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회사채 모집에 8600억‧9690억원 몰려…경쟁률도 평균 웃돌아
채무상환 위한 공모채 발행 앞서 ‘자본 적정성’ 제고

메리츠금융지주 사옥. 사진=메리츠금융그룹
메리츠금융지주 사옥. 사진=메리츠금융그룹

메리츠금융지주의 회사채 공모에서 긍정적인 시장 반응이 나타났다. 우량채 중심의 회사채 발행 시장이 활기를 되찾는 가운데, 메리츠금융은 신용등급(AA0)에만 기대지 않고 선제적으로 재무구조를 조정해 흥행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은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회사채) 제17-1회(1700억원, 2년6개월물)와 제17-2회(300억원, 3년물)의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기존 모집금액 2000억원 대비 4.3배 높은 8600억원이 몰렸다.

◆메리츠금융 회사채 공모…평균 수요예측 경쟁률 웃돌아

제17-1회 수요예측에선 46건이 몰려 5.27:1의 경쟁률을 나타냈고, 제17-2회는 25건이 몰려 7.60: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회사채 시장 현황에 따라 기준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회사채 수요예측 경쟁률이 평균 4.0:1~5.3:1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메리츠금융 회사채 수요예측 경쟁률은 평균을 웃돌았다. 

제17-1회 신청내역은 운용사(집합, 28건)가 투자매매중개업자(17건)보다 많았고, 제17-2회는 투자매매중개업자(16건) 주문이 운용사(7건)보다 많았다. 주문 금액은 각각 6320억원과 2280억원이다. 

메리츠금융은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해 본래 1200억원으로 모집하려던 제17-1회 공모액을 1700억원으로 증액하기로 했다. 따라서 메리츠금융은 전날(29일) 총 2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올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무보증사채 제12회(1000억원)과 제15-2회(500억원)를 만기일에 일시 상환할 계획이다. 

앞서 3월에 발행한 회사채 제16-1회(2000억원, 2년물)와 제16-2회(500억원, 3년물)도 수요예측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 기존 2000억원 공모액을 2500억원으로 증액했다. 당시 수요예측에선 제16-1회에 5000억원, 제16-2회에 4690억원씩 총 9690억원 주문이 몰렸다. 

◆회사채 공모 ‘흥행’ 키(Key)는 자본관리

메리츠금융의 회사채 공모 반응이 좋았던 배경은 회사채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는 상황과 함께 선제적으로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제고시켰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회사채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위축됐다가 올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지속되고 은행채 발행이 늘며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게다가 신용등급 ‘AA0(안정적)’의 우량채를 중심으로 한 공모채 위주로 발행이 늘어 메리츠금융은 회사채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에 있다. 

메리츠금융은 보다 원할히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회사의 실적을 기반한 재무 건전성, 원활한 현금 유동성 등 자본 적정성을 제고하는 작업을 선행했다.

회사는 앞서 2월 말 2000억원 규모의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조달 자금을 즉시 사용하지 않고 예금 등 안정적인 단기성 금융상품에 예치하는 방식으로 운용하다 세부사항이 결정되면 자금을 끌어 쓸 계획이다. 

메리츠금융은 지난해 기말 기준 이중레버리지비율(별도기준) 122.4%로, 재무구조 안정성 2등급 하한인 130% 수준에 근접한 상황이었다. 이 경우 회사 실적이 둔화하거나 향후 계열사 지원 소요가 발생하면 재무구조 안정성 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이중레버리지 비율을 일정 수준 충격 흡수가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단 의도로 해석된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자회사의 총 출자액을 지주사의 총 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금융당국은 130% 아래로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과도한 자회사 출자를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로 금융지주사의 투자 여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활용된다.

인수인 의견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은 자회사 자본 배분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자회사의 우수한 영업 현금흐름을 내재화해 지주의 재무 유연성을 증가시키는 등 경영체계 효율성 증대를 위해 2022년 메리츠화재와 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전환시키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진행했다.

당시 시장에서 핵심 계열사를 물적 분할로 ‘쪼개기 상장’ 시키는 등 꼼수가 자주 포착됐는데, 메리츠금융이 ‘원 메리츠’ 경영 구조를 완성시키며 정반대 행보를 보여 주식시장에서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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