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비중 줄이고 자국 바이오산업 보호
‘중간 지대’ 한국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수혜 가능성
삼바, CDMO 이어 CDO까지 경쟁력 강화나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바이오캠퍼스 조감도.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바이오캠퍼스 조감도.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전세계가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 바이오 기업의 미국 내 사업 제한을 골자로 한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바이오산업 교류중단이 유력한 가운데 각국의 새로운 파트너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목받고 있다.

18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하원 규칙위원회에서 생물보안법이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생물보안법이 포함된 국방수권법 개정안이 올해 안으로 통과될 가능성은 높다.

생물보안법이 발효될 경우 미국 정부와 산하 기관,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기업은 중국의 바이오 기업과 거래가 금지된다.

현재 미국 내에서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기업으로는 우시바이오로직스, 우시앱텍,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CRO(임상시험수탁) 및 CDMO(위탁개발생산), C DO(위탁개발)까지 다양한 사업을 미국서 벌이고 있다.

그러나 생물보안법 발의와 함께 이들 중국 파트너사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저하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이슈브리핑에 따르면 글로벌 전략컨설팅기업인 L.E.K. Consulting이 지난달 73개 생명과학 관련기업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국 기업의 신뢰도가 30~50%까지 하락했다.

즉 생물보안법으로 인해 전세계 바이오 기업들의 중국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감소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대거 빠져나간 미국 내 바이오 산업 영역을 한국 기업이 진출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달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생물보안법은 병원 등 의료 제공자가 중국 BGI그룹 또는 그 계열사 제품이나 서비스 사용을 금지하려는 게 주된 내용”이라며 “국내 CDMO 업체에 수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바이오 포럼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4'(BIX 2024)에 마련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에 많은 참관객들이 모여있다. 사진=신용수 기자
국내 바이오 포럼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4'(BIX 2024)에 마련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에 많은 참관객들이 모여있다. 사진=신용수 기자

실제로 한국의 바이오 기업들이 미국 내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기술력도 점차 인정받는 추세다.

생물보안법 발의에 따르면 수혜 기업 중에서도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를 상대로 CDMO 사업을 벌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목된다. 미국 생물보안법에 따른 수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속적으로 수주 성적을 갱신하며 성장세를 높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일 미국 소재 제약사와 역대 최대 규모인 1조4637억원(10억6000만 달러)의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수주금액(3조5009억원)의 40%를 넘는다.

수주를 계속 늘리기 위해서는 생산 능력을 더욱 늘려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수요 증가에 맞춰 18만 리터 규모의 5공장도 건설 중이다. 다음해 4월에 5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78만 4000리터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뿐만 아니라 CDO(위탁개발) 경쟁력까지 강화하고 있다. CDO란 위탁생산 이전의 연구개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모델이다.

이 회사가 지난해 출시한 ‘셀렉테일러’(SelecTailor)는 고객사의 물질 특성 및 개발 전략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개발 맞춤형 CMC(제조품질관리) 패키지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기술수출, 신약허가 승인, 생산성 향상까지 가능하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에서 글로벌 제약사의 관심을 끌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USA 이후 박스터 헬스케어와 CMO(위탁생산) 계약(2509억원)을 증액했고 미국 키닉사 파머수티컬스와는 2115억원 규모의 CMO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발표된 ‘프로스트앤설리번’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 점유율 1위는 론자(20.7%)다. 그 뒤를 카탈런트(12.2%), 우시바이오로직스(10.2%), 삼성바이오로직스(9.3%)가 잇고 있다.

우시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규제가 현실화된다면 그 자리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충분히 메우면서 글로벌 순위를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상황이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CDMO 업계에서 신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삼성바이오로직스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차세대 모달리티에 맞춘 제조설비 구축과 투자에 나서면서 기회를 잡기 위한 준비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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