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밀 유출’ 후폭풍...다음 주 방사청 심의
7.8조원 수주전 앞뒀으나 ‘입찰 제한’ 가능성
與 의원들도 “이중 처벌” vs “단죄해야” 대립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 조감도. 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 조감도. 사진=HD현대

직원들이 군사기밀을 유출하며 논란이 된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안건이 심의된다. 총사업비 7조8000억원 상당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건조 사업 입찰이 올해부터 본격 전개될 예정인데, 참가 자격이 제한될 경우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 사업이 적잖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오는 27일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2014년 발생한 보안 사고를 이유로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을 논의할 계획이다. 방사청은 지난 12월에 열린 심의위에서도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 제한 안건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앞선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3년간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작성한 KDDX 관련 자료 등 군사기밀을 8차례 넘게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전원은 군사기밀 탐지·수집, 누설로 인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작년 11월 최종 유죄판결을 받았다.

해당 문제로 인해 HD현대중공업은 2025년 11월까지 방산분야 입찰 제안서 평가 시 1.8점의 감점 조치를 받는다. 2020년 진행됐던 KDDX 기본설계 사업 제안서 평가 당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승패가 0.056점 차로 결정됐듯, 소수점 단위로 당락이 갈리는 특수선 수주전에서 1.8점의 감점은 특히나 치명적이다.

이번에 열리는 방사청 심의위에서 입찰 참가 제한 제재를 받을 경우, HD현대중공업은 보안 감점을 넘어 일정 기간 해군 함정 사업에 참여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감점에다가 입찰 참가까지 제한하는 것은 이중 처벌”이라는 입장이다.

업계가 특히나 이번 심의위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는 총사업비만 7조8000억원에 달하는 KDDX 사업 수주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6000톤(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고 실전 배치하는 사업이다.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후속함 건조순으로 진행되며, 개념사업과 기본설계를 각각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나눠 수주한 바 있다.

방사청은 올 하반기 KDDX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입찰에 나설 계획이다. 연속성 차원에서 기본설계를 따낸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수주에 유리하지만, 향후 이어지는 입찰에서 배제된다면 HD현대중공업이 가진 ‘기본설계 수주’ 이력은 무의미해질 수 밖에 없다.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왼쪽)과 서일준 의원. 사진=연합뉴스

총선 앞두고 與 의원끼리도 의견 충돌
"입찰 배제해선 안돼" vs "근간 바로 세워야"

HD현대중공업 조선소가 있는 울산과 한화오션 조선소가 있는 거제 지역 정계에서도 해당 사안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각 지역구 의원들은 같은 여권임에도 정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등 첨예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권명호(울산 동구) 의원과 이채익(울산 남구갑) 의원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의 매출이 1조원, 고용인원은 1700명에 달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야말로 사업부 자체가 하나의 대기업으로 울산 경제를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다. 입찰에서 배제된다는 건 문을 닫으라는 소리”라고 우려했다.

두 의원은 “대한민국 해양안보와 해양방위사업 발전을 위해서 HD현대중공업의 책임과 역할은 중단돼서는 안된다”라며 “방사청은 울산 지역 경제는 물론, 대한민국 안보와 윤석열 정부가 목표로 하는 ‘세계 방산 시장 4강’을 고려해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반면 이날 같은 당의 서일준 의원(거제)은 보도자료를 내고 “KDDX 군사기밀 절도 사건은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근간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서 의원은 “그동안 방사청은 범죄행위에 대한 확인이 이뤄지기 전까지 범죄에 연루된 기업이나 집단에 대한 제재를 미뤄왔으나, 작년 말 9명 전원의 유죄가 확정되면서 더 이상 단죄를 미룰 수 없게 됐다”라면서 “방사청의 공정하고 엄격한 심의와 이에 따른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의 군사기밀 절도 사건에 대한 신속한 후속 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만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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