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그룹 사옥. 사진=메리츠금융그룹
메리츠금융그룹 사옥. 사진=메리츠금융그룹

메리츠금융지주(메리츠금융)가 올해 상반기에만 총 4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는 채무상환을 목적으로 진행한 자금조달로, 사실상 ‘대환’을 통한 변제다. 메리츠화재‧증권 등 주요 계열사의 견조한 실적으로 충분한 현금을 확보했음에도 대환 방식을 선택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은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사채(회사채) 제17-1회(1700억원, 2년6개월물)와 제17-2회(300억원, 3년물)를 발행했다. 본래 1500억원(1200억원+300억원)으로 진행하려 했으나 수요예측을 거쳐 제17-1회를 1700억원으로 증액했다.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다. 

메리츠금융은 이와 같이 조달한 자금을 8월 6일 만기가 도래하는 제12회 무보증사채 1000억원과 10월 7일 만기인 제15-2회 무보증사채 500억원을 만기일에 일시 상환하는 데에 쓰겠단 계획이다. 

앞서 3월에도 채무상환을 목적으로 같은 채무증권 제16-1회(2000억원, 2년물)와 제16-2회(500억원, 3년물)를 발행했다. 메리츠금융은 회사채로 조달한 자금을 지난달 5일과 22일 만기였던 제15-1회 무보증사채 1500억원과 제11회 무보증사채 1000억원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사용했다. 

주관사들은 메리츠금융에 대해 주요 자회사의 우수한 수익성에 기반한 자본 완충력, 건전성 유지력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원리금 상환은 무난할 것으로 사료되나, 국내외 거시경제 변수‧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앞선 회사채 발행에서도 주관사는 “금융그룹 수익성은 핵심 자회사의 경영 실적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반 사항 및 이용 가능한 정보를 고려할 때 금번 발행 채권형 무보증사채의 원리금 상환은 무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 상반기만 두 차례 회사채 발행…4500억 확보

종합하면 메리츠금융은 올 상반기에 두 차례의 회사채 발행을 통해 4500억원을 확보, 이를 채무상환에 썼다.

메리츠화재(1억5748억원)‧메리츠증권(5900억원) 등 주요 계열사의 호실적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 기준 ‘2조 클럽’에 입성하는 등 자금 여력이 충분히 뒷받침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내부자금이 아닌 대환을 통한 채무상환을 선택했다. 

이에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대부분 회사는 채무상환시 차환을 할지, 내부자금으로 상환할지를 시뮬레이션이나 평가예측을 통해 무엇이 유리할지 고민한다”며 “(메리츠금융도) 그때그때 상황과 전략에 따라 채무상환 방식을 정한 것이며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메리츠금융은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이 그룹 전반적으로 높다고 알려진 만큼 내부 자본적정성 제고에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관련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두면서 부동산‧금융시장 등 외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금 유동성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메리츠금융이 현금 실탄을 확보해야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당분간 대환을 통한 채무상환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신증권이 올해 초 낸 보고서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그룹 전체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는 국내 14조2000억원, 해외 4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외 모두 선순위가 높아 부동산 투자에 대한 대규모 손실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부동산PF에 대해 높은 강도의 충당금 적립을 요구하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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