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조리 완전 자동화 이룬 ‘스텔라피자’ 인수
외식사업 로봇 기술, 가사 자동화·스마트 공장 연결
미래먹거리 추진 동력 기대

김동선 한화로보틱스 전략담당 부사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를 찾아 최신 기술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화로보틱스.
김동선 한화로보틱스 전략담당 부사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를 찾아 최신 기술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화로보틱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 부사장이 호텔과 유통부문을 맡아 첫 번째 사업으로 미국 햄버거 업체 파이브가이즈 들여왔을 때 업계의 시선은 썩 호의적이지 않았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재벌 집 막내아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춰 일을 벌인 정도로 생각했다. 더구나 젊었을 때(1989년생으로 지금도 젊지만) 여러 차례 폭행 시비를 불러 왔던 걸 떠올렸던 사람들은 그다지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후 서둘지 않고 파이브가이즈 3호점까지 순차적으로 론칭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룹 내에서 로봇 사업을 담당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4일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 피자’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평가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동선, 다 계획이 있었구나.”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 스텔라피자, 세계 유일의 피자 조리 완전 자동화

스텔라피자는 저온에서 숙성된 피자 반죽을 협력업체로부터 공급받으면 그다음 과정은 사람의 손이 거의 필요 없이 완전 자동화된 피자를 만들어 낸다. 도우를 펴서 토핑 재료를 올리고 소스를 발라 굽기까지 로봇이 자동 조리한다. 피자 조리의 자동화는 우리나라 고피자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여러 업체에서 시도하고 있지만, 완전 자동화를 이뤄낸 곳은 스텔라피자가 유일하다고 한다.

그게 무슨 대단한 일이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피자 조리 자동화를 위해서는 로봇 기술은 물론이고 AI 기술도 활용돼야 한다. 스텔라피자를 만든 사람이 일론 머스크의 우주 항공기업 스페이스X 출신 엔지니어들이고 3년 동안 300억원이 넘는 투자가 들어갔다고 하니 만만한 기술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기술은 인건비 절약을 통한 경쟁력이 가장 큰 장점이다. 스텔라피자도 완전 자동화로 인건비를 줄여 피자 한 판 가격을 다른 주요 브랜드 피자의 60% 수준으로 낮췄다고 한다. 인건비 감축은 모든 산업 분야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라는 점에서 주목받기 충분해 보인다.

스텔라피자를 길게 설명하는 것은 홍보하려는 게 아니다. 김동선 부사장이 맡은 호텔이나 유통 사업 부문은 다른 산업에 비해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로봇을 활용한 피자 조리의 완전 자동화 시스템이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 부사장이 한화그룹의 로봇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로보틱스를 맡았고 파이브가이즈를 통해 외식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스텔라피자 인수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햄버거, 피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로봇과 AI를 활용한 외식산업의 푸드테크이고 이는 필연적으로 가사 자동화 나아가 스마트 공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

◆ 로봇·AI 활용한 사업 개발, 오너 결단 필수

(좌측부터) 오민우 에프지코리아 대표이사, 이안 로스 멕켄지 파이브가이즈 아시아태평양 운영 총괄 부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사무엘 허드슨 체임벌린 파이브가이즈 인터내셔널 최고운영책임자, 윌리암 오비드 피쳐 파이브가이즈 인터내셔널 부사장이 커팅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화갤러리아 
(좌측부터) 오민우 에프지코리아 대표이사, 이안 로스 멕켄지 파이브가이즈 아시아태평양 운영 총괄 부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사무엘 허드슨 체임벌린 파이브가이즈 인터내셔널 최고운영책임자, 윌리암 오비드 피쳐 파이브가이즈 인터내셔널 부사장이 커팅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화갤러리아 

지금은 AI와 로봇으로 대표되는 변혁의 시기다. 너도나도 AI와 로봇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정작 돈을 버는 곳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에 AI와 로봇을 성공적으로 적용하는 기업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이는 당연히 위험이 뒤따르기 마련이어서 전문경영인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오너가 나서서 책임을 지고 미래먹거리를 개발해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우리의 경우에는 반도체가 그랬고 배터리와 바이오가 오너의 결단 하에 미래를 보고 투자한 결과물들이다.

그래서 한화그룹의 3형제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은 유통과 호텔을 맡고도 외식업과 로봇, AI로 이어지는 사업영역에서 미래먹거리를 찾는 김동선 부사장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

<김기성 대기자 프로필>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SBS 경제부장
▲SBS 뉴욕특파원
▲SBS CNBC 대표이사
▲TV조선 뉴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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