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개척지’ 루트슈터 새바람 일으킬까
지적받던 최적화·편의성 상당 개선
남은 건 이용자 평가...올여름 출시

최적화나 UI/UX 등 지난 테스트 기간 동안 지적받아온 문제들은 상당수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최적화나 UI/UX 등 지난 테스트 기간 동안 지적받아온 문제들은 상당수 개선됐다.

넥슨게임즈가 개발하고 있는 루트슈터 기대작 ‘퍼스트 디센던트’가 지난 주말 이틀간 파이널 테크니컬 테스트를 진행했다. 올여름 출시를 앞두고 최종적으로 기술을 검증하기 위한 취지다.

루트슈터란, 아이템을 루팅(수집)하는 RPG적 요소가 접목된 슈팅 게임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마이너한 장르로 분류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디비전’ 시리즈와 ‘워프레임’ 등의 흥행에 힘입어 적잖은 마니아층을 구축했다.

특히 2017년 출시된 ‘데스티니 가디언즈’는 대성공과 함께 루트슈터 장르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인기 루트슈터 게임들의 연식이 제법 오래된 터라, 신작에 대한 게이머들의 갈증도 분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직접 해본 퍼스트 디센던트에서는 터줏대감들과 정면승부를 펼쳐보겠다는 개발진의 포부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장르의 대중화’를 노리기보다는 기존 마니아들을 겨냥한 ‘정통파 루트슈터’에 가까웠던 것.

게임의 주요 시스템인 모듈. 총기, 계승자에 맞는 다양한 모듈들을 파밍하고 자신만의 조합을 완성하는 것이 퍼스트 디센던트의 핵심 재미다.
게임의 주요 시스템인 모듈. 총기, 계승자에 맞는 다양한 모듈들을 파밍하고 자신만의 조합을 완성하는 것이 퍼스트 디센던트의 핵심 재미다.

재작년 첫 테스트와 비교하면 퍼스트 디센던트는 어느덧 완성도 높은 게임이 돼있었다. 비록 이번 테스트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는 않았으나, 게임이 갖고 있는 재미와 잠재력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기본적인 목표는 RPG 속 육성의 재미다. 가지각색의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캐릭터들을 해금하고, 캐릭터별 맞춤형 무기와 액세서리를 수집한 이후, 다양한 효과를 갖고 있는 ‘모듈’들을 붙여 자신만의 조합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큰 틀에서는 워프레임 등 루트슈터 대표작들의 핵심 시스템들을 대거 채택해왔다. 그렇다 보니 기존 루트슈터 게임을 즐겨본 이용자라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여기에 퍼스트 디센던트는 미형의 캐릭터 모델링을 핵심 차별점으로 가져왔다. 특히 ‘버니’, ‘밸비’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게이머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과금 모델(BM)은 어떨까. 배틀 패스와 치장형 아이템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용자들의 파밍 시간을 줄여주는 아이템들도 존재한다. 일부 치장형 아이템을 제외하면 과금 없이도 시간과 노력으로 모든 걸 얻을 수 있는, 여타 루트슈터 게임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구조다.

 ‘버니’, ‘밸비’ 등 캐릭터 모델링에 대해서는 시장에 있는 루트슈터 게임을 통틀어 가장 수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버니’, ‘밸비’ 등 캐릭터 모델링에 대해서는 시장에 있는 루트슈터 게임을 통틀어 가장 수려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그간의 테스트 때마다 지적받아온 최적화 문제는 상당히 개선된 모습이었다. 게임 플레이 도중 한차례의 튕김 현상이 있긴 했으나, 이를 제외하곤 현저한 프레임 드랍은 없었다. UI/UX(이용자 인터페이스·이용자 경험) 차원에서도 개선점이 곳곳에서 보였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특히 콘텐츠 소모 속도를 의식한 나머지 의도적으로 플레이 타임을 늘려놓은 요소들이 제법 보였는데 썩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대표적인 게 거점을 점령하거나 방어하는 미션이다. 몇몇은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소요 시간이 길었다.

적을 제거하면 체력 회복, 스킬 에너지, 탄약 등을 드롭한다. 그렇다 보니 거점을 점령하거나 지키다가도 체력을 회복하고 총과 스킬을 쓰기 위해서는 나갔다가 다시 들어가야 하는 답답한 구조다.

에너지를 채워올 여력이 없다 보니 총기 위주의 플레이가 강제될 때도 있었다. 물론 이번 파이널 테크니컬 테스트가 게임 전체에서 극초반부인 만큼 체험하진 못했으나, 향후 캐릭터를 육성하고 에너지 관련 모듈을 파밍하는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퍼스트 디센던트가 단순 총기보다 캐릭터별 스킬 및 개성에 비중을 둔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시원시원하게 스킬을 쓸 수 있도록 제약을 완화하는 게 낫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파이널 테크니컬 테스트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이번 테스트 빌드는 최종 출시 빌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막바지 담금질만 남은 셈.

국내외 반응을 종합하면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캐릭터 모델링과 유려한 그래픽 등 퍼스트 디센던트만의 강점도 분명하지만, 시장을 선점한 여타 인기 루트슈터 게임들과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도 명확하다는 것.

평가와 별개로 테스터들은 ‘출시되면 일단 해보겠다’라고 입 모아 말한다. 상술했듯 루트슈터 신작이 가뭄에 콩 나듯 나오기 때문이다. 배경에는 높은 개발난도가 있다. 이범준 PD는 2022년도 지스타 현장에서 “루트슈터를 만들려면 슈팅, RPG, 온라인 서비스까지 세 가지 개발 경험이 필요하다. 왜 루트슈터 게임이 몇 개 없는지 알 것 같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오래간만에 등장하는 루트슈터 장르 신작, 그것도 국내에서 개발한 게임이라는 이유로 루트슈터 마니아들의 기대감은 나날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데스티니 시리즈나 워프레임도 장기간의 서비스를 통해 노하우와 완성도를 쌓아왔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국산 루트슈터의 가능성을 보여준 퍼스트 디센던트는 ‘출시 직후’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기대가 되는 게임이다.

이범준 PD는 “론칭까지 이번 테스트 피드백을 반영하여 더 개선된 모습으로 찾아뵙겠다”라고 약속하며 6월 8일 깜짝 발표를 예고했다. 이날은 글로벌 게임 쇼 ‘서머 게임 페스트’가 열리는 날로, 퍼스트 디센던트의 새 트레일러와 정식 출시일을 공개할 것으로 점쳐진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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