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롯데百 청두점 운영법인, 매각 더뎌
롯데쇼핑, 청두HK법인 증자에 4000억원 참여
“차입금 상환…재무구조 개선해 매각작업 속도”

‘롯데 프라퍼티즈(청두) HK 리미티드가 운영하는 롯데백화점 청두점. 사진=롯데쇼핑
‘롯데 프라퍼티즈(청두) HK 리미티드가 운영하는 롯데백화점 청두점. 사진=롯데쇼핑

롯데쇼핑이 중국 사업을 대부분 철수한 가운데 청두 법인과 롯데백화점 청두점만 중국 내에 유일하게 남겨졌다. 자본잠식에 빠진 중국 청두 법인의 매각이 2년 넘게 지지부진한 가운데 롯데쇼핑에도 악영향이 끼칠 정도다. 이에 롯데쇼핑은 중국 청두 법인과 롯데백화점 청두점의 매각을 서두르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중국에서 매각을 추진 중인 연결 자회사 ‘롯데 프라퍼티즈(청두) HK 리미티드’(이하 청두HK)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 3억1320만여주를 약 4354억원에 취득한다고 25일 공시했다.

롯데그룹은 중국 청두시에 아파트와 호텔, 백화점 등 사업시설을 넣은 롯데타운을 건설하는 사업을 벌였다. 이를 위해 2009년 지주사 형태로 청두HK를 설립했다. 이후 청두HK가 100% 출자한 롯데프라퍼티청두를 세웠다.

롯데쇼핑은 주식 취득 뒤 청두HK 지분 77.6%를 보유하게 된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다음해 3월 3일이다.

롯데쇼핑은 2008년 중국 베이징 왕푸징에 합작 형태로 현지 백화점 1호점을 내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후 톈진·청두·웨이하이·선양 등에 점포를 냈다.

2009년에 롯데쇼핑은 중국의 청두 반성강 지역에 주거시설과 상업시설 개발 사업을 위해 청두HK를 설립했다. 롯데쇼핑이 청두 HK의 지분 73.5%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분 16.2%를 보유한 호텔롯데가 2대 주주다. 자본금은 총 1억9700만달러(2643억원)으로 청두HK는 2012년 청두시와 약 2만2000평의 부지를 매입하고 아파트를 건설했다.

청두HK는 2016년 아파트 분양을 완료하고 쇼핑몰과 호텔, 오피스로 구성된 상업시설 착공에 들어갔으나 같은해 발생한 사드 사태 이후 공사에 제동이 걸렸다. 한반도에 고고도 요격체계 ‘사드(THAAD)’가 배치되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한국 기업들이 크게 타격을 입었다.

중국 정부가 현지에서 사업을 벌이는 한국 기업에 대해 압박을 가하면서 롯데쇼핑도 피해를 입었다. 특히 한국 정부가 롯데그룹 소유의 경북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최종 낙점하면서 집중적인 타격을 입었다. 중국 내 롯데쇼핑의 할인점 상당수가 영업정지 조치를 당했고 중국 소비자들이 반(反) 롯데 시위와 불매 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롯데쇼핑은 2017년에 중국 사업에서 영업손실이 2502억원이나 발생했다.

청두HK가 맡았던 개발사업도 제동이 걸리면서 공사 재개와 중단이 반복되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겪으면서 상업시설 개발은 사실상 중단됐다.

그 과정에서 청두HK의 매출도 감소했다. 2018년 청두 법인 매출은 전년(2969억원) 대비 497억원으로 줄었고 2019년부터는 매출이 100억원 이하로 떨어졌다.

청두HK의 2021년 당기순손실액은 1289억원, 2022년에는 1419억원으로 커졌다. 그 결과 청두HK의 2022년 기준 자본총계는 -964억원으로 자본잠식에 빠졌다. 잉여금도 모두 소모됐고 자본금마저 소진돼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의미다.

청두HK의 악화된 재무구조는 모기업인 롯데쇼핑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롯데쇼핑 해외사업 영업이익은 194억원으로 전년 대비 39.6% 감소했으며 이는 청두점의 구조조정 충당금 50억원의 반영 탓도 있다.

이에 롯데쇼핑은 사드 사태 이후 중국 내 사업 철수를 추진했고 청두HK법인에 대한 매각 작업도 2022년 7월부터 진행해 오고 있다. 매각예정자산은 6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2년이 넘도록 마땅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매각은 부진하다. 중국의 유력한 부동산 업체들이 연달아 부도에 빠지면서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에 빠진 상황이다. 

중국 선양 롯데타운. 사진=롯데지주
중국 선양 롯데타운. 사진=롯데지주

이에 롯데쇼핑은 ‘아픈 손가락’인 중국 리스크를 빠르게 털어내는 것이 중요했다.

롯데쇼핑은 중국 내 남아있던 다른 사업인 ‘선양 롯데 복합타운’ 사업 매각을 대부분 마무리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2월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황고구 자회사인 선양황고성신발전치업유한공사와 복합타운 매각을 위한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선양 롯데 복합타운은 롯데가 2008년부터 추진해온 프로젝트로 백화점과 테마파크, 아파트, 호텔 등을 갖춘 ‘롯데타운’을 짓기로 하고 공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사업이 무기한 중단되면서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이번 청두HK 유상증자는 원활한 매각 협상 진행을 위해 청두HK의 차입금을 전액 상환하기 위한 용도로 연결기준 차입금에는 변동이 없다”며 “금융비용 축소를 통해 롯데쇼핑 연결 기준 손익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두HK의 재무구조가 개선돼 현재 진행 중인 매각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롯데는 중국 사업을 접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 내 해외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인도네시아에서 48곳, 베트남에서 16곳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9월에는 베트남 하노이에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열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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