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점 폐점 발표 후 동래·센텀시티점 매각·폐점설
‘역점사업’ 부산롯데타워 설계변경 지연까지 겹쳐
부산 지역 부동산 부진…롯데그룹도 투자 영향 가능성

롯데그룹이 오프라인 체질 개선에 본격적인 가운데 ‘본거지’격인 부산광역시에서 다소 힘을 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세일앤리스백(매장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운영 중인 롯데백화점 동래점 전경. 사진=롯데백화점
롯데그룹이 오프라인 체질 개선에 본격적인 가운데 ‘본거지’격인 부산광역시에서 다소 힘을 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세일앤리스백(매장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운영 중인 롯데백화점 동래점 전경. 사진=롯데백화점

롯데그룹이 오프라인 체질 개선에 본격적인 가운데 ‘본거지’격인 부산광역시에서 다소 힘을 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롯데백화점 마산점이 올해 상반기 중으로 영업종료에 나서면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부산 동래점과 센텀시티점의 매각설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산 지역의 부동산 시장마저 약세를 보여 롯데그룹이 부산지역에 대한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최근 내부적으로 마산점 영업 종료를 결정했다.

마산점은 2015년 롯데가 대우백화점을 인수해 조성한 매장이다. 마산점은 인수 당시 부동산을 KB자산운용에 매각해 그동안 건물을 임대해 운영해왔다. 그러나 최근 KB자산운용이 개발 등을 이유로 건물을 비워달라고 요청해 영업 종료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산점은 롯데백화점의 32개 매장 중에서도 매출이 가장 부진하다. 지난해 기준 매출이 74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매출 규모가 적어 매각이나 폐점설이 끊이지 않았다.

마산점에 이어 롯데그룹의 백화점 매장 효율화 작업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에게 영업보고서를 보내며 백화점 매장 효율화 작업을 거론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미 매장을 매각 후 재임대하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자산을 유동화했다. 이에 부산지역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동래점과 센텀시티점이 매각하거나 폐점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동래점의 부지를 소유한 캡스톤자산운용이 자산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면서 매각설이 제기됐다.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 2014년에 자산유동화 차원에서 동래점을 캡스톤자산운용에 매각했다. 동래점 매각설은 자산 재평가 차원에서 추진된 것으로 평가됐다.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도 매각설이 제기됐다. 센텀시티점은 국내 백화점 중 지난해 매출 역성장 비율(-10.1%)이 가장 높다. 매출 순위도 국내 백화점 중 꼴찌에서 다섯 번째인 66위다. 롯데쇼핑도 센텀시티점의 실적 개선을 위해 매장의 대대적인 용도 변경을 부산시에 신청했지만 진척이 빠르지 않다.

게다가 롯데그룹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부산롯데타워’의 건설 상황도 지연됐다. 롯데그룹은 부산 중구 옛 부산시청 터에 부산롯데타워를 건축하기로 했으나 장기간 사업이 표류하다 지난해 8월 본격 착공했다.

그러나 부산롯데타워는 착공 후 현재 건물 지하 진출입로 확장공사만 하고 지상공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연 사유에 대해 외관 디자인을 변경에 따른 풍압 증가로 구조 분야 보강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이 의도적으로 지상공사를 지연했다는 논란은 사라졌지만 오는 7월부터 지상공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부산롯데타워 조감도. 사진=롯데쇼핑
부산롯데타워 조감도. 사진=롯데쇼핑

부산 지역의 점포 매각·폐점설, 부산롯데타워의 착공 지연이 공교롭게도 겹쳐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는 부산 지역의 부동산 부진과도 맞물려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가운데 부산 지역도 이를 피할 수 없었다. 부산지역의 부동산시장(주택+토지) 소비심리지수는 저조하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부산지역의 부동산시장 심리지수는 93.1다. 지난 2월(95.3)보다 2.2포인트 감소했다. 지난해 9월에 부동산 심리지수는 100.9였으나 ▲10월 97.4 ▲11월 94.1 ▲12월 92.1 등 3개월 연속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 소폭 반등했으나 여전히 부진하다.

부산 지역은 2020년 부동산시장 호황을 경험했으나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부동산시장 침체와 금리인상에 따른 거래절벽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겪고 있다. 이러한 여파를 부산에 근거지를 둔 롯데그룹도 피하지 못한 모습이다.

롯데그룹이 부산 부동산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게다가 부산 지역에 연이은 투자도 예정돼 있다.

롯데그룹은 온라인 그로서리(식료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국 기반 글로벌 리테일 테크기업 오카도(Ocado)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동시에 롯데쇼핑은 부산 강서구 산업물류도시에 자동화물류센터 착공에 나섰고 2025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또 그룹이 운영하는 야구단 롯데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사직야구장을 재건축해 2029년 재개장할 계획이다. 여기에 부산롯데타워 건축까지 맞물려 있다. 롯데그룹의 재무 상황이 양호하다면 막대한 투자가 부담되지 않겠지만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했던 사례가 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롯데건설의 유동성이 급격히 메마르며 롯데그룹 전체로 유동성 위기가 번졌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은 올해 상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에서 ‘종합적 리스크 관리’를 올해의 경영방침 중 하나로 강조할 정도다.

롯데그룹이 부산에 근거지를 둔 기업이기는 하지만 유동성 위기가 초래할 수 있다면 부산에 대한 투자를 언제든지 줄일 수 있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부산에 롯데제과 출장소를 세우며 사업을 개시했다. 이후 부산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를 창단했고 백화점·호텔을 부산 지역에 잇따라 건립하며 ‘부산 기업’ 이미지를 다져왔다.

롯데그룹 측은 부산 지역의 부동산 경기 악화에도 당장은 투자를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마산점 외에 현재 폐점이 결정된 롯데백화점 점포는 없다”며 “동래점과 센텀시티점의 폐점이나 매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전국의 중소형 점포 가운데 실적이 우려되는 백화점에 대해서는 올해 초 ‘중소형 활성화 TF’를 신설해 활성화에 나서면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타워 설계 변경이 이뤄진 부분은 있지만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에 있다”며 “오히려 부산지역의 대표 대형점포와 구도심 활성화에 나서면서 ‘부산기업’의 이미지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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