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차녀 최민정 씨, 중국계 미국인과 결혼 소식
한화·롯데 그룹 일가 등 일반인과 혼인 사례 늘어
앞으로 재벌가+평범한 가정 혼인 늘어날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딸인 최민정 씨가 해군 중위 시절이던 2015년 12월 청해부대 19진(충무공이순신함)으로 소말리아 아덴만 파병 임무를 마치고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서 열린 입항 환영식에 참석, 경례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딸인 최민정 씨가 해군 중위 시절이던 2015년 12월 청해부대 19진(충무공이순신함)으로 소말리아 아덴만 파병 임무를 마치고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서 열린 입항 환영식에 참석, 경례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둘째 딸 최민정 씨의 결혼이 재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부모님(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 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선고를 불과 1주일 여 앞두고 민정 씨의 결혼 일정이 공개돼 묘한 대조를 이뤘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심을 끈 것은 결혼 상대가 또 다른 재벌가나 권력가의 자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계 미국 사업가로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소프트웨어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잇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의 기준에서 본다면 일반인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재벌과 권력가 집안으로 둘러싸인 혼인 네트워크

우리나라 재벌가는 혼인을 통해 또 다른 재벌가 내지는 권력자 집안과 얽혀있다. 재벌끼리의 혼인 관계를 그림으로 표시하면 마치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물론 그 중간에는 정치인 등 권력가 집안이 개입돼 마치 상류층을 형성하는 하나의 거대한 조직처럼 보인다. 이를 두고 혼맥도(婚脈圖)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혼맥도를 분석해 보면 중심을 차지하는 재벌과 권력가 집안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GS그룹과 LS그룹이고 권력가로서는 전두환 정권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고 노신영 총리 집안이다. 얽히고설켜서 6촌 누나가 숙모가 되기도 하고 동서의 조카와 사돈의 조카가 결혼하는 사례도 있다. 30대 그룹의 일가를 모두 나열해 친가, 외가, 배우자 쪽까지 계산하면 13촌 이내로 관계가 정리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재벌의 이러한 혼맥은 민주화 이후 뚜렷한 변화를 보였다. 권력가와의 혼사는 크게 줄어들었다. 2020년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조사한 것을 보면 재벌과 권력가 집안의 혼사는 부모 세대에서는 28%에 달했으나 자녀 세대에 와서는 7%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재벌 간의 혼사는 46.3%에서 50.7%로 늘었고 특히 연애를 통해 일반인과의 결혼 사례는 12.6%에서 23.2%로 늘었다.

SK 최윤정·최민정, 한화 김동관·김동선, 롯데 신유열 등 평범한 배우자 택해

재벌과 일반인의 혼인은 젊은 총수가 등장하면서 더욱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SK그룹에서는 민정 씨에 앞서 언니 윤정 씨가 2017년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벤처 사업가와 결혼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입사 동기와 장기간 연애 끝에 2019년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의 배우자 정 모 씨는 명문대를 나온 평범한 가정 출신으로 2010년 한화그룹 입사 동기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화그룹의 셋째 아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역시 평범한 가정 출신의 방송사 기자와 결혼했다.

이 밖에도 롯데 그룹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전무는 노무라 증권에서 근무할 때 만난 회사 동기와 2015년 결혼했고 빙그레 그룹 김호연 회장의 장남 김동환 씨 역시 회사에서 만난 동료와 인연을 키워 2017년 결혼에 이르렀다.

삼성 이재용, 아모레 서민정...재벌가끼리 결혼 후 파경

물론 아직도 재벌가와의 혼인을 고집하는 재벌도 적지 않다. 그러나 80년대 생 3∼4세가 경영권을 승계하는 위치에 오르면서 혼인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고 있다.

창업주나 2세 때는 집안끼리 혼인이 결정되면 당사자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남편이든 아내든 참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은 재벌가라고 다르지 않았다. 집안끼리 성사된 결혼이 결국 파경으로 치달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대상그룹의 임세령 씨의 경우다. 미원과 미풍 두 집안의 만남으로 화제를 끌었고 아들과 딸을 낳고 잘 사는 듯 보였으나 11년 만에 파경을 피하지 못했다.

또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와 보광창업투자 홍석준 회장의 장남 홍정환 씨의 사례도 집안끼리의 결합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두 집안의 화려한 인맥과 막강한 재력이 관심을 끌면서 2020년 10월 결혼했다. 그러나 불과 8개월 만에 이혼에 합의하기도 했다.

삼성 이부진, 신세계 정용진...일반인과 결혼 후 파경

그렇다고 재벌과 일반인의 결합이라고 항상 끝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의 1999년 결혼은 재벌가 딸과 평사원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화제 됐다. 가족들의 반대를 이부진 사장이 적극적으로 설득했다는 일화까지 더해지면 ‘고난을 이겨낸 사랑의 아이콘’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결혼 이후 15년만인 2014년 이부진 사장이 이혼소송을 제기해 2014년 두 사람은 남남이 됐다.

또 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과 배우 고현정 씨도 수많은 화제 속에 1995년 결혼했지만 8년 만에 이혼했다. 이혼 이후 파경에 대한 여러 억측들이 나오면서 두 사람에게 부담이 되곤 했다.

결혼은 일생에서 치르는 가장 큰 행사 중의 하나로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한다. 그래서 정답도 없다.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서 정을 쌓고 한 평생 잘 살아가는 경우도 있고 뜨겁게 만났다가 낮 붉히며 헤어져, 차라리 만나지 않음만 못한 사이가 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우리 재벌의 혼인도 사업을 지키기 위해, 또는 영역을 넓히기 위한 수단으로서는 효용가치가 떨어진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앞으로도 재벌가 자녀와 일반인의 드라마 같은 러브스토리가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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