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이트 이어’ 서울공연
토일 양일 올림픽홀 전석 매진
지드래곤까지 빅뱅 全員 무대에

가수 태양. 사진=더블랙레이블
가수 태양. 사진=더블랙레이블

어슬어슬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각 오후 6시. 이름이 ‘태양’이라서일까? 그가 선글라스를 낀 채 ‘기도’ 무대를 펼친다. 절도 있는 춤과 당시 유행한 오토튠 보컬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곡이다. ‘렛 미 세이 어-오Let me say Uh-Oh / 널 향해 외치는 맘 / 사랑이란 두 글자로는 너무 부족한 / 렛 미 세이 어-오 / 나 아닌 네가 내 안에 살아 숨 쉬고 있어’. 지난 2008년 발매된 첫 솔로앨범 ‘핫Hot’에 수록된 이 노래가 단독 콘서트에서 다시 울려 퍼진 것은 약 14년 만의 일이다. “이번 콘서트는 여러분께서 듣고 싶어 하시는 여러 많은 곡과 제가 그동안 무대에서 보여 드릴 기회가 잘 없던 곡으로 구성해 봤습니다. 아시는 노래 나오면 크게 따라 불러 주세요. 준비됐죠?”

가수 태양의 다섯 번째 단독 콘서트이자 세 번째 월드투어 ‘더 라이트 이어THE LIGHT YEAR’의 서울공연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개최됐다. 예매 시작 5분 만에 양일 전석이 매진, 인기를 재입증했다. 31일부터 9월 1일까지 열린 공연에서 태양은 3집 미니앨범 ‘화이트 나이트WHITE NIGHT’ 수록곡을 제외한 ‘나만 바라봐’ ‘웨어 유 앳Where U At’ ‘웨딩드레스’ ‘아이 니드 어 걸I Need A Girl’ ‘아일 비 데어I’ll Be There’ ‘링가 링가RINGA LINGA’ ‘눈, 코, 입’ ‘바이브VIBE’ ‘나의 마음에Seed’ 등 지금껏 발표한 주요곡 모두를 무대에 쏟아 냈다.

지난 2017년 ‘화이트 나이트’ 월드투어 이후 첫 단독 콘서트인 데 관해 그는 “무려 7년이다. 나를 기다려 주시고,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와 주셔서 고맙다”며 “그 어느 공연보다 오늘이 제일 떨린다”고 말했다. “진짜 오랜만의 콘서트긴 한가 봐요. 중간중간 가사도 씹히고, 박자도 놓치고. 그만큼 제가 떨린다는 거겠죠? 기분은 참 좋네요.” 공연명 ‘라이트 이어’는 빛이 진공에서 1년 동안 이동하는 거리를 의미한다. 그간 팬과 함께 걸어온 길을 회상하며 제목을 지었다는 태양은 ‘눈물뿐인 바보’ ‘루저LOSER’ 등 모체인 그룹 빅뱅의 곡도 총 10곡을 불렀다.

맨 마지막곡도 4인조 빅뱅이 지난 2022년 스완 송Swan Song으로 내놓은 ‘봄여름가을겨울Still Life’이었다. 31일에는 대성이 등장해 솔로곡 ‘날개’를 비롯, 태양과 ‘뱅뱅뱅BANG BANG BANG’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 ‘위 라이크 투 파티WE LIKE 2 PARTY’ 합동공연을 펼쳤다.

사실 서울공연의 하이라이트는 31일 공연이 아닌, 그다음 날 중 펼쳐졌다. 빅뱅 리더 지드래곤이 태양, 대성의 ‘위 라이크 투 파티’ 무대에 깜짝 등장하며 관객에 놀라움을 안긴 것이다. 이날 대성은 “관객분들께서 반응이 끓어오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한 명 더 있지 않냐”는 말로 공연장에 온 지드래곤을 언급했다. 해당 무대가 끝나고 지드래곤은 “여기 올라올 줄 몰랐다”며 “어제 두 분이 공연했는데 정작 나는 안 오면 나쁜 놈이 돼서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양은 ‘굿 보이GOOD BOY’ 무대를 제안했고, 지드래곤은 “‘굿 보이’도 되고 (빅뱅 5집 미니앨범 타이틀곡) ‘배드 보이BAD BOY’도 된다”고 화답하며 즉석에서 같이 ‘굿 보이’를 선보였다.

이 가운데 대성은 멤버 탑의 탈퇴로 3인조가 된 빅뱅이지만, 그 후 지드래곤이 본인 및 태양과 무대에 오른 적 없다는 세간의 지적을 의식한 듯 “사실 항간에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며 “이 스리숏Three-Shot은 오랜만이 아니고 거의 처음이다. 오늘은 아주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공연 막바지 태양은 새 소속사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31일 그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더블랙레이블에서 다 들어주셨다”며 “무대 멋있지 않냐. 테디 형과 정경인 대표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공연장 규모가 너무 작다는 말도 관객석에서 나왔다. 회사가 팬들의 마음을 잘 수렴했으면 좋겠다고 한 태양은 의미심장한 미소와 더불어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예고장을 팬덤에게 전했다. 현재 오사카·도쿄·홍콩·타이베이 등에서 월드투어가 예정돼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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