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OCI 통합, 한미그룹 오너가 갈등 폭발
모친 송영숙, 두 아들 해임…“조직 혼란 방지”
OCI 이우현 “대주주 사전 접촉, 법적 문제 야기”
한미약품그룹(한미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 과정에서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통합에 반대하는 ‘한미그룹 오너가’ 임종윤·임종현 형제가 각각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한미약품 사장직에서 해임되며 그 갈등이 폭주하고 있다.
한미그룹은 지난 25일 “이날부로 한미사이언스 임종윤 사장과 한미약품 임종훈 사장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두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중요 결의 사항에 대해 분쟁을 초래하고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야기했으며 회사의 명예나 신용을 손상시키는 행위를 지속해 해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종윤 사장이 오랜기간 개인사업 및 타 회사(DXVX)의 영리를 목적으로 당사 업무에 소홀히하면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점도 해임의 사유”라고 덧붙였다.
이번 인사발령은 한미그룹 회장이자 두 사람의 모친인 송영숙 회장 이름으로 이뤄졌다. 모친이 통합에 반대하는 두 아들을 압박하기 위해 해임을 발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열고 ‘신규 이사 선임안’ 등을 의결한다. 회사 측은 오너가 장녀인 임주현 그룹 전략기획실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을 각각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통합을 반대하는 장·차남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임종훈을 사내이사로,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와 배보경 고려대 경영대 교수 등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주총 표 대결에서 회사 측 후보자들이 이사로 선임되면 한미약품 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계획대로 진행되면서 경영권 분쟁도 판가름 나게 된다.
이번 통합에 대해 한미그룹 임직원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미약품그룹 본부장 및 계열사 대표는 이날 모녀의 결정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미사우회도 지난 24일 보유주식 23만여주에 대해 주총에서 ‘통합 찬성’으로 결의하겠다고 공표했다. 이들의 의결권은 전체 의결권 중 0.3% 수준이다.
오너가 두 형제의 해임과 함께 임주현 그룹 전략기획실장(사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압박 강도를 더욱 높였다.
임주현 실장은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송영숙) 회장이 오랜 기간 숙고했다. 분쟁으로 보여지는 상황이 조금 정리되길 바라면서 기다린 것으로 안다”면서도 “주총을 앞두고 조직 안에서 일어날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해임이)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주제안 측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한미그룹의 이사회는 대주주, 즉 가족 구성원 4명이 이사회에 함께 하게 된다”며 “이 모습이 과연 한미약품이 상장회사로서 가지고 가야하는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사회인지 궁금하다”라고 했다.
임종윤 사장에게 빌려준 266억원과 관련해서는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채무 관계가 정리된다면 제 상속세 상당부분은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통합 과정이 잘 마무리됐을 때 가족간 화해, 봉합도 당연히 이뤄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연히 대화나 화해를 시도하겠다”고 했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회장(12.15%)이 형제 측을 지지한 것에 대해서도 “직접 찾아뵙고 회사를 어떻게 꾸려나가겠다고 했다”며 “그럼에도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나름 고심하셨겠지만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대화를 통해 입장을 더 확실히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하겠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통합 과정에서 직접적인 언급을 꺼려왔던 이우현 OCI그룹 회장도 참석했다.
이우현 회장은 “이번 투자는 몇 년간 상당 부분 리턴(투자회수)으로 안 돌아올 것을 각오하더라도 더 큰 미래를 위해 좋은 사업으로 만들었을 경우 궁극적으로 주주 가치가 증대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통합 이유를 설명했다.
통합 결정에 앞서 임종윤 사장 측과도 논의할 수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한미 경영진과 논의하고 이사회에 상정하는 것 외에 대주주에게 몰래 말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라며 “이번 통합은 대기업끼리 수평적 결합에 해당하기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 이전에 대주주를 접촉하는 것은 시세조종 등의 우려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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