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장남’ 신유열, 한·일 롯데 사내이사로
영향력·활동 넓히며 유력 후계자로 입지 굳혀
‘지배구조 개편·호텔롯데 상장·경영능력 증명’ 과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 미래성장실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에서 나란히 사내이사를 맡게되면서 승계 작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사진=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 미래성장실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에서 나란히 사내이사를 맡게되면서 승계 작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사진=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38) 롯데 미래성장실장(전무)이 한국과 일본 롯데에서 나란히 사내이사를 맡게 됐다. 롯데그룹의 유력한 후계자인 신유열 전무가 양국 롯데의 연결고리로 활동하게 되면서 승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신유열 전무의 원활한 승계를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전날 오후 도쿄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유열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통과시켰다. 신 전무는 2020년에 롯데홀딩스에 부장으로 입사했고 4년 만에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롯데홀딩스 관계자는 신유열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 배경에 대해 “신유열 신임 이사는 노무라증권에서 경험을 쌓고 재직 중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후 롯데에 입사했다”며 “롯데파이낸셜 대표로 금융시장에 대한 조예가 깊고 롯데홀딩스 경영전략실을 담당하는 등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다. 일본 현지에 롯데시티호텔, 롯데벤처스재팬, 롯데서비스, 지바롯데마린스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신 전무는 한국에서는 그룹의 새 먹거리로 육성 중인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이렇듯 한일 롯데의 사내이사 선임은 다소 복잡한 롯데그룹 지배구조에서도 상단에 위치한 곳에 이사진으로 합류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아직까지 신유열 전무가 본격적인 승계작업에 착수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사전 착수’의 의미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도 신유열 전무가 승계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기까지는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 재계에서는 신 전무가 승계 작업에 착수하기 위해 해결해야할 주요 키워드로 3가지를 꼽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물산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물산

우선은 롯데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 해결이다.

롯데그룹은 2015년 이후로 순환출자 해결과 지배구조 개편을 동시에 진행해왔다.

롯데그룹은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를 중심으로 롯데쇼핑과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4개사의 투자부문을 합병해 롯데지주를 출범했다. 이후 한국 롯데의 지배구조는 롯데지주가 최상단에 위치하는 형태다.

그러나 일본 내 지배구조 개편까지 이뤄지지는 않았다. 현재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일본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지주→각 계열사로 이어지는 구조다. 롯데그룹 오너일가는 광윤사를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한 한국 롯데를 지배하고 있다.

이가운데 신유열 전무는 한국 롯데에서 지분 확보에 먼저 나섰다. 신 전무는 이달초에 롯데지주 지분 7541주를 매입했고 이는 롯데지주 지분 0.01%에 해당된다.

신 전무가 보유한 롯데지주 지분은 미약한 수준이지만 첫 지분 인수라는 점이 주목된다. 추후 지분 확보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높다. 롯데그룹도 지분 인수에 대해 “신 전무가 기업가치 제고와 책임경영 차원에서 주식을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롯데그룹 지배구조 상황에서 신 전무는 단순하게 롯데지주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온전한 승계를 이루기 어렵다. 롯데지주 지분의 추가 확보와 함께 일본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부친인 신 회장이 보유한 롯데 지분을 상속받거나 증여받는다면 지배력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겠으나 막대한 세금이 부담될 수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켄트 시버루드 시라큐스 대학교 총장,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가 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롯데바이오로직스
(사진 왼쪽부터)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켄트 시버루드 시라큐스 대학교 총장,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가 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롯데바이오로직스

두 번째는 복잡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리를 앞당길 수 있는 호텔롯데의 상장이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한국 롯데의 지배구조 최상단은 롯데지주이지만 이러한 롯데지주의 최대주주는 신동빈 회장(13%)과 호텔롯데(11%)다. 롯데지주가 출범하기 전까지 호텔롯데가 한국 롯데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해왔기에 생긴 구조다.

정작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배하고 있다. 현재 호텔롯데 주식은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19.07%)를 비롯해 일본 계열 투자회사가 전체 지분의 99.28%를 들고 있다.

즉 한국 롯데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호텔롯데를 일본 롯데가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롯데와의 연결고리를 약화하는 것이 롯데그룹의 주요 과제다.

호텔롯데 상장은 신동빈 회장의 숙원 사업이기도 하다. 신동빈 회장의 형인 신동주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잇달아 패배하고 있으나 비상장사이자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인 광윤사를 장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영권 분쟁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경영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희석해야한다. 롯데그룹은 2016년부터 호텔롯데 상장 작업에 나섰지만 코로나19가 면세업계를 강타하면서 핵심 매출원인 면세사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이 때문에 실적의 수직 상승을 통한 호텔롯데의 상장 전 기업가치 불리기가 선행돼야 한다.

게다가 호텔롯데의 상장 후 롯데지주와의 합병을 통한 단일 지주사 체제는 지배구조 개편의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힌다. 합병 과정에서 자금을 투입해 단일 지주사의 지분을 확보한다면 신 전무는 한국 롯데의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사진 왼쪽)가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 참석해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 부스를 찾았다.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사진 왼쪽)가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 참석해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 부스를 찾았다. 사진=연합뉴스

세 번째로는 경영 능력의 증명이다.

현재 신유열 전무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바이오 글로벌전략실장, 일본에서는 롯데파이낸셜 대표,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 공동 대표 등 주요 보직을 맡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신유열 전무의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신 전무는 우선적으로는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 신사업을 주도하며 경영능력을 입증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분야는 성장 여력이 커 경영 성과를 낸다면 그룹 내 입지를 다질 수 있다.

동시에 신유열 전무는 대외 활동을 늘리면서 영향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롯데그룹 VCM(옛 사장단 회의)에 참여했고 9월에는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개관식에도 부친인 신 회장과 함께 참석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참여해 계열사 부스를 둘러봤다. 롯데그룹 VCM에도 참석했으며 이달 들어서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L7 시카고 바이 롯데’ 개관 행사에 참석했다. L7 시카고는 롯데호텔앤리조트의 4번째 미국 체인이자 북미 첫 L7 호텔이다.

또 지난 20일(현지시간)에는 독일 뮌헨에서 열린 베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유럽 2024’를 찾았다. 신 전무는 이날 전시회장에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부스를 비롯해 배터리 관련 국내외 기업들을 둘러봤다.

오는 7월로 예정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인천 송도 바이오 플랜트 1공장 착공식에도 신 회장과 신 전무가 함께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한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 탓에 신 전무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다른 주주에게 신뢰를 얻어야만 안정적인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큰 아버지이자 광윤사 지분을 과반수를 보유한 신동주 전 부회장을 앞서기 위해서는 그룹 안팎에서 먼저 경영능력을 입증받아야만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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