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온 결별로 희귀질환 의약품 매출 공백
비만치료제 ‘삭센다’ 바이오시밀러 국내 도입나서
인기제품 ‘위고비’도 국내 진출 가시화…“비만약 경쟁 거세”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삭센다. 연합뉴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삭센다. 연합뉴스

국내 제약사 ‘한독’이 파트너사 ‘알렉시온(Alexion)’과 결별하면서 매출 공백이 발생했다. 한독이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비만약 ‘삭센다’의 바이오시밀러(복제약) 국내 도입이 주목된다. 다만 삭센다의 경쟁 제품들도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어 삭센다 바이오시밀러의 성공가능성을 담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독은 별도재무제표 기준 올해 2분기 매출액 1268억원, 영업이익 17억원, 당기순손실 46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매출은 전년동기(2023년 2분기) 매출액인 1391억원과 비교해 8.8% 감소했다. 전년도 영업이익(50억원)과 비교해서도 66.2%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3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한독은 이미 1분기에도 실적이 감소해 올해 상반기 실적은 전년대비 악화됐다. 한독의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동기(2670억원)과 비교해 5.1% 감소한 2535억원이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110억원) 대비 35.3% 감소한 71억원이다.

한독의 올해 상반기 부진한 성적의 이유는 알렉시온과의 협업이 종료된 영향이 크다.

전년대비 아쉬운 상반기 성적표를 받아든 이유는 파트너사인 알렉시온과 사업이 종료된 것이 컸다. 한독은 2009년부터 미국의 제약사인 알렉시온과 계약을 맺고 난치성 희귀치료제 솔리시스, 울토미리스의 한국 판권을 확보해 매출을 올렸다.

한독은 솔라리스와 울토미리스의 국내 허가부터 보험급여 등재까지 도맡아 실적을 올렸다. 두 치료제는 가격대가 높고 지속적인 투여가 필요하다. 한독 입장에서도 지속적인 매출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가 알렉시온을 2021년에 인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직접 한국에서 솔라리스와 울토미리스를 판매하면서 한독은 알렉시온 제품의 매출 공백을 경험했다.

한독의 IR자료를 살펴보면 알렉시온 관련 사업 매출은 지난해 2분기에 132억원, 올해 상반기 263억원의 매출액이 발생했다. 매출액이 상당한 만큼 이를 상쇄할 포트폴리오(제품군) 정비가 필요했다.

한독의 별도 기준 경영 실적 분석자료. 사진=한독 IR자료
한독의 별도 기준 경영 실적 분석자료. 사진=한독 IR자료

이가운데 한독이 승부수로 내세운 제품이 비만약 ‘삭센다’의 바이오시밀러다.

한독은 지난 5월 삭센다의 바이오시밀러를 국내에 도입해 독점 판매에 나선다고 밝혔다. 삭센다는 덴마크계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약으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라는 호르몬에 작용해 포만감을 증가시켜 식욕과 음식 섭취를 조절한다.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만큼 인슐린 분비 조절을 통해 정상적인 혈당을 유지하게 돕는다. 약물이 3ml 들어있는 펜형 주사제로 판매되며 의사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이다.

삭센다는 국내 비만약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국내 매출액은 668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삭센다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 인도 기업 ‘바이오콘’으로부터 국내 판권을 한독이 보유하게 됐다.

삭센다의 국내 특허존속기한은 2025년 11월까지다. 한독의 삭센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존속이 마감되는 시기에 시장에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삭센다는 비급여 제품으로 한달 복용에만 20~30만원이 넘는 금액이 든다. 그러나 낮은 부작용과 높은 체중 감량 효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품귀 현상이 일어날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삭센다 오리지널 제품보다 20~30% 저렴한 한독의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된다면 가격 경쟁력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다. 이를 두고 한독 측은 “약물 면에서는 기존의 단백질 기반 의약품이 아닌 합성화학의약품(케미컬) 형태로 만들어 자료제출의약품 유형으로 허가에 나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문제는 삭센다의 경쟁제품이 국내에 곧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삭센다의 섭취 편의성을 확대한 의약품 ‘위고비’가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빠르면 올해 내에 위고비가 출시할 것이란 이야기마저 나온다.

삭센다는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위고비는 1주일에 1회만 주사하면 된다는 점에서 편의성이 높다.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세달 사이에 30파운드(13.6kg)를 감량하면서 그 비결로 위고비를 언급해 더욱 각광받는 의약품이다. 다만 위고비는 가격적인 측면에서 월 4회 접종 최저 1300달러(약 170만원) 수준으로 삭센다에 비해 비싼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GLP-1 계열이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는 점에서 한독의 강점인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입지를 활용할 여지도 있다. 한독은 설포닐우레아 계열 당뇨병 치료제 ‘아마릴’으로 주목받았고 이후 DPP-4 억제제 계열 ‘테넬리아’로 높은 당뇨병 치료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위고비는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고 한미약품, 동아ST 등 여러 국내 기업이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개발에 나서며 비만 치료제 경쟁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며 “복제약 시장은 먼저 제품을 출시하는 기업이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어 한독이 시점을 잘 활용하는 방안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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