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간 지속된 자본잠식...이제와 5:1 주식병합
감자후 주식수 3078만1225주...유증 신주 1800만주로 58.47% 달해
“유증 불참시 지분희석 막대”...유증 참여하거나 던지거나 ‘기로’

DH오토웨어가 자본잠식 해소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감자 카드를 꺼내들면서,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의 거센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회사 측은 비대한 자본금 비중을 축소해 적정 수준의 재무구조 조정을 단행한다는 방침이지만, 감자 후 주주배정 유상증자 결정 소식이 겹치면서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투심이 크게 악화한 양상이다.

투자업계에서는 '감자후 유증'을 자본시장 최고의 악재중 하나로 손꼽으며, 주주배정 유증에 불참하는 주주들의 지분이 막대한 수준으로 희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유증 강매 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불참을 결정한 주주들의 조기 이탈이 발생할 전망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DH오토웨어는 전일 5:1 주식병합을 통한 감자를 결정했다. DH오토웨어의 발행주식총수는 감자전 1억5390만6120주에서 감자후 3078만1225주로 변동된다. 감자기준일은 오는 11월 1일이며, 전거래일부터 약 2주간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DH오토웨어는 감자사유에 대해 "자본잠식 해소 및 자본금 규모 적정화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밝혔다. 상반기말 기준 DH오토웨어의 자본총계는 690억2995만원으로 나타났다. 자본총계가 자본금 769억5306만원을 하회하는 상태가 지속되며 자본잠식률 10.29%를 기록하고 있다.

DH오토웨어는 2013년도 이래로 자본잠식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결손금 규모는 291억원이다. 실적 개선을 통한 결손금 보전을 오랜기간 달성하지 못한 모습이다. 그러나 재무 구조상 자본금 규모가 과도하게 비대한 측면도 자본잠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DH오토웨어의 자산총계는 2387억9713만원이며, 총자산 중 자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32.22%에 달한다. 통상적인 상장기업의 수준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DH오토웨어는 결국 전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재무구조 조정에 나서게 됐다. 자본금 규모를 기존 대비 5분의 1인 153억9061만2000원까지 축소시켜 자본잠식을 탈피하는 방법이다. 감자후 자본총계는 변동이 없으며, 감소된 자본금으로 결손금을 처리 함에 따라 감자차익이 발생한다.

자본시장에서 기업의 감자가 발생하는 경우, 주주 입장에서는 보유 주식수가 줄어드는 만큼 기준 주가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론상 손익 변동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기준주가가 높아져 주가가 비싸보이는 착시효과와 더불어, 기업의 재무구조가 열악하다는 신호를 주게 돼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감자를 단행하는 한계기업 대부분은 감자 후 유상증자를 동시에 단행하는 경향이 크다. 높아진 시가를 기준으로 막대한 할인율을 적용해 신주를 발행함으로써 신규투자를 유인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식수의 축소·확대 과정을 거쳐 기존 주주들의 주가희석이 막대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DH오토웨어 역시 전일 감자결정과 동시에 207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발행 규모가 1800만주로, 감자후 주식총수(3078만1225주)의 58.47%에 달하는 수준이다. 예정발행가(1152원) 산정에는 25%의 할인율이 적용됐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에서 감자후 유상증자는 주가 측면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로 손꼽힌다”며 “기존 주주들의 주식수는 대폭 줄어들게 되는 가운데, 신규 투자자의 경우 값싸게 높은 지분비율을 획득하기 용이한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주배정 유증의 경우 그나마 기존 주주가 지분비율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이지만, 불참할 경우의 지분희석 부담이 막대해 강매 압력이 크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DH오토웨어는 하한가(-30%)를 기록하며 238원에 장을 마감했다. 감자후 유상증자 소식에 기존 주주들의 투심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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