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화오션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유출 등과 관련, HD현대중공업의 임원이 개입된 사실을 수사하고 처벌을 촉구하는 고발장을 4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게 제출했다.

앞선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3년간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작성한 KDDX 관련 자료 등 군사기밀을 8차례 넘게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전원은 군사기밀 탐지·수집, 누설로 인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작년 11월 최종 유죄판결을 받았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HD현대중공업은 내년 11월까지 방산분야 입찰 제안서 평가 시 1.8점의 감점 조치를 받는다. 더하여 방위사업청은 최근 관련 사안을 놓고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 여부를 결정짓는 계약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올해 하반기 KDDX의 본격적인 수주가 시작되는 만큼, 방사청의 심의는 업계는 물론 지역 정계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심의 결과 HD현대중공업의 제제는 ‘행정지도’로 결정됐다. 참가 자격을 제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행정지도’로 의결한 배경을 놓고 방사청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 국가계약법 제27조 1항 1호 및 4호 상 계약이행 시 설계서와 다른 부정시공, 금전적 손해 발생 등 부정한 행위에 해당되지 않으며, 제척기간을 경과함에 따라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봤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방위사업법 59조에 따른 제재는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봤다”라고 알렸다.

고발장을 제출한 한화오션 측은 4일 입장문을 내고 “고위 임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지시나 관여 없이는 수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대담한 방법으로 군사기밀을 탈취해 회사 내부에 비밀 서버를 구축·운영하면서 관리하고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대응매뉴얼까지 작성하는, 일련의 조직적인 범행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점은 굳이 판결문 등이 아니더라도 상식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손쉽게 추론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안보와 수사를 책임지는 당국에서 정당한 법적 절차에 따라 현대중공업의 불법행위에 대해 상응하는 처분을 내려 주실 것으로 기대하며 차분하게 대처해왔다. 그러나 최근 방사청의 처분을 지켜보면서 중대하고 명백한 범죄행위마저 현대중공업의 ‘꼬리 자르기’ 식 은폐 시도에 의해 모두 가려질 수도 있겠다는 심각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한화오션 측은 “향후 방위산업에서 최소한도의 법의 테두리 내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토양이 회복되기를 바라면서 우리나라의 방위산업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범죄행위를 저지른 현대중공업의 대표나 임원에 대한 경찰의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는 바”라고 밝혔다.

또한 “조직적인 군사기밀 탈취 범죄의 배후와 그 전모가 확인되고 이에 상응하는 처벌과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곧바로 불법적인 특혜에 해당하고, 이러한 불공정한 특혜는 도약하는 K방산의 신뢰를 갉아먹고 자주국방의 기본 토대를 근본에서부터 무너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한화오션은 5일 한화빌딩에서 기밀 탈취 경과 및 고발장 제출과 관련된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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