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키움증권 사옥. 사진=파이낸셜투데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키움증권 사옥. 사진=파이낸셜투데이

키움증권이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으로부터 발발한 오너리스크로부터 벗어나 새 출발을 알리고 있다. 차기 대표로 내정된 엄주성 부사장(전략기획본부장)은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두고 ‘3중 체제’를 통한 혁신을 예고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차기 대표로 전략기획, 인사 부문에서 역량을 발휘한 엄주성 부사장을 내정했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내달 8일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된다.

키움증권은 위탁매매(브로커리지)에 강점을 지닌 증권사로 시장에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자기자본 규모는 올 3분기 기준 4조5000억원으로 2019년(2조원) 대비 확대 2배 이상 커졌다.

이같은 자기자본 규모를 바탕으로 지난해 말 초대형IB 신청 기준을 충족했다. 

지난해 5월부터 전략기획본부 내에 있는 초대형IB 전담조직인 기획팀과 종합금융팀이 해당 업무를 준비했다.

초대형IB 지정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발행어음 인가 신청이 허용돼 자금 조달 여력과 사업 기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사 입장에선 수익성 개선 수단으로 중요하게 작용한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곳이다. 여기에 키움증권이 합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전 회장이 다우데이타 주식을 매각하고, 이로부터 이틀 뒤 주가 조작에 따른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발생하면서 금융당국 조사를 받게 됐고 이에 초대형 IB 인가가 지연됐다.

키움증권은 현재 초대형 IB 인가를 위한 내부 조직은 운영 중이나, 인가 신청을 위한 관련 작업은 중단한 상황이다.

엄 부사장은 이와 관련 “현재 시점에선 계획을 수립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당분간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당분간 내부통제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두고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최초 온라인 종합증권사, 위탁매매부문 선두 증권사로서의 공고한 시장 지위를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키움증권의 위탁매매 수지는 증시거래대금 증가로 개선된 양상이다.

올 3분기 누적 기준 위탁매매 부문 영업순수익은 8137억원으로 총 영업순수익 1조1794억원의 69%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주가 상승 및 시장금리 하락 영향으로 상품운용 부문의 실적이 크게 확대한 것으로 전년 3분기 누적 영업순수익(8238억원) 대비 43% 가량 증가했다.

이에 따라 총자산순이익률(ROA)와 영업순수익 대비 판매관리비 비율은 각각 1.9%, 29.2%로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충당금을 820억원 적립했음에도 전년 동기(1.4%, 41.6%) 대비 수익성이 개선된 양상이다.

다만, 우수한 실적에도 대규모 미수금 손실이 발생한 부분은 수익성 저하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 10월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미수거래 서비스(증거금률 40%)를 제공해오던 키움증권의 위탁매매 계좌에서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 이를 최종 손실로 인식할 예정이다.

또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위축됨에 따라 IB부문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리스크 관리가 절실하다.

차기 대표인 엄 부사장은 각 사업 부문에서 자체 리스크를 확인하도록 팀을 꾸리고 각 사업본부-리스크팀-감사팀으로 이어지는 ‘3중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키움증권은 크게 ▲리테일(위탁매매) ▲홀세일(법인영업·채권·장외파생) ▲IB(주식발행시장(ECM)·채권발행시장(DCM)) ▲투자운용 ▲리서치센터로 나뉘어 사업을 구성하고 있다.

엄 부사장은 이처럼 각기 나뉜 현업 부서에 자체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팀을 꾸리겠다는 구상이다.

엄 부사장은 “리테일, IB 본부 등 현업단에서 자체 리스크를 확인할 수 있는 팀을 별도로 만들 예정”이라며 “감사팀도 확대 개편해 내부 규율이 잘 준수되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고, 이같이 ‘3중 체제’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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