로 자리 잡게 했다. 전시를 앞두고 장윤진 큐레이터는 “색이 서로 부딪혀 눈에 들어오는 ‘현상’ 그 자체가 작품이라고 생각했던 거장”이라고 작가를 설명했다. 물감의 색소가 아닌 그것이 공간에 방사되며 눈에 인식되는 색상에 집중한 작가라는 것이다.

예술의전당이 반디트라소 라틴커뮤니케이션과 함께 디에즈 탄생 100주년 기념전 ‘RGB, 세기의 컬러들’을 오는 6월 1일부터 9월 18일까지 한가람미술관에서 연다.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와 크루즈디에즈재단의 협력으로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프로젝트의 한국 전시다. 

전시는 작가가 생전 평생 진행한 색에 관한 8가지 연구 중 빛의 삼원색인 빨간색, 녹색, 파란색 RGB 인공조명이 삼분할로 이루어진 ‘색 포화Chromosaturation1965/2024, 시·지각 인식 과정을 정교히 계산하고 모듈화해 그 효과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색 추가Couleur Additive1959 ‘색채 유도Induction Chromatique1963 ‘공간의 색Couleur à l’Espace1965 시리즈의 평면 작품, 관람객이 도형의 모양과 선의 색을 직접 조절하며 스스로 새로운 화면을 구성하는 소프트웨어 콘셉트의 ‘색채 경험 프로그램Interactive Chromatic Random Experience1995 등으로 구성됐다.

여러 색의 선을 일정 규칙으로 반복하거나 여러 각도로 겹쳐 놓는 그의 평면 작품은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옵아트 및 작품 자체가 움직이는 예술 장르인 키네틱 아트의 영역을 넘나들며 형태의 도움 없이도 존재할 수 있는 자율적이고 진화적인 실제로서의 색을 보여 준다. 

색에 집중하려는 노력으로 회화를 포기하는 대신 색의 메커니즘에 골몰한 디에즈의 예술관은 작가의 가족을 통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또 작가와 한국과의 인연도 상당하다. 크루즈디에즈스튜디오 대표이자 아들인 카를로스 크루즈 디에즈 주니어는 “아버지께서 두 기념비적 작품 1988년 서울의 ‘물리적 색채 양면 조각Physichromie Double Face’과 2002년 용인의 ‘나선형 색채 유도Spiral Chromatic Induction’를 제작하며 매우 즐거워하셨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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