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정지선, 내실있는 정중동 경영 행보
‘2030년 매출 40조’ 돌파위한 신수종 사업 강화
네슬레·현대바이오랜드 협력 강화로 경쟁우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조용하고도 과감한 ‘정중동(靜中動)’ 경영자로 잘 알려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토털 라이프케어’ 기업 도약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 돌파 목표를 세운 가운데 헬스케어 사업을 집중 육성하면서 글로벌 기업 ‘네슬레헬스사이언스’와 협업을 강화해 목표 달성을 앞당기겠다는 목표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장호진 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백화점그룹 지주사) 사장은 지난 4일 서울 대치동 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본사 사옥에서 애나 몰(Anna Mohl) 네슬레헬스사이언스 최고경영자와 만나 상호 시너지를 바탕으로 한 헬스케어 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네슬레헬스사이언스는 네슬레그룹의 건강기능식품 등 영양 분야의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글로벌 헬스케어기업이다. 전 세계 연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비타민 브랜드 ‘솔가(Solgar)’를 비롯해 미국 1위 콜라겐 브랜드 ‘바이탈 프로테인’ 등 25개의 건기식·메디컬 푸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장호진 사장과 애나 몰 CEO는 이번 회동에서 지난해 양사 간 업무 협약 체결 이후의 협업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네슬레헬스사이언스 건기식 브랜드의 국내 유통 확대 등 사업 확대와 협력을 보다 강화하기로 했다. 또 전문매장 확대와 신제품 공동 개발 및 생산 등 식품·유통 분야에서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하기 위해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전부터 현대백화점그룹과 네슬레는 긴밀하게 협력해왔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현대바이오랜드는 네슬레 헬스사이언스와 협약을 맺고 건강식품 브랜드 4종을 출시했다. 네슬레의 건강식품 브랜드국내 독점 유통 및 건강식품 소재·제조 기술 교류 등에 나서왔다.

나아가 현대백화점은 그룹 내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해 네슬레헬스사이언스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다양한 형태의 판매·유통 플랫폼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오는 11월에는 네슬레헬스사이언스의 건강식품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아 판매하는 전문매장(가칭 ‘네슬레헬스사이언스 토탈숍’)을 현대백화점 목동점에 선보이기로 했다. 또 그룹의 헬스케어 역량을 결집시킨 ‘종합 헬스케어 플랫폼’도 앞으로 3년 내에 연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기준 약 1500억원 규모인 그룹 헬스케어 사업 관련 매출을 2030년까지 400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헬스케어 사업을 더욱 과감하게 육성하기로 발표한 시기는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2021년이다. 당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2030년까지 그룹 매출 4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그룹의 3대 핵심 사업인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에 뷰티, 헬스케어·바이오, 친환경 등 신수종 사업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현대백화점그룹이 신수종 사업을 확대하는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부분이 헬스케어와 바이오다.

정지선 회장이 건강기능식품 분야를 비롯한 헬스케어·바이오 시장을 집중 육성하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6조1428억원으로 전년(5조6902억원) 대비 7.9% 증가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소비자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어 시장 성장세는 매섭다.

다만 헬스케어와 바이오 사업의 성장세가 높은 만큼 기존 경쟁사나 새롭게 진입하는 업체들도 많다. 정지선 회장 입장에서도 그룹이 경쟁사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경쟁력이 있어야만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글로벌 헬스케어기업 ‘네슬레헬스사이언스’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헬스케어 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건다. 사진은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현대백화점그룹 본사 사옥에서 장호진 현대지에프홀딩스 사장(사진 오른쪽)과 애나 몰(Anna Mohl) 네슬레헬스사이언스 최고경영자(사진 왼쪽)가 회동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이 글로벌 헬스케어기업 ‘네슬레헬스사이언스’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헬스케어 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건다. 사진은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현대백화점그룹 본사 사옥에서 장호진 현대지에프홀딩스 사장(사진 오른쪽)과 애나 몰(Anna Mohl) 네슬레헬스사이언스 최고경영자(사진 왼쪽)가 회동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여기서 현대백화점그룹의 전략은 크게 2가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첫 번째는 세계 유수의 기업인 네슬레 등과의 협업을 통한 제품 경쟁력 제고다. 건강기능식품 분야는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식품, 제약, 뷰티업계 등이 쉽사리 진출할 수 있다. 게다가 건강기능식품은 협력업체를 통한 납품이 이뤄지는 만큼 경쟁력 확보도 쉽지 않다.

건강기능식품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특허를 받은 원료를 개발하거나 품질 높은 해외 업체와 협력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다. 이에 현대백화점그룹은 네슬레와 협력해 제품 품질 제고를 택한 상황이다.

두번째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보유한 유통·제조 계열사의 시너지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룹 내 유통 계열사인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현대백화점면세점, 현대이지웰 등은 네슬레헬스사이언스의 주요 건기식을 독점 판매할 수 있는 창구다.

제조 계열사로는 현대바이오랜드가 있다. 현대바이오랜드는 화장품원료인 생약물질 추출물, 알부틴 등을 생산하며 화장품, 의약품, 건강식품을 제조한다. 현대바이오랜드는 네슬레와의 협업을 통해 높은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 현대바이오랜드는 중장기적으로는 네슬레의 아시아 시장 확장을 위한 생산기지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현대바이오랜드는 네슬레헬스사이언스와의 협력해 직접 보유한 개별인정형 건기식 원료인 ‘발효율피추출물’과 ‘발효우슬등복합물’ 등을 활용한 신제품을 개발하기로 했다.

네슬레헬스사이언스도 글로벌 판매망을 활용해 현대백화점그룹의 건기식 및 헬스케어 솔루션 등의 해외 진출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 관계자는 “건기식 등 헬스케어 분야는 그룹 내 제조 및 유통 플랫폼과의 높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영역”이라며 “그룹 헬스케어 사업의 핵심 파트너인 네슬레헬스사이언스와의 협업을 통해 현대백화점그룹만의 차별화된 헬스케어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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