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송영숙 “전 회장 때부터 경영참여…가족화합해야”
통합 반발한 장남 임종훈 “OCI 그룹에 사실상 종속”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왼쪽)과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사진=한미약품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왼쪽)과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을 두고 한미약품 오너가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양사간 통합을 주도하는 모친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이 최근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승복’을 강조한 가운데 장남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통합에 대해 ‘사실상 종속’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의 부인인 송영숙 회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OCI와 통합안이 ‘한미의 정체성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다른 주주뿐 아니라 아들들도 따라 줄 것을 요청했다.

송 회장은 “한미약품 탄생 전 약국을 운영할 때부터 자동차로 부식 실어 나르고 약사들 밥 먹여 가며 회장님(남편)과 함께한 사이”이며 “한미약품 빌딩이 서 있는 이 자리도 터를 볼 때부터 동행하는 등 회장님이 모든 것을 저와 같이 상의했다”며 이전부터 경영에 참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신의 경영 역량과 관련해서는 “(회장을 맡은) 3년 동안 회사가 50년 역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올렸으면 그걸로 말한 것이지 더 이상 뭐가 있겠느냐”라고 했다.

실제 한미약품 그룹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1조2479억원의 매출과 125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미약품도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1조4909억원과 2207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2%와 39.6% 증가했다.

또 송 회장은 임 회장 사망 후 가족에게 부과된 5400억원 규모의 상속세가 OCI와 통합의 계기가 됐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R&D(연구개발) 집중 신약 개발 명가라는 한미의 DNA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여러 방안 중 OCI그룹과 같은 이종 산업의 탄탄한 기업과 대등한 통합을 하는 게 최선”이라고 밝혔다.

통합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상속세로 인한 위험은 모두 사라진다며 통합 결정 승복을 전제로 “자식들 것(상속세)까지 내가 다 내 줄 수 있다”며 자신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 한미그룹의 주식 지분을 많이 가진 아들들이 그룹을 이끌어가게 될 수 있다는 점도 밝혔다.

그동안 송 회장은 직접적인 발언을 피해왔으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경영능력과 OCI 통합 관련 시너지, 통합에 반대하는 두 아들이 따라줄 것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밝혔다.

사진=한미약품
사진=한미약품

그러나 장남 임종훈 사장은 11일 언론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선친(임성기 회장)께서 살아 계셨다면 한미약품 그룹이 OCI 그룹에 사실상 종속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러한 거래를 좌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반발했다.

임 사장은 “(모친과 임주현 사장은) OCI홀딩스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상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는 있으나 진정한 목적은 본인들의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고 임주현 사장으로 하여금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장악하게끔 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익이 아니라 한미사이언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면 저와 임종훈 대표에게 일언반구도 없었음은 물론 한미사이언스 내부에서도 그 당부에 대한 실질적인 검토 없이 밀실에서 전격적으로 거래를 추진할 이유는 전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회장이 ‘미공개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이사진이 아니었던 아들들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았을 뿐’이라고 답한 것과 관련돼 “임주현 사장도 당시 한미사이언스 등기임원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라고 했다.

최근 자신과 동생 임종훈 대표가 한미사이언스의 OCI홀딩스에 대한 신주발행 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것과 관련해서는 “법원의 공명정대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주주들께서 현명한 판단을 통해 한미약품 그룹이 일부 대주주의 사익 추구적 행태에 휘둘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려 하는 사태를 저지해 주실 것을 굳게 믿고 있다”고 토로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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