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너머 日·동남아 삼킨 ‘기업가 정신’...이젠 글로벌 격전지 AI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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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투데이가 주최하고 글로벌리서치가 진행한 창간 19주년 특집 설문조사에서 ‘미래세대가 닮고 싶은 CEO’ 창업 부문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선정됐다.

‘기업가 정신’. 1999년 네이버컴을 창업하고 ‘국민포털’을 탄생시키기까지 이해진 창업자에게 항상 따라붙던 수식어다. 네이버가 일궈낸 수 차례의 퀀텀점프 뒷배경에는 ‘기업가 정신’에 기반한 이 창업자의 도전적인 결단이 존재했다.

인터넷이 급속도로 확산되던 2000년대 초. 이해진의 네이버는 후발주자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야후코리아, 다음, 라이코스가 쥐고 있던 선점 구도를 부수고 1위 포털 사업자로 올라섰다. 김범수가 창업한 한게임과의 합병은 네이버가 다음을 누르고 업계 선두로 올라서게 된 핵심 분기점이자 ‘신의 한수’로 꼽힌다.

네이버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거대한 포털로 거듭났음에도 이 창업자의 시선은 쉬지 않고 글로벌을 향했다. 일본과 동남아의 국민 메신저 서비스 ‘라인(LINE)’은 이 창업자가 일본 시장을 두들긴 끝에 10년 넘게 만들어낸 피조물이었다.

2016년 기자 간담회에 등장한 이 창업자는 라인은 성공 비결로 ‘절박함’을 꼽았다. 밑바닥에서 시작했던 일본 시장 진출 초기를 “발버둥 치며 괴로웠다”라고 회상한 그는 “인터넷에서는 국경도 시간적 제한도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고 매 순간 절박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대표 포털, 그리고 일본·동남아 국민 메신저를 거쳐 이해진의 네이버는 이제 유수의 글로벌 빅테크들과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AI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 21일 열린 ‘AI 서울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 창업자는 국가별 ‘소버린(자주적) AI’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정 국가와 기업에 편중된 극소수의 AI 모델보다는, 각 지역의 문화와 가치를 존중하고 책임감 있는 다양한 AI 모델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창업자는 미래세대를 위해 보다 안전한 AI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라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구절을 인용한 그는 “극소수 AI가 현재를 지배하게 되면 과거 역사·문화에 대한 인식은 해당 AI의 답으로만 이뤄지게 되고, 결국 미래까지 해당 AI가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창업자는 “사용자들이 하나의 키워드로 다양한 검색 결과에서 정보를 선택하는 검색과 달리 바로 답을 제시하는 AI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답을 얻는 방식”이라며 “이러한 AI의 특성은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매우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이 창업자는 “역사에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다양한 AI 모델로 각국의 문화 등 다양성을 지킬 수 있고 어린이, 청소년들도 제대로 된 역사관과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네이버는 각 지역의 문화와 가치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다양한 AI 모델들이 나와 많은 글로벌 국가들이 자체 소버린 AI를 확보할 수 있도록 어떤 형태든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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