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의무 면제 사유인 ‘과테말라 국적 취득’은 허위?
상속 분쟁, 세금 소송, 지인과 금전 소송 등 3가지 소송전 진행
미공개 정보 주식거래는 부부가 함께 연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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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의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병역의무를 면제받은 이유가 된 과테말라 국적 취득이 허위였다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만약 사실이라면 법적 제재는 물론이고 도덕성에 대한 비난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과테말라 국적 허위로 취득해 병역의무 면탈 의혹

1975년생인 윤 대표는 국내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1991년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포드 대학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취득했다. 2005년에 미국 영주권을, 2011년에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그런데 윤 대표의 이력을 보면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기 전에 과테말라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나온다. 1993년에 영주권을, 2000년에 시민권을 취득한 것이다. 이를 이유로 2004년 국적상실 신고서를 제출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병역의무를 면제받았다.

이를 두고 병역의무를 벗어나기 위한 꼼수일 수 있다는 비난은 진즉에도 있었다. 만약 과테말라 국적을 취득하지 않았으면 28살인 2003년 이후 해외여행이 제한되고 병무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입국 시 출국이 금지될 처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한 언론이 법무부와 국세청, 외교부 등의 자료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 윤 대표의 과테말라 국적 취득이 허위였다고 보도했다. 윤 대표는 과테말라 영주권이나 국적을 취득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공소시효 20년이 지나기는 했지만, 그냥 넘길 문제는 아니다. LG家의 맏사위이고 국내에서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위 여부는 가려져야 한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만약 허위로 과테말라 국적을 취득해 병역의무를 면제받았다면 법적인 제재와는 별개로 가수 유승준의 사례처럼 한국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윤 대표를 둘러싼 ‘3가지 소송전’

고 구본무 회장의 배우자와 두 딸이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은 기어이 법원 판단으로 귀결될 전망이다. 세간에서는 인화(人和)를 강조하는 그룹 정신에 따라 원만한 합의로 끝날 것을 바라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이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윤 대표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경영에 대한 경험이 없고 능력 검증도 안 된 세 모녀가 LG그룹의 지배권을 놓고 상속 다툼을 벌이는 배경에는 뭔가 믿는 구석이 있고, 그게 바로 윤 대표 아니냐는 해석이다.

국세청과는 종합소득세 부과를 놓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국세청은 윤 대표를 국내 거주자로 보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의 배당소득 221억원에 대해 123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이에 윤 대표는 자신은 미국 시민권자이고 국내 거주자가 아니라며 이에 불복했다. 이후 조세심판원이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이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해 진행되고 있다.

또 故조남원 삼부토건 부회장의 아들 조창연 씨와는 금전 대여 문제로 민사소송을 치르고 있다. 조 씨 측은 삼부토건이 보유하고 있던 르네상스호텔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윤 대표에게 2억 원을 빌려줬으나, 돌려주지 않는다며 윤 대표를 상대로 대여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다툼이 관심을 끄는 것은 재판 결과에 따라 2억원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관측 때문이다. 윤 대표의 블루런벤처스가 호텔 매각 과정에서 상당한 수익을 남겼다. 더구나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진 윤 대표가 2억원 때문에 송사에 에너지를 쏟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판결 이후 또 다른 소송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미공개 정보 이용한 불공정 매매, 윤 대표 부부 연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는 직접 LG가(家)와 맞닿아 있다. 윤 대표의 배우자인 구연경 LG 복지재단 대표가 주식거래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윤 대표의 BRV 캐피털메니지먼트가 코스닥의 신약개발업체에 50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 사실이 공시되기 전에 구 대표가 이 회사의 주식 3만주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후 구 대표는 문제의 주식을 LG 복지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지재단 이사회는 기부를 받을지 여부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또 금감원도 기부와는 별개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매매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 ‘인화의 LG’ 이미지에 부담되고 있는 ‘맏사위’

LG그룹은 유독 인화(人和)를 강조하고 도덕경영·정도경영을 중시해 왔다. 허 씨 가문과 동업을 정리할 때도 형제간 사업을 분리할 때도 그 흔한 잡음 하나 없었다.

물론 윤 대표를 둘러싼 각종 잡음도 윤 대표 본인의 문제이지 LG그룹과 직접 연관돼 있는 것은 아니다. 세 모녀 상속 다툼도 윤 대표가 직접 전면에 나선 일도 없다. 그럼에도 윤 대표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LG가(家) 맏사위’라는 타이틀이 따라붙는다. LG 그룹이 윤 대표와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기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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