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군사기밀 유출 사태’ 놓고 분쟁 격화
한화오션 “임원 개입 정황 有”...현대중 “심의 통해 이미 종결된 사안”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 변호사가 5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채승혁 기자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가 5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채승혁 기자

국내 특수선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HD현대와 한화오션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한화오션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과 관련된 자사 군사기밀이 유출된 것을 놓고 ‘HD현대중공업 임원의 개입 사실을 수사하고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한 상태다.

5일 한화오션은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설명회를 열고 전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제출한 고발장에 대해 보다 상세한 입장을 밝혔다. 설명회에는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구승모 변호사와 법무법인 율촌의 정원 변호사, 배선태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수석부장이 참석했다.

이에 앞선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3년간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작성한 KDDX 관련 자료 등 군사기밀을 8차례 넘게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전원은 군사기밀 탐지·수집, 누설로 인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작년 11월 최종 유죄판결을 받았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HD현대중공업은 내년 11월까지 방산분야 입찰 제안서 평가 시 1.8점의 감점 조치를 받는다. 더하여 방위사업청은 최근 관련 사안을 놓고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여부를 결정짓는 계약심의위원회를 개최한 바 있다. 방사청 심의 결과, HD현대중공업은 ‘행정지도’ 의결을 받으며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와 관련해서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는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계획적으로 범죄 행위를 했는데 직원 9명에 대한 처벌로 모든 걸 종결한다는 건 불합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라면서 “이는 경쟁업체 간의 이해관계 문제가 아니라 국방 사업의 신뢰가 걸린 중대 사안이다. 꼬리 자르기식 은폐 시도에 대해 정부가 면죄부를 제공하면 절대로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지 않은 연유를 놓고 “방위사업법 59조에 따른 제재는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봤다”라고 밝혔다. 반면 구 변호사는 “저희가 살펴봤을 때는 명백한 임원의 개입 정황이 많았다”라며 판결문과 형사재판 증거목록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수년 동안 조직적으로 군사기밀을 불법 취득하고 비인가 서버에 불법 자료를 보관하며 공유한 것은 유례없이 심각하고 중대한 불법행위이자 보안 사고”라며 “그럼에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없다면 결국 유사 행위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공정성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우리 국가 안보에도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역시 “이런 식으로 제재를 하지 못하게 된다면 모든 대한민국 방산업체가 관행적으로 하는 비리와 불법들은 ‘임원이 관여하지 않은 직원의 행위’가 될 것이며, 이 부분에 대해 정부는 손놓은 걸 인정하는 꼴이 된다”라면서 “국가 안보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하나의 원칙을 정립하자는 취지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되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한화오션 측의 이 같은 주장과 관련해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 주장에 불과하며 법원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면서 “기술개발 및 수출확대를 통한 K-방산 역량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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