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공개 후 5년 만의 첫 유저 대상 시연
‘국내 최대 기대작’ 지위 여전...과연 게임성은
자체 개발 엔진 ‘블랙스페이스’ 가능성도 가늠

사진=붉은사막 공식 X
사진=붉은사막 공식 X

공개되는 작은 정보, 트레일러 영상 속 장면 하나하나를 놓고 게이머들이 논쟁을 펼치는 광경은 여느 글로벌 톱 티어 게임사들의 AAA급 신작과 다르지 않다. 펄어비스에서 개발 중인 PC·콘솔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붉은사막’의 이야기다.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잇따라 AAA급 PC·콘솔 게임 출사표를 던지고 있으나, 분명 그들에 앞서 펄어비스가 있었다. 붉은사막 프로젝트가 시작된 시점은 2018년 하반기. 올해로 7년 차다.

예상보다 개발이 길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보기 드문 사례는 아니다. 붉은사막이 표방하는 PC·콘솔 AAA급 게임들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최신작 중에서는 ‘헬다이버즈2’가 7년이 넘는 개발 기간 끝에 출시됐으며,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도 첫 공개 이후 8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게이머들과 마주했다.

긴 시간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입장에선 불만이 쌓인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해당 게임에 대한 높은 기대감과 관심이 깔려있다. 붉은사막은 분명 국내 게임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수많은 타이틀 중에서도 손꼽히는 기대작이다.

객관적인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펄어비스는 작년 게임스컴에서 붉은사막의 최신 게임 플레이 영상을 공개했다. 화려한 공중 비행과 모션 캡처 기반의 액션 전투, 다채로운 상호작용 등 넓은 오픈월드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플레이 장면들은 청중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 조회수를 합하면 누적 450만회가 넘는다.

긍정적인 반응은 해외 평단 사이에서도 이어졌다. 과거 E3의 호스트를 맡았던 게임업계 저명인사 그렉 밀러(Greg Miller)는 해당 플레이 영상을 본 후 개인 X(트위터)에 “붉은사막에 완전히 빠져버렸다”라고 말했다.

영상=붉은사막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붉은사막 공식 유튜브 채널

1년 만에 다시 돌아온 독일이다. 트레일러 영상 공개 및 B2B 시연에 그쳤던 작년과 달리, 이번 게임스컴에선 첫 유저 대상 시연에 나선다. ▲호요버스 ▲유비소프트 ▲반다이남코 ▲테이크 투 인터랙티브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게임사들 바로 옆에 펄어비스의 단독 부스가 마련된다.

일각에서 이번 게임스컴 시연이 ‘붉은사막을 실제 플레이하는 게 아닐 것’이라는 낭설이 돌기도 했으나, 펄어비스는 직접 체험 가능한(플레이어블) 붉은사막 데모 버전을 내놓는다고 공식 홈페이지에 명시했다. 이와 함께 붉은사막의 B2C 마케팅을 본격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붉은사막은 한편으로 자체 게임 엔진 ‘블랙스페이스’의 가능성을 확인할 중요 시험대이기도 하다. 최신 자체 개발 엔진을 보유한 국내 게임사는 펄어비스가 유일하다. 국내 최고 수준의 모션 캡처실과 3D 스캔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으며, 덕분에 실사에 가까운 3D 그래픽과 타격감 있는 액션을 구현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자체 개발 엔진에는 분명 명암이 있다. 현재 게임 엔진 시장은 범용 엔진인 유니티와 언리얼이 양분하고 있다. 두 범용 엔진이 일종의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보니, 펄어비스를 포함한 자체 엔진 사업자 입장에선 인력을 확보하고 또 교육하는 게 여간 쉬운 일만은 아니다.

반면 수익성면에서는 강점이 있다. 상용 엔진을 쓰는 타게임사들과 달리 라이선스나 로열티 비용 부담이 없다. 지난해 글로벌 게임업계를 한바탕 들썩였던 일이 있었는데, 바로 양대 엔진 중 하나인 유니티가 수수료 정책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역풍에 못 이겨 철회하긴 했으나, 전적인 외부 엔진 의존도는 게임업계의 새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펄어비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또 자체 엔진의 경우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나면 원하는 형태의 게임을 보다 유연하고 빠르게 맞춤 개발할 수 있다. 허진영 대표이사가 ‘도깨비’ 등 후속 게임들은 생산성을 높여 ‘붉은사막’ 대비 빠르게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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