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최창렬 용인대학교 특임교수.
최창렬 용인대학교 특임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영수회담을 가졌지만, 성과는 없었다. 이후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역시 변화의 메시지는 없었다. 이후 검찰의 김건희 여사에 대한 제3 장소에서의 조사,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외교안보 라인의 돌려막기 인사 등 일련의 행태는 정권의 국정운용방식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총선에서 여권의 패배는 대통령에 종속적인 여당의 변화를 통하여 국정운영기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이미 지난해 10월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총선의 전초전이라는 성격이 부여됐고 결과는 여당의 패배로 끝났다. 이는 총선까지 여권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똑같은 참패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경고였다. 그러나 총선 기간 대통령실은 오히려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압박했고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이후 국민의힘 전당대회 동안 해병대원 특검에 대한 대통령실의 거부 의사는 더욱 강고해지고, 결국 윤-한 갈등의 형태로 여권의 균열이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급기야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논란을 빚는 신임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취임 직후 독립기념관 광복절 경축식을 열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독립기념관이 광복절 경축식을 열지 않는 것은 1987년 개관 이후 처음이다. 이유는 “김형석 신임 관장이 (서울에서 열리는) 대통령 주최 정부 행사에 참석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독립기념관 측이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 선 김형석 관장 이외에 역사 관련 주요 기관을 이른바 뉴라이트 성향의 인사들이 독식했다. 동북아역사재단,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장 등 정부 산하의 국내 3대 역사 기관의 장에 임명된 인사들은 하나같이 극우 논란에 휩싸인 인물들이다. 이들 중 ‘식민지 근대화론’을 옹호한 인사는 ‘일본의 과거에 대해 사죄하지 않는다는 기성세대의 역사 인식을 젊은 세대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며 문제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나아가 ‘일제의 징용과 위안부 강제성을 부정하고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근거도 부족하다고 주장한 ’반일종족주의‘ 저자 중 한 명도 있다. 이러한 역사 관련 기관의 인사는 윤석열 정권의 이념적 지향을 그대로 노정하는 것이다.

일련의 극우성향의 인물들이 장관급 인사와 역사 관련 기관의 장으로 임명되는 일을 정권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의 문제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 국민의 눈높이를 의식하지 않는 정치적 감수성의 부재와 역사인식의 실종이 이러한 일을 결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를 거부하는 일련의 일들이라 아니할 수 없다.

민주당 등 야당은 윤 정권의 탄핵을 위한 명분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민주당은 해병대원 특검법을 세 번째 발의했다.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야당의 입법강행,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국회 재표결, 부결의 악순환 고리가 정치의 일상이 됐다. 여당의 새 지도부가 들어섰지만, 당내 친윤을 의식하느라 해병대원 제3자 추천 특검에 대한 발의는커녕 담론 자체가 없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여당과 대통령실의 행태와 태도가 바뀌고, 대통령의 인사가 국민의 정서와 보편적 인식에 부합할 때 대통령의 지지가 올라갈 수 있다.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을 가지고 있음에도 민주당 대표의 사법적 문제와 친명의 과도한 장악은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 이 대표의 대선 주자 지지도가 1위임에도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가 국민의힘보다 낮은 이유이다.

대통령의 지지도가 오르지 않으면 이 대표의 민주당은 정권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여권의 행태가 보수를 넘는 수구적 극우 성향을 노출하고 당정관계의 재정립이 요원하며 대통령과 여당 대표와의 갈등이 정치의 이슈가 되는 국면에서, 야당이 타협적으로 나올 이유가 있을까. 야당이 탄핵과 특검, 청문회 등에 집착하는 이유이다.

윤 대통령과 정권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국정행태가 전면 쇄신되어야 한다. 그러나 인사와 국정기조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고 오히려 역주행을 하는 듯한 정권의 태도에서 이를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에 가까운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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