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사모펀드 소유 메가커피 등 조사 착수
사모펀드 갑질 문제는 2018년부터 제기
일회성 조사가 아닌 프랜차이즈 문제 해결책 제시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사모펀드가 인수한 프랜차이즈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에 착수하고 있다. 사진은 메가커피 매장 앞에 줄선 소비자들. 사진=메가커피
공정거래위원회가 사모펀드가 인수한 프랜차이즈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에 착수하고 있다. 사진은 메가커피 매장 앞에 줄선 소비자들. 사진=메가커피

공정거래위원회가 사모펀드 소유 프랜차이즈의 갑질을 차단하겠다며 칼을 빼 들었다. 메가커피와 bhc 가맹 본부를 상대로 전방위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공정위는 두 프랜차이즈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가맹사업 운영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했다. 이들 업체가 가맹점주의 동의 없이 필수 품목을 과도하게 지정하거나 판촉행사 비용을 전가하는 등의 갑질을 했는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조사 소식을 접한 업계의 반응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동안 사모펀드 소유 프랜차이즈의 갑질이 꾸준히 문제가 됐던 점을 감안하면, 조사 착수가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번 조사를 통해 사모펀드 소유 프랜차이즈의 문제뿐 아니라 다른 프랜차이즈의 불투명한 경영에 대해서도 들여다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 사모펀드의 프랜차이즈 인수 2011년 시작

사모펀드가 한국의 외식 프랜차이즈를 인수한 것은 2011년 모건스탠리의 놀부 인수가 첫 사례다. 이후 버거킹코리아, bhc, 할리스커피, 공차코리아, 한국피자헛이 잇따라 사모펀드에 매각되면서 바람이 불었다.

특히 이 가운데 버거킹코리아를 2012년 1100억원에 사들인 사모펀드 VIG파트너스는 4년 뒤인 2016년 다른 사모펀드인 AEP에 2100억원에 매각했다. 4년 만에 배 가까운 수익을 올린 것이다. 또 사모펀드 유니슨캐피탈은 공차 인수를 통해 투자원금 대비 여섯 배가량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 성공 사례가 등장하자 사모펀드의 프랜차이즈 인수 바람은 더욱 거세졌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로 외식 수요가 줄어들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프랜차이즈들이 매물로 나오면서 맘스터지, 역전할머니맥주, 투썸플레이스, 미스터피자, 노랑통닭 등이 사모펀드에 넘어갔다.

사모펀드가 외식 프랜차이즈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손쉽게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전문 경영인을 채용해 경영의 비효율성을 줄일 수 있고 가맹점 확장에 진입 장벽이 없어서 매출성장이 용이하다는 점이 작용했다. 또 일반적인 기업과 달리 노사구조가 복잡하지 않은 데다가 가맹점 관리만 잘하면 수익을 늘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가맹점의 숫자가 200개 미만이면서 흑자를 내고 브랜드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는 커피와 치킨 프랜차이즈가 사모펀드가 가장 선호하는 대상이라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더구나 교촌치킨이 2020년 증시 상장에 성공한 것도 사모펀드의 프랜차이즈 인수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전에는 사모펀드가 프랜차이즈를 인수한 뒤 수익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사모펀드 등에 재매각하는 방법밖에 없었으나 엑시트(수익 실현) 구조가 다양해진 것이다.

그러나 사모펀드가 노린 ‘단기간에 수익성을 높여 되파는 구조’가 결과적으로 부작용을 가져왔다. 경영 효율화 등을 통해 원가 절감에 나선 것이 아니라 가맹점주를 쥐어짜는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이다.

가맹점에 납품하는 식재료의 가격을 높게 받거나 가맹점이 꼭 매입하도록 하는 필수 품목을 늘리기도 했다. 또 광고 판촉비를 가맹점주에게 전부 떠넘기거나 상품권의 수수료도 전액 가맹점주에게 부담시키는 갑질도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한마디로 가맹점주를 상대로 장사를 해서 본사의 수익만 늘리는데 골몰한 셈이다.

사모펀드 소유의 프랜차이즈 문제가 대두되고 무려 5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개선되지 않아서 이번에 공정위의 조사까지 받게 된 것이다. 그래서 사모펀드가 인수한 프랜차이즈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가 늦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같이 버는 구조로 바뀌어야

매번 나오는 얘기지만 프랜차이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본사가 가맹점을 상대로 장사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이번에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본사가 가맹점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가져가는 ‘로열티 제도’가 활성화돼 있다. 가맹점이 많이 팔고 많이 벌어야 본사도 이익이 커지는 구조인 것이다. 굳이 상생을 외치지 않아도 된다. 본사는 경영 효율화와 물류 선진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데 집중하게 되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외식 브랜드로 성장했다.

세계적으로 K-푸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공정위가 이번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프랜차이즈의 근본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K-치킨, K-커피 등 K-프랜차이즈의 세계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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