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브 ‘쇼 왓 아이 해브’ 서울 앙코르
왜 최정상급 걸그룹인지 증명한 공연
구성 및 무대 장치 등 시스템 발전해야

그룹 아이브.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그룹 아이브.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멤버 안유진이 그룹 아이브의 곡 대신 리틀믹스 ‘우먼 라이크 미Woman Like Me’에 맞춰 춤을 선보인다. 타 아이돌 공연에도 으레 등장하는 유닛 무대를 통해서다. 최소 4명에서 많게는 10명 이상도 한 팀으로 묶이는 K팝 특성상, 이 무대는 개개의 색다른 매력을 ‘구경’하는 일종의 장기 자랑이다. 선곡뿐 아니라 춤과 의상도 자못 다른 매력을 공개하는 게 이것의 묘미. 평소 밝고 활기찬 웃음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던 안유진도 이 경우만큼은 분위기가 전과 달랐다.

세기말 트리니티가 떠오르는 몸에 딱 밀착된 가죽 의상과 함께, 동료 이서와 듀엣으로 “네가 날 흥분시킬 때가 좋아Love it when you turn me on” 등의 가사를 소화했다. 소위 ‘초통령’으로 불리는 아이브이기에, 많은 초등학생 관객이 그런 안유진을 보며 목이 터져라 환호성을 보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아이브 첫 월드투어 ‘쇼 왓 아이 해브SHOW WHAT I HAVE’ 서울 앙코르 공연이 열렸다. 아이브는 2021년 12월 데뷔, ‘아이 해브I HAVE’의 축약형을 팀명으로 내세우며 ‘가진 모든 것을 당당히 보여 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후 3집 싱글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 1집 정규앨범 ‘아이해브 아이브I’ve IVE’, 1집 미니앨범 ‘아이브 마인I’VE MINE’, 2집 미니앨범 ‘아이브 스위치IVE SWITCH’로 4연속 밀리언셀러를 달성했고, 지난해 10월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월드투어를 시작했다. 앙코르까지 포함, 약 10개월간 아시아, 미주, 유럽 등 19개국 27개 도시에서 총 37회에 걸쳐 투어를 이어 가고 있다.

특히 이번 앙코르에서는 밴드 세션이 합류해 더 풍성한 음악적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날 이들은 1집 정규앨범 타이틀곡 ‘아이 엠I AM’을 시작으로, 데뷔곡 ‘일레븐ELEVEN’, 1집 미니앨범 선공개 타이틀곡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 2집 미니앨범 타이틀곡 ‘아센디오Accendio’ ‘해야HEYA’, 2집 싱글 타이틀곡 ‘러브 다이브LOVE DIVE’, 1집 정규앨범 선공개 타이틀곡 ‘키치Kitsch’, 3집 싱글 타이틀곡 ‘애프터 라이크’까지 ‘배디Baddie’와 ‘이더 웨이Either Way’를 제한 총 8곡의 대표곡을 열창했다. 유닛 무대에서는 가을과 레이가 그룹 스파이스걸스의 ‘워너비Wannabe’ 등을, 장원영과 리즈가 영화 ‘라푼젤’ 삽입곡 ‘웬 윌 마이 라이프 비긴?When Will My Life Begin?’을 불렀다. 순간 무대를 디즈니랜드로 뒤바꾼 장원영은 “전부터 디즈니 공주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번에 또 다른 ‘케미’를 전달해 기쁘다”고 말했다.

그중 ‘아센디오’ ‘러브 다이브’ ‘키치’ ‘애프터 라이크’ ‘해야’가 후반부 배치돼 어린 다이브DIVE·팬덤명는 물론, 같이 온 보호자도 자녀와 즐길 수 있는 선곡이 순차로 펼쳐졌다. 멤버들은 국내 최정상급 걸그룹답게 이 모든 댄스곡을 무리 없이 소화해 냈다. 반면 공연 구성은 그 역량에 채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 관객과의 소통 시간인 ‘멘트’가 총 7번, 나중에는 그 주고받기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다. 이를 막고자 보통 ‘VCR’이라는 특별 영상을 제작하는데, 아이브는 중간 VCR이 2편에 불과했다. 이동차 외에 특별 장치가 거의 없는 것도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상쇄하는 것은 시스템이 아닌, 결국 사람이다. 6명은 무대 위 노래하는 가수면서, 타깃층인 초등학생이 과거 가지고 놀던 미미, 쥬쥬 혹은 바비 인형의 현신이었다. 그들이 좋아할 만한 의상 및 장신구로 온몸을 휘감고 “우리는 다이브뿐”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지난 10개월 동안 여러 무대에 올랐는데요. 오늘 제일 다이브분들께 힘을 받고 간다고 진심으로 느꼈어요. 저도 여러분께 힘을 드렸다면 좋았을 텐데, 제가 잘 전달했을까요? 와 줘서 고맙고, 오늘을 절대 잊지 않을게요. 우리 평생 ‘영원’해요, 약속!” 장원영의 말이다.

공연은 시야 제한석까지 추가 개방, 10일부터 11일까지 양 회차 전석 매진되며 총 1만 65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내달 4일과 5일에는 도쿄돔에서 최종장인 일본 앙코르 공연을 연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