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까지 국제갤러리 본관 K2서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본관 K2에서 열린 개인전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 세계 유수의 미술관 등에서 수많은 개인전과 그룹전을 선보인 회퍼는 2002년 제11회 카셀 도큐멘타에 참여했으며, 2003년 제50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마르틴 키펜베르거와 공동으로 독일관을 대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본관 K2에서 열린 개인전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 세계 유수의 미술관 등에서 수많은 개인전과 그룹전을 선보인 회퍼는 2002년 제11회 카셀 도큐멘타에 참여했으며, 2003년 제50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마르틴 키펜베르거와 공동으로 독일관을 대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유형학적 사진의 대가 베른트 베허, 힐라 베허 부부로부터 수학해 ‘베어 학파’ 1세대로 불리는 칸디다 회퍼는 지난 약 50년간 문화적 장소, 특히 인간이 부재한 건축을 주제로 이것을 그만의 세밀한 구도로 구현해 온 독일 출신 사진작가다. 이런 부재의 부각은 오히려 공연장, 박물관 등 공적 공간이 상정한 인간의 가멸찬 사회 활동의 역설적 강조를 불러일으켰다.

“일부 디테일만 편집할 뿐 필요한 건 렌즈에 다 찍히니까요. 그래서 카메라를 어디에 둘지 위치가 제일 중요하죠. 현실과 미학의 균형에 관해 물으신다면 그런 내용은 아닙니다.”

4년 전 부산점 전시에 이어 국제갤러리는 오는 7월 28일까지 본관 K2에서 회퍼의 개인전 ‘르네상스’를 개최한다. 이 전시에서는 팬데믹 동안 리노베이션 중이었던 건축물과 재방문한 그전 촬영처까지 신작 14점을 선보인다. 갤러리 측은 서구 문화기관의 물리적, 제도적 재생과 팬데믹 이후 공공 영역의 회복이라는 주제의 교차점에 위치한 전시라고 개인전을 설명했다.

더욱이 피사체는 과거 흔적의 보존과 기반 시설 재정비에 중점을 둔 건축물. 그렇기에 작가의 사진은 그동안의 역사와, 복원에 대한 건축가의 절제된 시각, 작가 본인의 객관적, 중립적 시선의 미학이 서로 조우하는 일종의 용광로면서 특정 공간의 초상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베를린 코미셰오페라2(Komische Oper Berlin Ⅱ)’(2022, 잉크젯 프린트, 화면 180 X 250.8센티미터(cm), 전체 184 X 254.8센티미터, 칸디다 회퍼) 코미셰오페라의 원형이 되는 19세기 후반의 건축물은 제2차 세계대전 공습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1947년 전후 동독 산하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재개관했다. 이후 본 건물은 1960년대에 재건축됐고, 1980년대에 다시 복원 과정을 거친 바 있다. 2023년부터 현재까지는 리허설과 백스테이지 공간을 확장하는 등 리노베이션이 진행 중인데, 회퍼는 그 변화가 일어나기 이전인 2022년 이 장소를 방문해 사진을 찍었다. 사진=국제갤러리
‘베를린 코미셰오페라2(Komische Oper Berlin Ⅱ)’(2022, 잉크젯 프린트, 화면 180 X 250.8센티미터(cm), 전체 184 X 254.8센티미터, 칸디다 회퍼) 코미셰오페라의 원형이 되는 19세기 후반의 건축물은 제2차 세계대전 공습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1947년 전후 동독 산하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재개관했다. 이후 본 건물은 1960년대에 재건축됐고, 1980년대에 다시 복원 과정을 거친 바 있다. 2023년부터 현재까지는 리허설과 백스테이지 공간을 확장하는 등 리노베이션이 진행 중인데, 회퍼는 그 변화가 일어나기 이전인 2022년 이 장소를 방문해 사진을 찍었다. 사진=국제갤러리

1, 2층을 모두 쓰는 이번 전시는 프랑스 파리 카르나발레 박물관의 내부 변화부터, 독일 베를린 코미셰오페라의 텅 빈 무대와 관객석,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의 리노베이션 이후의 모습 등을 대중에 내놓는다. 작가는 카르나발레 나선형 계단에 관해서는 고대부터 현대를 아우르는 파리의 파편적 역사 및 박물관의 다층적 시간대를 연결하는 시각적 모티프로, 리노베이션 이전의 코미셰오페라의 경우는 앞으로의 일을 예견하게 하는 매개체로 그 둘을 조명한다.

지난 2001년 촬영한 스위스 장크트갈렌 수도원 부속 도서관을 팬데믹 기간 중 재방문한 ‘장크트갈렌 수도원 도서관’2021 연작도 벽에 걸렸다. 당시 이 작품에는 도서관 이용객이 파도처럼 작중 포함되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작에서는 인물 요소가 배제됐으며, 이렇게 이곳만의 빛, 미묘한 공기의 감각 등이 완벽한 대칭 구도로 다시 사진에 담겼다. 다만 작가는 그 차이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에 기인한 것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사람을 안 보이게 하는 게 내 의도지만 코로나19와는 상관없는 부분”이라며 “공간에 사람이 등장하고 그 모습이 어울리면 그대로 둔다. 그게 아니면 없는 때를 골라 재촬영한다”고 밝혔다.

작가 작의 주요 소장처로는 뉴욕 현대미술관, 파리 국립도서관, 쾰른 루트비히 미술관, 스톡홀름 근대미술관, 마드리드 레이나소피아 국립미술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등이 있다. 회퍼는 “가장 먼저 고려하는 건 촬영의 용이성이다. 주로 자연광으로 촬영하기 때문에 장비를 적게 사용한다”고 했다. 또한 제목 ‘르네상스’에 관해서는 주의를 덧붙였다. “팬데믹 중 공간이 재창조된 것이지 르네상스와의 직접적인 관계성은 없어요. 부디 ‘팬데믹에 의한 르네상스’가 아닌 ‘팬데믹 시기에 발생한 르네상스’로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장크트갈렌 수도원 도서관3(Stiftsbibliothek St.Gallen Ⅲ)’(2021, 잉크젯 프린트, 화면 180 X 160센티미터(cm), 전체 184 X 164센티미터, 칸디다 회퍼) 사진=국제갤러리
‘장크트갈렌 수도원 도서관3(Stiftsbibliothek St.Gallen Ⅲ)’(2021, 잉크젯 프린트, 화면 180 X 160센티미터(cm), 전체 184 X 164센티미터, 칸디다 회퍼) 사진=국제갤러리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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