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공개매수에 나선 영풍에 대해 “기업사냥꾼과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라며 “약탈적 인수합병(M&A)으로 판단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회사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에 관한 의견표명서를 제출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를 통해 “본 공개매수는 당사와 아무런 사전 협의나 논의 없이 당사 최대주주인 영풍이 기업사냥꾼 MBK 파트너스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라며 “당사는 위와 같은 공개매수 시도가 국가 기간산업으로 비철금속 제조업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1 위의 경쟁력을 보유한 당사에 대한 기업사냥꾼의 적대적. 약탈적 M&A 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당사는 본 공개매수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고 전했다.

앞서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영풍은 13일부터 내달 4일까지 주당 66만원에 고려아연에 대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약7%∼14.6%(144만5036주∼302만4881주)를 공개매수할 예정으로, 매수 대금은 약 2조원이다.

MBK파트너스는 이와 별도로 SPC를 통해 주요 관계사인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도 동시에 진행한다.

영풍정밀 1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최소 조건 없이 최대 684만801주(발행주식 총수의 약 43.43%) 범위 내에서 공개매수에 응모한 주식 전량을 매수한다.

고려아연 최대주주는 영풍으로 자기주식 및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685만9254주(33.13%)를 보유 중이다. MBK파트너스는 영풍 및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지분 33.13%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16.56%의 지분과 여기에 1주를 더 인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부여받고, 약 33%에 대한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기로 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에 반발해 “영풍이 그동안 석포제련소를 운영해 오면서 각종 환경오염 피해를 야기하여 지역주민들과 낙동강 수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혀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빈발하는 중대재해 사고로 인해 최근 대표이사들이 모두 구속되는 등 사실상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며 “영풍은 제련사업을 주된 사업으로 영위함에도 아연 생산 과정에서 당연히 발생하는 부산물인 황산을 자체적으로 처리하지 못하여 당사에게 20여년 간 황산 처리를 대행하게 했다”고 밝혔다.

또한, “아연제련소 경영실패와 중대재해를 책임질 영풍의 지배자인 장형진은 기업사냥꾼인 공개매수자와 결탁해 당사의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바, 이는 영풍의 경영에 실패한 장형진이 50년간 지속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유지함으로써 경영능력이 입증된 현 경영진의 의사에 반하여 당사의 경영권을 침탈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어 ”이번 공개매수는 고려아연의 중장기적인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소액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 계열사로,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설립한 기업이다.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을, 장씨 일가는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를 각각 경영 중이다.

앞서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취임 이후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다. 이에 영풍 측은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에 돌입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새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영풍의 1년 주가 추이. 차트=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영풍의 1년 주가 추이. 차트=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주식 시장에도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며 급격히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 영풍과 코스닥 상장사 영풍정밀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주식시장에서 동반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영풍과 영풍정밀은 13일 오전 9시 장이 열리자마자 상한가로 직행했다. 영풍은 오전 10시 45분 장중 전일 대비 29.97% 상승한 38만6000원(시가총액 7110억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영풍정밀 역시 전일 대비 29.99% 올라 1만2180원(시가총액 1918억원)에 거래 중이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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