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8일 자산운용사 CEO 소집…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만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및 커버드콜 ETF 명칭 규제 등 실태 점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오전 금융투자협회 사옥에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신수정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오전 금융투자협회 사옥에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신수정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증권‧보험 등 계열사 부당거래, 상품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상장지수펀드(ETF) 명칭에 관한 자산운용업계 영업실태를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 점검에 돌입한다고 예고했다. 

최근 자산운용업권 ETF 경쟁이 과열된 가운데, 불건전 영업행위 여부를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다. 사실상 과열 경쟁을 주도한 대형 운용사, 삼성자산운용(삼성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운용)을 겨냥한 경고로 읽힌다. 

◆ 이복현 “자산운용업권 불공정거래 거둬내야…위법행위 적발 시, 엄정 대응”

8일 오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23곳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를 소환해 간담회를 진행하고 근시일 내로 자산운용업권의 현장 점검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산운용사 영업실태 점검 관련 질의에 “현업의 자료를 받아 현황을 파악 중”이라며 “아무래도 현장 점검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현장 점검 결과에 따라 수시 검사가 진행될 가능성에 대해선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ETF 시장이 워낙 중요하고 성장‧발전이 필요한 시기에 실거래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은 있다”며 “(자산운용업권에) 불공정거래가 있다면 그런 것은 걷어내야 할 것 같다”고 현장 점검 착수 이유를 설명했다. 

이 원장은 앞서 모두발언에서 “최근 공모펀드 시장이 ETF 중심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경쟁 과열로 인한 우려가 높아진다”며 “감독당국 역시 자격 미달의 자산운용사를 신속히 퇴출시키고 위법행위에 엄정 대응하는 등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자산운용 서초사옥(왼쪽)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옥. 사진=각 사
삼성자산운용 서초사옥(왼쪽)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옥. 사진=각 사

◆ “사실상 삼성‧미래에셋 겨냥 발언”…KB‧신한‧DB 등 금융그룹 운용사도 물망

자산운용업권에선 금감원의 현장 점검이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을 향한다고 보고 있다. ETF 시장 이면에 계열사 간 밀어주기로 불건전 영업 실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이날 “계열사 몰아주기는 전체에서도 굉장히 적은 부분을 차지한다”며 “시장 전체의 부당거래 의혹을 일축하는 동시에 해당 기업에 대해선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현장 점검은) 질서 관리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한 자산운용업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현장 점검 예고 발언은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이 자산운용업권의 ETF 영업 실태를 들여다보기로 한 것은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제가 제기되면서다. 은행·증권사가 계열사 관계인 운용사의 ETF를 우선순위로 판매하고, 보험사는 일임운용 형태로 ETF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회의에서 “자산운용사가 공생관계인 증권사들에 혜택을 주면서 자산운용의 ETF를 매수해 증권사는 수수료를 챙기고, 자산운용사는 ETF 규모를 불리는 사례가 있다”며 “계열사가 운용사의 ETF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불건전 영업행위가 있었는지 또는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 행위가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의혹에 대표적인 사례로 삼성자산운용을 꼽았다. 강 의원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3월 기준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나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ETF 규모가 2조940억원에 달했다. 이중 삼성의 금융계열사가 출자한 물량이 1조5000억원을 넘어 순자산의 15%가 계열사로부터 나왔다고 짚었다. 

나아가 대형사뿐만 아니라 금융그룹과 관계된 운용사도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자산운용업권 관계자는 “계열사 밀어주기가 가능한 곳은 몸집이 큰 삼성‧미래, 그리고 KB‧신한‧DB 등 금융그룹 운용사들 정도로 좁혀진다”고 말했다. 

업권에 따르면 운용사와 관계된 계열사 현황은 ▲삼성자산운용(삼성증권, 삼성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 ▲KB자산운용(KB증권, KB국민은행, KB라이프생명, KB손해보험) ▲신한자산운용(신한투자증권, 신한은행) ▲DB자산운용(DB금융투자, DB손해보험) ▲한국투자신탁운용(한국투자증권) 등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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