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유상증자로 자금확충…“영업 경쟁력 강화”
NPL 시장 호황기…부동산·금융 부실 매물 공급 집중

우리금융에프앤아이와 하나에프앤아이 CI. 사진=각 사
우리금융에프앤아이와 하나에프앤아이 CI. 사진=각 사

우리·하나금융이 부실채권(NPL) 투자 전문 자회사 우리금융에프앤아이(우리금융F&I)와 하나에프앤아이(하나F&I)를 지원해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NPL 자회사 우리금융에프앤아이의 주식 229만8895주를 취득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우리금융은 1200억여원을 투입해 유상증자를 단행키로 했으며, 취득 시 우리금융에프앤아이의 자기자본은 3340억원대로 늘어난다. 

우리금융이 우리금융에프앤아이 자금수혈에 나선 것은 우리금융그룹 비은행 부문 성장동력 강화를 위해서다. 중장기적이고 지속성장이 가능한 기반을 마련하겠단 구상이다. 우리금융에프앤아이는 그룹의 전략적 행보에 발맞춰 NPL 매각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난해 11월 하나금융그룹 NPL 자회사 하나에프앤아이의 1496억원대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본확충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이에 하나금융은 “자회사의 영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본확충”이라고 밝혔다. 

◆우리·하나금융, NPL 자회사 활용해 시장 호황기 대비

우리‧하나금융이 NPL 자회사 투자를 늘리는 배경은 은행에 치우친 수익구조를 벗어나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는 데에 있다.

올해 1분기 우리‧하나금융 연결당기순이익(지배기업지분)상 은행과 비은행 부문 비중은 대략 9대1, 8대2로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른 금융그룹이 평균 6대4, 7대3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순이익이 대부분 은행 부문에 편중돼 있다. 

NPL 시장의 호황기가 예견되면서 금융지주 내에선 NPL 투자회사가 각광받는 비은행 계열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부실 매물이 급격히 느는 가운데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으로 수혈받은 자금은 NPL 투자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NPL 자회사를 가진 금융지주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끌어올릴 적기라고 판단하고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NPL 시장이 유례없이 각광받는 이유는 부동산업권과 금융권이 서둘러 부실 사업장과 채권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기와 경기침체 장기화가 맞물린 가운데, 부실 매물(사업장‧채권)을 길게 가져갈수록 손실만 확대되는 실정이다.

◆NPL 공급 매물 늘어…1분기 국내 주요 은행 11곳 매각 규모 114% ↑

실제 NPL 시장에선 공급 매물이 급격히 늘었다. 삼일PwC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은행 11곳(하나·경남·KB국민·IBK기업·NH농협·대구·부산·KDB산업·수협·신한·우리)의 NPL 매각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114% 급등한 약 1조7300억원에 달한다. 2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46.82% 증가한 2조54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이 지난달 1~15일 진행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공매 건수는 총 32건이며, 이 중 3건이 낙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경‧공매 매물이 극소수였던 것과 비교해 시장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NPL 투자 전문회사는 손실을 줄이려고 각 업권이 내놓은 부실 매물을 빠르게 사들인 뒤 구조조정을 통해 이를 높은 가격으로 되팔아 수익을 거둔다. 즉, 부실 매물이 늘수록 NPL 투자사는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이 사실은 최근 실적 추이로도 입증되고 있다. 우리금융에프앤아이는 지난해 영업 적자 규모를 기존 4억1319만원에서 4032만원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당기순손실 또한 6억2311만원에서 2492만원으로 96.0% 축소했다.

같은 기간 하나에프앤아이도 1년 전(255억3338만원)보다 289.8% 늘어난 874억5283만원의 영업이익과 전년(209억9593만원)보다 215.5% 증가한 662억4426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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