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카드 등 자회사 현업 부서에 AI 조직 재배치
IT 기업 및 AI 개발사 등과 적극적인 MOU 분위기 조성

사진=신한AI 홈페이지 캡처
사진=신한AI 홈페이지 캡처

국내 금융권 최초 인공지능(AI) 기반 투자금융회사 신한에이아이(AI)가 청산된다. 이를 계기로 금융지주들은 자회사를 두고 고비용 및 장기투자를 통해 AI를 개발하기보다, 지주 산하 특화 부서로 관리하거나 AI 개발사 등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AI 자회사 신한AI가 지주사 그룹사(자회사)에서 탈퇴했다고 공시했다. 자회사 탈퇴 사유는 투자자문업 사업 폐지 및 회사 청산이다. 

신한AI는 신한금융이 100% 출자해 2019년 9월 출범한 국내 금융지주사 최초의 AI 전문회사다. 하지만 수익성 악화 등의 문제로 지난 5월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이로써 국내 금융그룹의 AI 자회사는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설립 첫해 당기순손실 7억원의 적자로 시작한 신한AI는 2020년 1분기부터 흑자로 전환해 2021년 하반기(3‧4분기) 당기순이익을 5억원까지 늘렸다. 이후 이익은 점차 감소세를 보이다 2022년 3분기 순손실 5억원을 내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 46억원의 순손실을 내고, 올해까지 적자를 이어졌다.

유일무이했던 금융그룹 AI 자회사가 역사 속으로 퇴장하면서 금융권 AI 운용전략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게 됐다. 각 금융그룹은 AI 자회사를 두기보다, AI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조직 위상을 높이거나 외부 정보통신(IT) 기업과 협업하는 간접 방식을 택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에서 ‘디지털 부문’을 신설하고 산하에 DT본부와 AI본부를 뒀다. AI본부에는 AI데이터혁신부와 금융AI센터가 배치됐다. AI데이터혁신부는 생성형 AI 기술과 비즈니스 구축을, 금융AI센터는 AI 개발‧운영‧유지보수 등을 각각 수행한다. 

또 금융‧IT 전문 자회사 KB데이타시스템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생성형 AI 전략적 제휴(MOU)를 체결하고, KB금융그룹 내 AI 활용도가 높아지는 플랫폼·마케팅·고객 서비스 등에 ‘애저 오픈AI 서비스’ 도입을 지원한다. ‘애저 오픈AI 서비스’는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를 기반으로 최신 AI 모델을 제공하는 기업용 서비스다. 

신한금융은 신한AI 인력과 사업을 은행과 증권에 승계했다. 지난해 말부터 신한AI의 대부분 인력은 신한은행의 AI 연구소와 기존 IT 업무부서 등에 배치하고 나머지 인력은 신한투자증권에 배치했다. 각 계열사의 현업 부서에서 생성형 AI 인프라와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나금융은 디지털 부문 아래 ‘데이터본부’에 AI 내재화를 위해 운영되던 부서를 정규화해 ‘AI데이터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또한, IT 전문 자회사 하나금융티아이의 독립기업인 하나금융융합기술원에서 AI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은 2018년 금융권 최초 AI전문기관으로 설립됐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주최의 최고경영자(CEO) 제주하계포럼에 강연자로 나선 자리에서 “AI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시대에 금융기업도 첨단 산업 영역 확장을 위해 IT 기업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하나은행은 데이터 인텔리전스 기업인 S2W와 금융보안 생성형 AI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우리금융 역시도 지난해 임종룡 회장 취임 후 신(新) IT 거버넌스 개편 작업에 돌입, 우리에프아이에스(FIS)인력을 은행과 카드로 재배치했다. 그룹사 간 위수탁 방식보다 각 계열사에서 직접 수행하는 방식으로 효율화에 나선 것이다. 더불어 지주 산하 디지털혁신부문 내 ‘금융테크부’를 두고 AI·신기술 선도체계 확립 역할을 맡겼다. 

금융지주들의 AI 운용전략 변화는 고비용의 투자가 장기간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단독 자회사를 두고 인건비와 서버개발비를 따로 투입해 AI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은행 등 사업 부서 단위의 운영이 효율적이고 자회사 간 시너지도 탁월할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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