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025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기자간담회
내년 6월 29일까지, 총 61편 작품

정세훈 AK인터렉티브 이사(왼쪽부터), 채치성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박인건 국립극장장,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신유청 연출. 사진=국립극장
정세훈 AK인터렉티브 이사(왼쪽부터), 채치성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박인건 국립극장장,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신유청 연출. 사진=국립극장

“특히 내년부터 달오름극장은 대관을 배제할 생각입니다. 자체 기획과 공동 주최로 제작 극장의 면모를 더 확실히 하겠습니다.”

국립극장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4-2025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이하 2024-2025 시즌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취임 2년 차인 박인건 국립극장장은 “국립극장의 정체성은 정통을 기반으로 동시대적 예술 창작을 쌓아 올리는 것이다. 제작 극장도 우리의 정체성이다. 연습실과 공연장, 예술 단체 등을 다 갖추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처음 부임했을 때는 무대 셋업이 길어서 해오름극장 1년 공연 횟수가 110회 이내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150~170회, 3년 차 때는 200회 정도가 목표입니다.”

올해로 13번째를 맞는 레퍼토리시즌은 내달 28일부터 2025년 6월 29일까지 306일 동안 진행되며, 신작 23편, 레퍼토리 8편, 상설 공연 14편, 공동 주최 16편까지 총 61편의 작품이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총 60편의 작품을 공개했다.

국립창극단은 한국 고유의 음악극인 창극의 매력을 극대화한 신작 ‘이날치전’2024년 11월 14~21일을 선보인다. 역사 속 실존 인물인 명창 이날치의 삶을 유쾌하게 풀어낼 계획이다. ‘피의 군주’이자, 세종의 위업을 계승한 ‘치적 군주’로 알려진 수양대군의 이야기 ‘수양’가제도 있다. 젊은 연출가 김정이 첫 창극 연출에 도전하고, 말맛을 살리는 데 탁월한 작가 배삼식이 극본을,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귀토’ ‘리어’ 등에 참여한 한승석이 작창을 담당한다.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창극단이 계속 외국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에 대한 여러 의견을 전부터 다수 청취했다”며 “원작이 없는 창극을 ‘만신: 페이퍼 샤먼’으로 시도했다. 첫 소재가 무속이었고, ‘이날치전’에서는 한국의 연희를 녹여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립무용단은 장르 간 경계를 허무는 창작을 통해 한국춤의 외연을 확장한다.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60년 전통을 계승하면서 전략적으로 앞으로의 60년도 그 방향을 정해야 할 때”라며 “한국 전통문화의 정서와 원리를 객관화해 창작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시즌 개막작인 신작 ‘행 플러스마이너스’2024년 8월 29일~9월 1일에서는 한국 무용계를 선도해 온 안애순 안무가의 시선으로 오랜 시간 전통춤을 익혀 온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재해석한다. 2025년에는 연극 연출가 양정웅과 ‘파라다이스’가제‧2025년 4월 3~6일를, 현대무용가 예효승과 ‘파이브 바이브’가제‧2025년 6월 25~29일를 공개한다. 각각 여성, 남성 무용수만으로 구성된 점이 특별하다. 전혀 다른 색깔의 한국춤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게임 세계관을 무대로 가져와 일명 ‘작곡 대전’을 벌이기도 한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음악 오디세이: 천하제일상’2024년 11월 29~30일에서 기존 게임음악 콘서트와는 다른 형식을 시도한다. 온라인 게임 ‘천하제일상 거상’에 등장하는 필드별 음악을 각기 다른 개성의 작곡가 5명이 만들고, 이를 갖고 대전을 벌이는 방식이다. ‘스위치’가제‧2025년 6월 21일는 서양 관현악곡을 국악관현악으로 연주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 반대는 드물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공연. KBS교향악단과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연주를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제목 그대로 ‘스위치Switch’인 무대다.

이밖에 2024-2025 시즌만의 명작 레퍼토리도 준비됐다. 국립창극단은 스테디셀러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2024년 9월 5~15일를 5년 만에 공연한다. 잃어버린 판소리 일곱 바탕 중 하나인 ‘변강쇠 타령’을 현대적으로 재창작한 작품으로, 당차게 살아가는 여인 ‘옹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초연 10주년을 맞아 연출가 고선웅과 작창가 한승석이 더욱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 준다.

2015년 초연부터 매진을 기록하며 ‘한국춤 신드롬’을 일으켰던 화제작, 국립무용단 대표 레퍼토리 ‘향연’2024년 12월 19~25일도 6년 만에 돌아온다. 한국 무용계의 거장 조흥동이 총예술감독을 맡고 간결한 양식미로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해 온 정구호가 연출한 작품으로, 궁중무용‧종교무용‧민속춤 등 11개의 전통춤을 사계절 안에 담아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창단 30주년 기념 공연 ‘베스트 컬렉션’2025년 3월 12일을 전한다. 악단의 역사를 돌아보며 시기별 주요 레퍼토리를 들려준다. 악단의 2대 단장 한상일과 상임지휘자를 지낸 김재영이 지휘자로 나서고, 5대 예술감독 원일이 30주년을 축하하는 위촉 신작을 공개한다.

무엇보다 국립극장 연말 인기 공연 마당놀이가 5년 만에 대중 곁에 귀환한다. 국립극장 마당놀이 10주년을 맞아 그간 공연한 레퍼토리 4편을 엮은 ‘마당놀이 모듬전’2024년 11월 29일~2025년 1월 30일을 무대에 올린다. 전설의 마당놀이 스타 3인방 김성녀‧김종엽‧윤문식이 특별 출연할 예정이다. 마당놀이 원조 제작진인 연출가 손진책‧작곡가 박범훈‧안무가 국수호가 뭉쳐 관록의 풍자와 해학을 완성한다.

공공 예술기관으로서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앞장선다. 누구나 평등하게 누리는 예술의 가치를 전제로 제작한 4편의 무장애배리어 프리 공연이 그것이다. 이 중 연극 ‘헌치백’2025년 6월 12~15일은 중증 척추 장애를 지닌 일본인 작가의 자전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스스로를 ‘꼽추 괴물’이라고 부르는 중증 장애 여성의 성적 욕망을 거침없이 그려 내는, 그렇기에 ‘문제적’ 작품일 수 있다.

백상연극상, 동아연극상 등을 휩쓸며 연출력을 인정받은 신유청이 이 배의 조타수를 잡았다. 신유청 연출은 “무대화하기에 수월한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꿈을 무대에서 한번 이뤄 보고 싶더라”며 “전에 알던 상식과, 무엇이 아름답고 선하고 추한지를 이 사람을 통해 완전히 정복되는 경험을 했다. 우리 모두가 이 점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국립극단‧국립오페라단‧서울예술단 등 7개 예술단체와 2개 공연 예술축제가 함께해 연극·클래식·오페라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국립극장의 호언이다.

2024-2025 시즌 티켓은 2차례에 나눠 판매한다. 2024년 하반기 패키지 티켓과 개별 공연 티켓은 각각 오는 19일과 23일부터 국립극장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2025년 상반기 공연 티켓 판매 일정은 11월 중 별도 공지한다.

국립극장은 1년 단위의 공연 프로그램을 미리 기획해 공개하는 레퍼토리시즌을 2012년부터 시작했다. 이후 전속단체인 국립국악관현악단‧국립무용단‧국립창극단 3개 단체는 도전적인 신작 개발과 완성도를 높인 재공연을 통해 다양한 레퍼토리를 발굴해 왔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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