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개봉작

영화 ‘베테랑2’ 스틸컷. 사진=CJ ENM
영화 ‘베테랑2’ 스틸컷. 사진=CJ ENM

《리뷰》

류승완 / 한국 / 118분 3초 / 9일 언론배급시사회 / CGV 용산아이파크몰

‘베테랑2’는 전작인 ‘밀수’에 이어 감독 류승완이라는 사람이 본래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가를 가늠 가능한 영화다. 차갑고 어두워 보이지만, 그 속은 깊은 인간미를 품고 있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밀수’에서 배우 김혜수가 연기한 조춘자를 떠올리게 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실체인 내면 사이에 그 차이가 확연히 존재한다. 

물론 갓 잡아 올린 활어 같던 전편의 생동감은, 9년의 세월 속 이제 자취를 감추고 없다. 재벌에 대한 강렬한 불신을 불러일으키던 재벌 3세 ‘어이’ 조태오도 없다. 선악의 대립 구도가 흐려지면서 남은 것은 류 감독의 정의론.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선과 악의 대결보다 정의와 신념이 충돌하는 구도”를 의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관객 입장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적제재의 효용성과 이를 둘러싼 토의는 이미 많은 작품에서 다뤄진 바. 화두를 던졌다기에는 애초 여기저기서 던져진 일상적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공분公憤에 따른 원초적 분노만 자극하던 1편과 비교하면, 주인공 서도철황정민 분이 이런 문제를 직면하는 것만으로 이것은 굉장한 발전이다. 인간 서도철의 발전도 흥미롭다. 특히 자녀 ‘학폭’ 문제로 고민하는 아버지 서도철의 모습은 극에 한층 깊이를 더하는 중요한 변화다. 정의 구현에만 골몰하던 그가, 입에 “사나이”를 달고 살던 그가, 아버지로서 아이 문제에 골머리를 앓는 내용을 그린 것 역시 선악의 모호함 못지않은 ‘베테랑’ 프랜차이즈의 큰 진전이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시작으로 그간 류 감독이 쌓아 온 업적에는 분명 주목할 부분이 많다. 그렇지만 그를 ‘거장’이라 칭하기에 아직 미흡한 면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우선, 그는 손대는 족족 ‘마스터피스’만 만드는 봉준호가 아니다. 플랑세캉스Plan-séquence를 그토록 멋들어지게 녹여 내는 김지운은 더더욱 아니다. 가학성과 미학성만 보면 ‘영화적 변태’ 박찬욱에도 미치지 못한다. 장준환 같은 창의성 내지 진정성도 덜하다. 과연 그가 ‘1987’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그럼에도 감독이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자신은 상업영화가 아닌, 대중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고. 주제적 발전이나 캐릭터의 발전 외에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류 감독은 대중의 감성을 잘 아는 감독이다. 극장에 온 관객이 영화 속 무엇에서 인간적 매력을 느끼는지를 정확히 아는 ‘꾼’이다. 

건물 난간에 매달려 추락 위기에 처한 서도철. 먼저 동료 경찰이 서도철을 응원하고, 그 경찰에 쫓기던 범인조차 제발 떨어지지 말라며 함께 그를 응원한다. 웃으라고 넣은 장면이지만 실은 휴머니즘에 무게가 실려 있다. 잠깐이지만 영화 시작부터 그 웃음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또 다른 장면. 악인1이 도망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악인2가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 서도철은 악인1을 쫓다 말고 악인2를 구하고자 기꺼이 몸을 던진다. 그 결과 또 한 번 유머러스하고 가슴 뭉클한 장면이 완성된다.

이 맥락은 클라이맥스에서도, 서도철네 식탁서 벌어지는 영화의 하이라이트에서도 탄생한다. 그런 의미에서 ‘베테랑2’는 1편보다 톤은 어둡지만, 감독의 색채만은 더 뚜렷해진 영화다. (비록 그는 이 표현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듯하지만) 상업성을 갖춘 상업영화이고, 감독의 강조대로 대중성을 갖춘 대중영화이기도 하다.

이번 추석, 그 스스로를 대중영화 감독으로 지칭하는 류 감독의 남아일언중천금에 관객은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가. 전작의 ‘재탕’이란 “쉬운 길”을 마다한 그 뚝심에 박수부터 보낸다. 영화는 오는 13일 개봉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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