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 ATM사업 매각 본격화
미니스톱 인수 후 시너지 창출 저조
신동빈, 유통 부문 추가 M&A 시사

세븐일레븐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추진하는 구조조정의 첫 타겟으로 선정됐다. 사진은 세븐일레븐 전경.사진=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추진하는 구조조정의 첫 타겟으로 선정됐다. 사진은 세븐일레븐 전경.사진=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추진하는 구조조정의 첫 타으로 선정됐다. 신 회장이 역점사업 강화와 함께 부진한 사업을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세븐일레븐 일부 사업부 매각에 이어 추가적인 유통 부문 내 매각 가능성이 고조된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세븐일레븐 한국 편의점 사업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의 현금인출기(ATM) 사업부(구 롯데피에스넷)의 분리 매각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롯데는 코리아세븐의 ATM 사업부를 인수할 기업을 찾기 위해 최근 삼정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매각 대금은 400억~500억원으로 추산된다.

코리아세븐은 지난 2019년 편의점 운영사업과 ATM 운영사업 융합을 통해 시너지 증대를 위해 롯데피에스넷을 흡수합병했다. 롯데는 2017년에도 롯데피에스넷의 매각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하자 흡수합병을 택했다. 롯데피에스넷의 매각이 불발된지 7년 만에 재매각이 추진되는 상황이다.

ATM 사업 자체가 하락세를 띄고 있어 매각 추진 자체는 자연스러워 보인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결제가 늘면서 편의점에서 ATM을 사용하는 소비자도 줄었다. 은행도 디지털 전환에 나서면서 ATM을 줄여나갈 정도다.

이번 코리아세븐 사업부 매각 추진은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편의점 시장 상황, 미니스톱 인수 시너지 창출이 저조한 가운데 추진되고 있다.

코리아세븐의 2023년 3분기까지 매출은 4조3308억원으로 전년 동기(2022년 3분기 누적) 대비 7.7%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24억원에 달하며 당기순손실은 1078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재무 상황도 좋지 않다. 코리아세븐 순차입금 규모는 2018년말 기준 656억원에서 지난해 9월말 8287억원으로 늘었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1분기 306.7% ▲2분기 320.2% ▲3분기 378.6%로 상승했다.

코리아세븐 측은 이번 매각 추진에 대해 편의점업 본질에 집중하고자 효율화 차원에서 매각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ATM 사업부 매각 이후에는 타사처럼 ATM을 위탁받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또 올해 안으로 미니스톱과 통합을 마무리하고 편의점 업계 ‘빅3’ 재진입에 나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미니스톱 브랜드 사용권 기한이 만료되는 오는 3월까지는 모든 점포를 세븐일레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다만 세븐일레븐의 더딘 성장은 롯데그룹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롯데그룹은 이미 2022년에 3133억원을 투입해 점포 수 1만2000여개의 세븐일레븐과 2600여개의 미니스톱의 결합을 통해 빅2 도약을 노렸으나 뚜렷한 시너지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신동빈 회장도 ‘부진한 사업 철수’를 천명한 만큼 세븐일레븐 일부 사업부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매각 등 사업 효율화 가능성은 높다.

신 회장은 지난달 30일 보도된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의 전신) 상장 등 주식 상장과 편의점, 타사 주류 사업 매수 등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을 확대했지만 지금은 방침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크고 작은 회사 60곳 정도를 매수했지만 지금은 방침을 바꿔 매수뿐 아니라 매각도 일부 진행하고 있다”며 “몇 년을 해도 잘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는 타사에 부탁하는 것이 종업원에게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앞으로도 몇 개를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재계에서는 신 회장의 발언에 맞춰 유통 부문에서 실적이 부진한 사업체의 매각이나 조직 개편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의견을 내고 있다. 추가적인 매각 대상으로는 롯데그룹 내 유통 계열사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계열사를 서로 주고받아 지배 주주로 바꾸는 형태를 주로 택해왔지만 이번에는 아예 매각 등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형태로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실제로 롯데의 유통군 실적을 살펴볼 수 있는 롯데쇼핑은 지난해에 가까스로 반등했지만 계열사가 발목을 잡고 있다.

롯데쇼핑의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은 전년(2022년)보다 5.9% 줄어든 14조5559억원, 영업이익은 31.6% 증가한 5084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1797억원으로 2016년 이후 7년 만에 흑자 전환할 정도다.

그러나 롯데쇼핑 자회사인 롯데하이마트, 롯데홈쇼핑, 롯데컬처웍스(영화관 사업) 등이 발목을 잡으며 영업이익에서 증가폭이 적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2012년 1조2000억원대에 인수했지만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은 2500억원이 안된다. 또 롯데그룹이 공동 투자한 가구업체 한샘도 가구업계의 업황 부진과 맞물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인지한 신 회장도 유통 부문 등에서 적극적인 매각 작업을 펼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의 시도에 대해 재계에서는 비교적 호평하는 모습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집중 육성 중인 바이오·헬스케어 등 신사업이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유통과 화학 부문 등에서 자금줄 역할이 이뤄져야 한다”며 “아쉬운 실적을 내는 부문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잘라낸다면 ‘뉴롯데’ 도약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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