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입원 환자, 한 달 사이에 5배 늘어
SK바사 “코비원 국내 생산 중단…노바백스 백신 준비”
대상포진·수두 등 타 백신사업 집중…‘사업방향 선회’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한여름 휴가철을 틈타 국내에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다. 이에 진단키트를 비롯해 진통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수요도 늘어나면서 관련 국내 기업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백신을 국내에서 처 개발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백신의 생산을 재개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5.1배 급증했다. 지난달초만 하더라도 코로나19 신규 입원환자는 91명이었다. 그러나 전국 200병상 이상 병원급 표본감시기관 22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19 신규 입원환자는 7월 첫째주 91명, 7월 둘째주 148명, 7월 셋째주 225명, 7월 넷째주 465명 발생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새 변이인 ‘KP.3(케이피쓰리)’의 확산이 코로나19 재유행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줄고 휴가철 대규모 이동도 늘어난 영향도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중증인 환자뿐만 아니라 가벼운 증상의 코로나19 확진자도 늘고 있다. 기침과 발열, 무기력증이 나타나는 냉방병과 가벼운 증상의 코로나19 확진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이 때문에 냉방병으로 생각해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이 검사 결과 코로나19 확진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보건당국은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 공급 물량을 지난 6월 730명분에서 지난달 7만 6000여명분으로 100배 넘게 늘렸다. 민간에서도 코로나19 확진을 확인하기 위한 진단키트, 기침감기약, 해열진통제 등 의약품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와 관련된 의약품을 생산·유통하는 제약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정도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안동L하우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안동L하우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이러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생산을 재개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현재 스카이코비원 백신 생산 계획은 없으며 생산은 중단된 상황”이라며 “파트너십을 맺은 미국 노바백스의 변이 대응 백신을 국내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2년 6월에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원멀티주(GBP510)’을 개발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선진국 대신 중저개발국가에 스카이코비원을 공급하려는 전략을 세웠으나 글로벌 진출에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합성항원 방식이 적용된 스카이코비원이 타 백신과는 달리 유통·보관 과정에서 고가의 초저온설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은 강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한 다국적 제약사의 벽을 깨기란 쉽지 않았다.

스카이코비원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2022년과 비교해 45.2% 늘어나면서 큰 부담이 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연구개발비를 비롯해 지난해 사용한 판관비는 1542억원으로 전년 대비 23.8% 증가했다.

이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에 집중됐던 백신 사업을 대상포진, 수두, 독감 등으로 분산시켰다. 덕분에 지난해 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으나 올해 2분기를 기준으로 적자 규모는 줄일 수 있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올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199억원으로 전년동기(2023년 2분기, 353억원)와 비교해 적자 폭이 소폭 감소했다. 매출은 2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순손실은 114억원으로 적자 폭이 축소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밝힌 적자폭 감소의 이유는 ▲대상포진 백신 수요 증가 ▲수두백신 매출 증가 ▲사노피와 체결한 백신 유통 계약에 따른 매출 등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올해 상반기 대상포진 백신 매출은 22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 늘었다. 특히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올해 MSD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와 GSK의 2파전 양상으로 굳혀졌다.

MSD의 대상포진 백신 연매출 260억원 가량으로 평가된다. 이를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상당수 흡수할 수 있어 매출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규모는 870억원으로 올해에는 1000억원 규모로 평가된다.

게다가 정부가 다음해부터 대상포진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을 보다. 대상포진 백신이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되면 국가에서 백신을 구입하게 돼 매출이 담보된다. 이에 SK바이오사이언스의 강점인 대상포진 백신 사업의 전망은 밝다.

또 SK바이오사이언스는 수두 백신의 범미보건기구(PAHO) 공급을 확대했다. PAHO는 중남미 국가들을 대표해 대규모 백신 수급을 책임지는 세계 최대 백신 수요처다.

글로벌 헬스케어 업체인 ‘사노피’에 대한 백신 유통 매출은 2분기에만 70억원이 반영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말까지 사노피의 백신 5종을 국내 유통하는 계약을 지난 3월 체결했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에는 독감 백신 매출도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일 보고서를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하반기부터 독감 백신(스카이셀플루) 매출이 시작되고 21가 폐렴구균백신 임상 3상이 미국에서 승인 받을 전망”이라며 “4분기부터 변화가 시작되고 수익성 개선 효과는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여러 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SK바이오사이언스도 이를 인지해 사업방향을 선회해 백신사업에서 유연한 전략을 펴고 있다”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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