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 현실 파악 능력 떨어졌다
장기간 계속된 ‘의료대란’으로 인한 감정도 문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지만, 올해 초부터 시작된 ‘의료대란’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정치권은 ‘여·야·의·정 협의체(이하 협의체)’를 제안하고 닷새가 흘렀지만, 어떠한 대화 테이블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협의체 출범을 알리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를 즉각 반박하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 현실 파악 능력 떨어졌다

정부가 각 수련병원이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4일 서울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전공의 대표는 이날 "사직서가 수리돼도 돌아가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각 수련병원이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4일 서울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전공의 대표는 이날 "사직서가 수리돼도 돌아가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인 국민의힘이다. 정부·여당은 줄곧 ▲올해 의대 증원 계획 철회 불가 ▲응급실 상황 안정 등을 자신했지만, 현실과는 다르다는 반박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이 응급실 현장을 방문하는가 하면, 추석을 앞두고 ‘비상 의료 대책’ 등을 내놨지만 미봉에 그쳤다는 평가다. 아울러 지난 11일에는 측근인 대통령실 직원들이 응급실을 방문해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월 보건복지부의 정책 발표 직후 전공의들의 이탈로 발생한 의료 공백에 대해 여·야·의·정은 이제 비슷한 수준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응급의료 현장 상황에 대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혀 오던 정부도 “현장의 어려움이 크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핵심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문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뒤쪽)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참석해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앞쪽은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2차관. 사진=연합뉴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뒤쪽)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참석해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앞쪽은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2차관. 사진=연합뉴스

현재 ‘의료대란’ 문제의 핵심은 이미 원서접수가 시작된 2025학년도 정원 조정 문제다. 물론 ‘입시’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무리수인 것은 사실이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2026학년도에 대해서는 “제로베이스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의료계는 “이미 입시 절차가 시작된 2025학년도까지 포함한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026학년도는 증원 유예’라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타협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실질적으로 2025학년도 증원 철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학별 정원 배정이 완료된 데다 수시모집 전형이 시작된 2025학년도 정원은 건드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2025학년도 정원 조정이 이뤄진다면, 의료계 반발보다 더한 학부모 반발이 있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장기간 계속된 ‘의료대란’에 따른 감정도 문제

이른바 ‘여·야·의·정’을 힘들게 하면서 출구전략을 세우지 못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의료대란’이 장기화되면서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점이다.

의료계는 “멀쩡한 의료 시스템이 망가졌다”며 의대 정원에 손을 댄 것이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말한다. 정부는 ‘연간 2000명’ 발표 이전에도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 문제가 컸다고 본다. 의사 증원은 문재인 정부도 추진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4월 영수회담에서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 정부의 물러서지 않는 입장이다.

여기에 의사단체는 의사 수가 급증하면 의료 서비스의 질이 하락하고 의료비 부담은 커질 것이라 우려한다. 정부는 국내외 사례연구 결과 의사 수와 진료비는 상관관계가 미미하다고 반박한다.

파이낸셜투데이 박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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