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리 매닝 개인전 ‘황해’
11월까지 스페이스K 서울서

작가 카일리 매닝. 사진=스페이스K 서울
작가 카일리 매닝. 사진=스페이스K 서울

“저는 알래스카 주노 출신이에요. 성장 과정 중 어업과 깊은 연관을 맺었죠. 배에서 생활하고 물 위에서 일했던 시간이 작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던 차 황해의 조수 간만의 차를 알게 됐고, 썰물이 빠져나가며 바닷물이 걸러지는 그 과정이 제 그림 그리는 방식과 내용에 어떤 반향을 미칠지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코오롱 스페이스K 서울이 오는 11월 10일까지 미국작가 카일리 매닝의 개인전 ‘황해Yellow Sea’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매닝은 최대 9미터m에 달하는 황해의 조수 간만 차에 주목, ‘넘쳐흐르던 잔해와 소음, 그리고 그 모든 흔적이 썰물처럼 사라진 후 무엇이 남아 농축되는가?’라는 회화적 사유思惟를 제목에 담아냈다.

매닝은 어린 시절 알래스카와 멕시코 해안을 오가며 성장했으며, 미술 교사이자 히피였던 부모님의 가르침을 크게 받았다. 학비 마련차 선원으로 일하며 항해사 면허를 취득한 경험은 그가 바다를 주제로 작업하게 된 자연스러운 계기가 됐다. “뭐든 최소화하는 사회잖아요. 우리 자신이든, 성별이든, 어떤 것이든 간에요. 그러나 자연은 이 모두를 일시 정지할 힘이 있죠. 또한 종교적 경험이기도 해요. 거대한 풍경을 마주하면 저 자신이 보잘것없는 존재로 느껴지기도, 오히려 충만하고 완전하고 연결됐다는 점 역시 깨닫게 되죠. 도심 속에서는 그런 경험을 하기 어렵지만, 제 작품을 통해서라도 그 경험을 전달하고 싶은 게 저의 작가로서 목표예요.”

카일리 매닝 개인전 ‘황해’ 전경. 사진=스페이스K 서울
카일리 매닝 개인전 ‘황해’ 전경. 사진=스페이스K 서울

그는 황해의 조석 작용이 추상과 구상의 밀고 당기는 관계와 다르지 않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빠른 붓질의 ‘추상적’ 요소가 ‘구상’의 내러티브를 위협하기도 하고, 반대로 움직이는 인체의 형상에서 ‘추상성’이 확장되기도 한다. 이것이 반복되며 위태롭고 섬세한 순간이 유동적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개념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조류에 관련된 것을 생각해야 했죠.” 한반도 지역성을 면밀히 탐구한 매닝은 이를 바탕으로 보편적 언어로 회화를 실험하고자 한다.

제주도에도 시선을 향했다. ‘머들(돌무더기)’2024은 고동색과 푸른색의 대비가 제주도의 겨울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제주의 지리적 환경과 문화를 탐구하며, 그곳의 돌 문화로부터 따뜻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색채를 구현했다. 실제로 ‘머들’은 밭을 경작하면서 나온 돌들을 쌓은 돌무더기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7미터 크기 얇은 실크에 그려진 대형 회화 3점도 이목을 끈다. 전시장 한가운데 매달린 이 신작들은 손으로 잡아서는 안 되지만, 그 틈을 지나갈 수는 있다. 관람객이 그 안에 위치함으로써 이제야 그림이 완성되는 촉각적 경험이 펼쳐진다. 

매닝은 “바다는 연결성 강한 모티브”라면서 “처음에는 표면에 먼저 집중할 테지만, 나아가 그 표면 아래에 심도 있는 무언가도 같이 발견했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예비 관람객에게 전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그 결과 보편적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것이 작가의 바람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마운트홀리요크대학에서 철학 및 시각예술을 전공한 후 뉴욕아카데미오브아트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국제적 활동을 이어 가고 있으며, 미국 휘트니미술관과 중국 유즈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됐다. 전시에는 총 20여 점이 소개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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