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에 투명한 인수절차, 고용승계 촉구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원회와 각 보험사지부 노조는 24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소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계 자본의 보험회사 '먹튀'에 대해 지적했다. 사진=신수정 기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원회와 각 보험사지부 노조는 24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소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계 자본의 보험회사 '먹튀'에 대해 지적했다. 사진=신수정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추진에 나선다는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양사 노동조합(노조)은 2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계 자본의 보험회사 먹튀"라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오전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와 양사 노조는 서울 광화문 소재 금융위원회(금융위) 앞에서 이같이 일갈했다. 소나기가 반복되는 궂은 날씨에도 현장에는 30여명 가까이 집결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함께 동양생명 및 ABL생명을 인수하는 내용의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지난달 26일부터 인수를 위한 실사에 착수했다. 실사는 내달 9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노조는 "생명보험업계는 지난 2015~2016년 중국계 자본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동시에 인수할 때부터 중국계 자본이 과연 제대로 된 경영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가졌다"며 "10여년이 지난 지금 중국 자본이 우리 노동자의 피땀으로 이뤄낸 경영 실적을 내세워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섭 사무금융노조 생명보험업종본부장은 노조를 배제한 매각 협의와 관련해 "밀실에서 벌어지는 매각 협상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매각의 모든 과정은 투명해야 하고, 노동자들의 고용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들은 공개돼야 하며, 노동조합과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인수 완료 후 임직원 고용관계 유지 및 노조와 교섭 합의 ▲인수 논의 전 합의된 단체협약과 각종 합의에 대한 지위 승계 ▲인수 실사 시 노조 대표자 및 집행부와 면담 ▲인위적 구조조정, 자회사 분리, 특정 부문의 외주화 등이 없는 독립경영 보장 합의 ▲합병 시 인·물적 구조 개편에 대한 노조와의 교섭 및 합의 등을 요구했다. 

또한 노조는 "생명보험업계는 지난 2015~2016년 중국계 자본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동시에 인수할 때부터 중국계 자본이 과연 제대로 된 경영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가졌다"며 "그럼에도 금융위는 당시 속전속결로 인가를 허용하면서 현재 '먹튀'가 발생하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인가한 금융위원회에는 철저한 인수심사를 촉구했다. 

24일 오전 금융위원회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조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신수정 기자
24일 오전 금융위원회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조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신수정 기자

한편,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지배구조를 타고 올라가면 그 끝은 중국계 자본을 향한다. 동양생명은 다자보험그룹과 그 계열사인 안방그룹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각 보유지분은 ▲다자보험그룹 42.01% ▲안방그룹 33.33%다. 이어 ABL생명은 중국안방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다자보험그룹은 2018년 중국 금융당국이 안방보험의 비상 경영을 위해 설립한 회사로, 안방그룹은 다자보험그룹에 흡수돼 2020년부터 다자보험그룹 산하 보험사로 있다. 이러한 다자보험그룹 최대주주는 우리나라 예금보험공사와 같은 역할의 중국보험보장기금으로 지분 98.2%를 보유했다. 

중국보험보장기금이 올해 말까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매각하고 나면 내년에는 다자보험그룹을 정리할 계획이란 게 노조 주장이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 예보가 부실 금융기관을 정리하기 위한 매각과 비슷하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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